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세워진 건 1988년이다. 과학계를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에 관심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통일된 과학적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시켰다.
그 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5~7년 주기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와 함께 비정기적으로 특별 보고서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그동안 다섯 차례의 정기 보고서를 냈다. 각각의 정기 보고서는 세 권의 실무그룹 보고서와 이를 포괄하는 종합보고서로 구성된다.
제1실무그룹(WG1)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2실무그룹(WG2)은 기후변화 영향과 적응, 취약성을, 제3실무그룹(WG3)은 기후변화 완화에 대한 보고서를 출판한다. 세 권의 보고서가 모두 출판된 뒤, 이를 종합하는 종합보고서가 나온다. 종합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각국의 기후협상에서 주요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특별 보고서도 있다. 최근 1.5도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2018), 해양∙빙권 특별보고서(2019), 토지에 관한 특별보고서(2019) 등 세 권이 나왔는데, 이 내용도 제6차 종합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원인과 영향, 대응 방안 등이 일목요연하게 담긴다. 2007년에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간의 보고서를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고, 그 원인은 인간이 배출한 화석연료 때문이며, 하루빨리 에너지 전환에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 보고서의 내용과 변화
1990년 제1차 보고서 때만 하더라도 협의체 소속 과학자들은 ‘인간 영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2001년 제3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때문일 확률’을 66%로 봤고, 2013년 제5차 보고서에서는 95%로 더 높게 봤다. 2023년에 나온 제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전적으로 인간 활동으로 초래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3년 나온 제5차 보고서에 견줘서도 6차 보고서가 본 지구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고, 보고서의 경고는 더욱 강해졌다. 지구 온도는 얼마나 상승했을까?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전 지구 지표온도의 상승치는 4차 보고서에서 0.85도로 봤지만, 6차 보고서에는 1.09도로 더 늘어났다.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의 온난화 기여도도 4차 보고서 0.5∼1.3도에서 이번 보고서 1.0∼2.0도로 올랐다. (실제 지구 온도의 상승치가 적은 이유는 에어로졸 등 오염물질과 자연 작용에 의한 감소 효과 때문이다)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2조400억톤에서 2조4000억톤으로 늘었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기후위기 시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최근 10년간(2011~2020년) 지구의 지표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도나 올랐다.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담겼다. 이전에 예측됐던 2030~2052년보다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보고서와 기후협약
기후변화 보고서는 세계 기후정책을 움직이고 있다. 제1차 보고서(1990)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채택으로 이어졌고, 이 협약은 매년 총회를 열어 세계 공동의 기후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2차 보고서(1995)는 1997년 교토의정서의 채택으로 이어졌고, 제5차 보고서(2014)는 ‘포스트 교토체제’라고 불리는 2015년 파리협정을 이끌었다.
지금 각국은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이내 혹은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해 대응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에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6차 보고서 주요 내용, “향후 10년 동안 시행된 선택과 행동은 수천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3년 공개된 종합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보면, 앞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지키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예산은 5천억톤밖에 남아 있지 않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말한다. 2019년 전체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량이 590억톤인 것에 견줘보면, 향후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200여 국가는 2015년에 맺은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혁명 이전보다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아래로 유지하되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로 이미 전 지구 지표 온도는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09℃가 올랐다. 보고서는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온난화가 심화돼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2040년 안에 1.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향후 10년 동안 실행된 선택과 조처는 현재와 수천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더는 늦출 수 없는 기후행동을 촉구했다. 그동안 각국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체제인 파리협정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왔지만, 이를 엄격히 지키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보고서는 또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상위 10% 가구가 34~45%의 온실가스(소비 부문 측정)를 배출하고, 하위 50%는 13~15%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계층보다 부자 나라와 부자 계층이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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