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비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과 대만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vs 대만의 TSMC’ 대결 구도를 말한다. 이들 국가 간의 주력 시장 차이와 현황을 짚어본다.
한국 대 대만의 경쟁 구도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쪽에, 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 쪽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가 30%, 비메모리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비메모리 시장이 훨씬 크다. 메모리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70%가량을 점하고 있다.
반면 TSMC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파운드리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를 설계하지 않고 만들어주기만(위탁생산) 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처럼 제조공장(팹)이 없는 기업들이 TSMC에 주로 주문한다. 이 시장에서 TSMC는 49.5%를 점하고 있다.
삼성은 16.3% 정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액 280조 원 가운데 7% 정도 수준이다. 삼성은 TSMC 시장을 빼앗기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년 간 300조 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팹)을 건설한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해 업계의 굳건한 선두인 대만 TSMC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 평택과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미국 테일러에 새로운 공장도 짓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용인 파운드리 추가 건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른 나라의 상황을 알아보자. 미국은 세계 반도체 공급 물량의 75~78%를 생산하는 한국과 대만에만 의존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60%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중국은 자급자족을 위해 반도체산업에 170조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그래야 한국-미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진 반도체 동맹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유럽도 각각 10조원, 7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격차를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력 현황
반도체는 회로 폭이 좁을수록 성능이 좋고, 전력 소비도 적다. 휴대전화 등에 사용하는 10나노 미만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대만과 한국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시(IC)인사이츠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10나노 미만의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대만이 62.8%, 한국이 37.2%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30일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TSMC를 추월할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율(우량품 비율)을 끌어올려 퀄컴 등 큰 고객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쟁사인 대만 TSMC는 2022년 하반기 3나노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미국의 인텔은 3나노에 준하는 공정인 ‘인텔4’를 2023년 하반기 예정하는 등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7나노 미만의 중저가형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미-일은 2나노의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일이 협력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2나노 반도체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일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대규모로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은 나아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구성도 서두르고 있다. 칩4는 반도체 생산에 강점을 가진 한국·대만,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소재·장비 분야 강국인 일본 등 네 나라를 묶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자는 협의체다. 중국은 칩4가 “미국의 횡포”라며 강력 반발하는 중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안팎의 악재로 흔들리는 것은 한국에 좋은 소식이다. 미국의 집중 견제가 없었다면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는 속도가 훨씬 빨랐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디(D)램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국과의 격차가 5년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의 경우 격차가 1~2년 정도에 불과하고, 자동차용 반도체 등 중간급 반도체 생산에선 중국 업체들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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