“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1972년 뉴기니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얄리라는 이름의 그곳 정치가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았다. <총, 균, 쇠>는 바로 그 뉴기니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왜 각 대륙들마다 문명의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는 이런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한 책이다. 2005년에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추가 논문과 후기 ‘<총, 균, 쇠>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특별 증보면’까지 보탠 2판이 나왔다.
책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진화생물학자로서, 각 대륙의 문명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인종적, 민족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소들 때문이라는 것을 생태지리학, 생태학, 유전학, 병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을 동원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총, 균, 쇠의 줄거리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총기(Guns), 병원균(Germs), 쇠(Steel)"를 16세기 구대륙(유럽)가 신대륙(아메리카)을 정복할 수 있었던 강력한 요인으로 해석한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세로로 긴 형태로 농업에 적합한 기후인 지역이 그렇게 많지 않아 농업 발달이 어려웠다. 반면에 구대륙 유라시아인들은 좌우 횡으로 긴 형태여서 농업에 적합한 기후인 지역 분포가 매우 높아 농업이 비교적 빠르게 전파되었다.
인류는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정착하면서 인구 증가와 더불어 농기구 재료도 금속으로 한단계 발전한다. 농업을 하면서 발생한 시행착오를 기록하면서 문자가 개발돼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 과정에서 뛰어난 성능의 무기를 개발한 부족은 주변 부족을 점령하면서 국가로 성장하였고, 주변국의 영토를 침략해 제국으로 성장한다.
농경사회는 가축으로부터 수많은 자원(젖, 비료, 털, 노동력, 군사용, 고기)을 얻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가축병균으로부터 생긴 항체는 인류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유럽의 구대륙 사람들은 가축을 키우면서 약 13종의 포유류 병균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 반면에 신대륙 남아메리카인들은 포유류 1종(라마)에 대한 면역만을 갖게 되었다.
일단 수렵 채집 단계를 넘어서 농경을 하게 된 사회들은 문자와 기술, 정부, 제도뿐만 아니라 사악한 병원균과 강력한 무기들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회들은 질병과 무기의 도움으로 다른 민족들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했다.
16세기 200명 남짓한 스페인의 피사로의 군대가 2,000만명에 달하는 잉카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요인도 바로 이 병원균 때문이었다.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져온 병원균에 대한 면역체계가 없었던 탓에 천연두, 홍역, 발진티푸스, 인플루엔자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지난 500여 년간 유럽인이 자행한 비유럽인 정복은 이러한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간 후 질병과 전쟁으로 95%의 원주민이 죽고 만 것이다.
저자는 일단 앞서게 된 유라시아 대륙은 지금도 세계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제래미 다이아몬드가 보는 일본인과 한국인
개정판에서는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논문을 포함했다. 논문에서는 인종학적, 역사적 자료를 통해서 일본 열도에 사는 사람들이 과연 어디에서 왔는지를 고찰한다. 또한, 일본어가 어디에 뿌리를 두는 지도 밝힌다. 저자는 자기가 연구한 결과가 어쩌면 “일본인 학자들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일본인들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실일 것”이라고 술회한다.
저자는 학계에 널리 퍼져있는 세 가지 학설을 나열한다.
첫째는, ‘조몬인’ (1만3000년 전 일본 열도에 살았던 수렵채집인)이 점차 일본인으로 진화했다는 학설이다.
둘째는 BC 400년경부터 한반도에서 이주한 한국인들이다. 당시에 우수한 농업기술과 문화 그리고 유전자를 가진 대규모 이주민이 일본 열도로 들어왔다는 학설이다. 이들이 ‘야요이 문화’의 주체가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은, BC 400년경부터 한반도에서 한국인들이 들어온 건 맞지만 대규모가 아니라 소수가 이주해 와서 차츰 인구가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일본인들은 첫 번째 학설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인과 아무 연계가 없는 독자적 계통이라서 믿고 싶어 한다고. 그러나 논문의 결론은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도 같다” 는 것이다.
즉 기원전 400년 무렵 이후 일본으로 대량 이주한 한반도인들이 바로 지금의 주류 일본인들 조상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새삼스러울 게 없을지 모르나, 권위 있는 서방 저명인사의 전례 없는 논증은 충격적이다. 일본 내재적 발전론을 주장해 온 일본인들은 지금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프로필
재레드 다이아몬드(1937~)는 미국의 지리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 문명연구가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UCLA 교수로 있다.
1997년 인간 문명의 근원과 역사를 탐구하는 책 <총, 균, 쇠>를 발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후 <문명의 붕괴>, <제3의 침팬지>, <대변동> 등 인류의 역사는 물론 미래 위기 극복에 대한 통찰을 담은 저서를 출간해 왔으며 생리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분야에서 연구해 온 다이아몬드 교수는 과학 전문지 <네이처>, <내추럴 히스토리>, <디스커버> 등에 활발히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5년에는 영국 <프로스펙트>와 미국 <포린 폴리시>가 공동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꼽혔으며 전미과학상, 타일러 환경공로상, 일본 코스모스상 등 다양한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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