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한국 국적자로서 유엔 사무국 등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있는 인원이 사상 처음 852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제기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직은 아직까지 한국인의 등용이 드문 편이어서 더욱 분발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 2017년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2006년 세상을 떠난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비롯해 그간 국제기구에서 다수의 고위직을 배출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8대) 첫 임기를 2008년 시작해 국제평화 건설의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2013년 재선에 성공, 한국인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2001년에는 처음으로 한승수 당시 외무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직을 수임했다. 그리고 유엔 내 구속력을 갖는 유일한 결정 기관인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에 한국은 1996∼1997년, 2013∼2014년에 이어 2024∼2025년 임기의 세번째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이 확정되었다.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2년 임기의 비상임이사국은 매년 절반씩 교체한다.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에서 1개국, 아프리카에서 2개국, 중남미에서 1개국, 동유럽에서 1개국을 각각 뽑는다.
여기에 2015년 오준 주유엔 대사의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직 수임, 2016년 최경림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대사의 유엔인권이사회(UNHRC) 의장직 수임으로 국제기구에 한국의 존재감을 거듭 각인시켰다.
지금도 국제기구 수장으로 재직 중인 한국인이 있다. WHO와 마찬가지로 유엔 산하 전문기구들 중 하나인 국제해사기구(IMO)는 2016년 이래 한국인 임기택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흔히 ‘인터폴’로 불리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수장 역시 2018년 김종양 선임부총재가 총재로 선출되어 한국은 인터폴을 주도하는 국가가 됐다.
국제기구 가운데 국제재판소는 비교적 한국인의 진출이 활발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송상현 전 소장은 2003년부터 ICC 재판관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 3년 임기의 소장으로 선임돼 한 차례 연임하고 2015년 퇴임했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2011∼2016년 옛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으로 근무했다. 2008~2011년에는 ICTY 부소장을 역임했다.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ITLOS 재판관으로 뽑힌 그는 오는 2023년까지 재판관 직무를 수행한다. 2017년에는 3년 임기의 소장에 당선돼 현재 ITLOS를 이끌고 있다. 백 소장 전임자는 고 박춘호 전 고려대 석좌교수다. 1996년부터 ITLOS 재판관으로 재직하던 박 전 석좌교수가 2009년 사망하면서 생긴 빈 자리를 백 소장이 이어받았다.
다만 국제재판소 중 가장 권위가 있는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아직까지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1976년부터 30년 넘게 ICJ 재판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독도 영유권이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등 문제를 놓고 일본이 “ICJ로 가져가 법대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다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유엔 사무차장보 등을 지낸 국제기구 출신이다. 그는 현재까지 유엔에서 한국 여성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유엔의 경우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유엔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현직에 있다.
2023년에는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 부의장으로 선출됐다.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이른바 ‘자유권 규약’으로 불리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 당사국들을 대상으로 이행을 감독하고 권고하는 기구로, 한국은 1990년 해당 규약에 처음 가입했다. 서 교수는 2021~2024년 임기로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밖에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고용정책국장,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조현찬 아·태지역 인프라·자원개발국장, WB 소재향 지속가능개발 및 유엔 담당 수석자문관, WB 추흥식 투자운용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현 한국은행 총재) 등이 국제기구 고위직에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한국인이다.
이처럼 인원이 늘어났지만 우리와 경제규모 등 국력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국제기구에서의 ‘존재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엔 정규예산 가운데 한국의 분담률은 초반에는 0.69%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27%로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1위를 차지하는 기여국이 됐다. PKO 분담금 순위도 10위에 달하고, 유엔의 국제 평화유지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레바논 동명부대를 포함해 전 세계 5개 임무단에 569명을 파견 중이다.
유엔 가입 초반인 1992년엔 한 명도 없던 유엔 사무국 내 한국인 직원 수도 지난해 기준 171명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유엔 분담률을 부담하는 국가들과 비교해 유엔 사무국 등에 우리 국민이 진출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특히 국제기구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고위직 진출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제기구에서 ‘고위직’이라 함은 임명직 및 선출직을 다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통 국장(director)급 이상 사무국 직원, 이사회 및 위원회의 의장 또는 이사나 위원, 각종 국제재판소 재판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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