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 일반적으로 보수는 안정을, 진보는 변화를 추구한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는 뇌 구조가 다르다'고 한다.
영국의 가나이 료타와 저레인트 리스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정치적 성향과 뇌 구조는 상관관계가 크다고 한다. 뇌 구조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결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의 특정 부위 크기와 두께가 서로 다름을 발견했다고 한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공포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의 오른쪽 부분이 두꺼운 반면,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외부 정보에 대해 반응하는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 부분이 두꺼웠다.
즉,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공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존을 위한 행동에 민감하며, 반면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외부 자극에 대한 학습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결과는 유전자 수준에서도 나타나는데,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가질 확률도 높다고 한다.
이같은 연구결과와 궤를 같이 하는 연구와 주장이 있다. 진보주의자는 보수주의자보다 지능지수(IQ)가 높다고 한다. 런던대 교수인 가나자와 사토시의 <지능의 역설(The Intelligence Paradox)>에 나오는 내용이다.
가나자와 교수는 5050여 년간 미국과 영국의 10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더 나아가 IQ는 개인의 취향과 습관까지 결정짓는다고 주장한다. IQ가 개인의 정치 성향은 물론 종교생활, 연애, 식성, 수면 습관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IQ가 높은 남성은 아내나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 IQ가 높은 여성들은 결혼이나 출산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IQ가 높은 사람은 대체로 야행성 기질이 강해 늦게 잠자리에 들고, 건강에 해로운 커피/담배/술/마약을 즐기고, 채식주의자이며, 무신론자이며, 클래식 음악을 더 좋아할 개연성이 높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나자와 교수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사바나의 원칙'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인간은 11만 년 이상 아프리카 사바나의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이때 체득한 생활패턴이 우리의 뇌에 축적되어 있어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 시기에 없었던 '진화적으로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것이 '사바나의 원칙'이다.
사바나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들의 뇌는 아직도 석기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특수적 심리기제로서 '일반 지능'을 진화시킨다. 결국 지능이 높은 인간일수록 '사바나의 원칙'에 덜 영향을 받게 되는 셈이다.
높은 IQ를 가진 사람들은 호기심 많고 낯선 것에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더 좋아하고 능숙하게 해결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결국 지능이 뛰어날수록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지지하고 빨리 적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 연장선에서 가나자와 교수는 지능이 높을수록 진보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보는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사바나에서 동족으로 이루어진 작은 무리 속에서 살았고, 동족 외 낯선 사람에게 이타적이지 않았다. 자신의 식량을 유전적 친족과 나누는 것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본성이다.
하지만 만난 적 없는 낯선 사람과 식량을 나누려는 성향은 인간 본성에 속하지 않는다. 즉 더 많은 세금과 소득 이전을 통해 평등을 주장하는 진보는 조상들의 생활 패턴에 비추어보면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실제로 미국 종합사회조사 통계를 보면, 자신이 '아주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20대 초반 청년들의 IQ가 평균 94.82인 반면, '아주 진보적'이라 생각한 청년들의 IQ는 평균 106.42로 11.6점이라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지능이 높을수록 진보주의 가치관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진보주의자는 인생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을 한다. 지능이 뛰어날수록 연애/결혼/출산/ 그리고 육아같은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에 취약하다고 한다. 반면 보수주의자는 실용적인 상식을 가지고 더 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즉 진보주의자는 '감정'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 '생각'을 하고, 추상적인 논리나 추론을 사회나 대인관계의 영역에 대입해 일반인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이다. 똑똑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데이비드 롭슨의 <지능의 함정(The Intelligence Trap)>에도 잘 나타나 있다.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게 행동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IQ와 합리성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한다. IQ가 높은 사람들은 '전문가의 함정', '과도한 자신감',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 지적인 게으름' 등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머리좋은 바보'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식구와 주변 사람들을 위태롭게 한다고 한다. 데이비드 롭슨의 연구결과, IQ가 높은 사람은 술/흡연/마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주택 담보 대출금 미상환, 파산, 카드빚 같은 재정 문제에 부딪힐 확률도 높다. 사기에도 잘 걸려든다고 한다.
당신은 진보주의자인가, 보수주의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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