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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런과 예금자 보호한도 5천만원

by 누름돌 2023.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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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런'과 은행의 파산

 

 

 

은행은 고객 예금을 유치해, 이를 대출하거나 다른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은행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찾아가는 일이다. 이런 ‘예금 인출 사태’를 ‘뱅크런’이라 한다. 은행이 돈을 제대로 돌려줄 것이라는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뱅크런은 대부분 파산으로 이어진다.

 

국가는 일시적 지급불능 사태나, 그로 인해 뱅크런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중앙은행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게 한다. 금융감독기관은 은행 경영의 건전성이 유지되도록 자기자본비율 등을 규제한다.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일정액까지는 지급을 보장하는 예금보험제도도 둔다. 그래도 뱅크런은 일어난다.

 

 

출처: 연합뉴스

 

 

2008년 9월26일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뱅크가 파산했다. 뱅크런 때문이었다. 워싱턴뮤추얼뱅크는 전국에 2200여개 지점을 갖고 있었고, 당시 총자산이 3070억 달러나 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이었다. 뱅크런이 진행되는 10일 동안 이 은행에서 167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2023년 3월 10일 뱅크런에 의해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는 자산규모(2090억달러)가 워싱턴뮤추얼뱅크보다 작았다. 그런데 뱅크런에서 파산까지 진행 속도는 일찍이 볼 수 없던 것이었다. 3월 9일 하루동안 고객이 인출한 예금 액수는 420억 달러(약 55조 원)였다. 약 10시간에 걸쳐 일어난 일이라면 시간당 42억 달러, 초당 100만 달러가 넘었다. 결국 다음날 아침 폐쇄가 결정됐다. 실리콘밸리뱅크가 8일 오후 늦게 ‘자산 매각으로 18억 달러의 세후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한 때부터 문을 닫기까지는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디지털 뱅킹의 발달이 뱅크런의 속도도 초고속으로 바꾼 것이다.

 

 

 

 

 

예금자 보호한도 23년째 5천만원

 

 

오늘날 뱅크런은 예금보호한도를 초과하여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돈을 찾으러 몰려들면서 일어난다. 워싱턴뮤추얼뱅크 사태 때도 전체 인출액의 70%가 비보호 예금이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 파산 시 고객 예금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인당 최대 5천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보호 한도는 2001년 국내총생산(GDP) 등을 근거로 책정된 뒤 23년째 제자리이다. 2022년 한국의 1인당 GDP(국제통화기금 기준)는 2001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으나, 1인당 GDP 대비 예금 보호한도 비율은 1.2배로 미국(3.3배), 일본(2.3배), 영국(2.3배) 등에 견줘 낮다.

 

국회에는 예금 보험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권의 복잡한 셈법이 잘 조율돼야 한다. 대표적인 게 예금보험료율이다. 예금 보호한도를 높이면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예금보험료율도 증가한다. 금융기관들은 보험료가 늘어날 경우 이 비용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08%, 보험사는 0.15%인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저축은행의 보험료율은 0.4%다. 그래서 저축은행은 오히려 보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는 부실 위험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가 늘어나는 데 불만스러워하는 한편, 예금자보호한도가 늘어나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것을 우려한다. 

 

한국도 금융당국이 금융안정이나 실물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금 전액 보호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 당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비슷한 조처를 시행한 적이 있다.

 

 

 


글로벌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자 국내 예금 보호 한도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는 금융회사 예금 고객의 98%는 5천만원 이하의 돈을 넣고 있으므로 2% 거액 예금자를 위한 상향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2% 고객들이 가진 보호 받지 못하는 예금이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만큼 ‘뱅크런’을 대비하는 금융 안정 측면에선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여야가 두 가지 측면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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