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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대통령 시계, 손목 위의 완장

by 누름돌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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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통령 손목시계인가? 과거 군사독재 시절 대통령 시계는 손목 위의 완장같은 존재였다. 대통령으로부터 시계를 선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최고 권력자의 측근이자 그 비호를 받는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받았다. 그 후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사회는 바뀌었지만, 이 같은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 기념 시계를 처음으로 제작한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 시계 중 유일하게 오토매틱 무브먼트기술을 접목하였다. 봉황 문양과 친필 서명을 새기는 관례도 이때부터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계는 단순하고 무난한 동전 스타일의 기본형으로, 이 디자인을 전두환형 시계로 부르기도 했다. 시계 전면에 대통령 사인 대신 전지로 구동되는 시계라는 ‘QUARTZ’, 청와대의 이니셜 ‘B · H’를 표기한 버전의 시계도 있다. 시계 뒷면에 한자로 '대통령 전두환'을 새겼다.

 

화려한 금 테두리의 시계, 로마 숫자로 시간을 표시한 시계, 39시 방향 테두리에 두 개씩의 돌기를 디자인한 시계 등 기존의 대통령 시계에서 디자인을 변화시킨 것이 노태우 대통령 시계의 특징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 전에 제작한 '03 시계'가 가장 유명하다. 시계 전면에 한문 서명을 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시계 뒷면에는 좌우명인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의 대도무문과 함께 세계화 추진의 정부답게 영문 이름을 새겼다.

 

김대중 대통령 시계 뒷면에는 영문으로 Kim Dae-Jung President the Republic of Korea가 새겨져 있다. 대통령 기념 시계 외에도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일 월드컵, 노벨 평화상 수상 등을 기념해 10종류 이상의 기념 시계가 제작되었다.

 

 

출처: 뉴시스

 

 

노무현 대통령 시계는 다른 시계와 달리 금속 소재로 제작했으며, 시계 모양도 기존 원형에서 사각형으로 바꿨다. 시계 뒷면에는 원칙과 신뢰, 새로운 대한민국 노무현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그중 노무현 대통령이 청해 부대 및 자이툰 부대 파병 시 장병들에게 하사한 시계에는 한국시간과 현지 시간을 같이 볼 수 있도록 시계 다이얼을 듀얼로 구성하여 시계 전면에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었고, 밴드도 고무 재질을 채택하여 실용성을 높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시 가죽 밴드를 채택하였다. 역대 대통령 시계 중 유일하게 시계 뒷면에 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대통령의 이름을 각인하였다.

 

박근혜 대통령 시계는 노무현 대통령 시계와 같이 메탈 밴드로 제작했다. 은색 금속을 소재로 원형으로 제작되었으며, 시계 전면에는 한글 서명이 각인되어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도 있다. 국무총리의 이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직책을 수행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 봉황 휘장이 아닌 국무총리를 상징하는 무궁화 모양의 휘장이 새겨져 있다. 국민 상당수와 정치권은 그가 마치 대통령에 취임한 듯한 착각에 빠져 행동하고 있다며 질타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이름이 새겨진 시계의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문구는 민감한 시기 정치권에 분란의 불씨가 되었고 그를 입방아에 올려놨다. 역대 대통령 시계는 '당대 최고 권력자'가 건넨 선물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지금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관리형 임시권력'을 상징하는 황교안의 기념 시계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니 시계’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 시계의 몸체 아래에는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사인이 각인되어 있다. 시계 전면에 ‘대통령’을 표시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며, 뒷면에는 정치 철학인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시계 앞면에는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서명과 함께 봉황 무늬가, 뒷면에는 대통령 취임식부터 슬로건으로 써온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가 새겨져 있다.

 

 

 


 

짝퉁 대통령 시계 유통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누구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러나, 대통령 시계에 대한 갈망이 넘치면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짝퉁 대통령 시계가 유통되기 시작했고, 진짜 시계의 값어치마저 하락하기도 했다.

 

 

2020년 기준(출처: 중고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권력의 상징처럼 비칠 수 있는 기념 시계를 만들지 않겠다"라고" 했으나 2013년 광복절 이후 일부 인사들에게 기념 시계를 선물했다. 그러자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가짜조차 인기를 끄는 기이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대통령 시계는 보통 증정용이지만 중고 장터에서는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시계 자체의 희소성이나 당시 대통령의 인기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손목 위의 완장' 대통령 시계의 증정 취지는 어느 대통령을 막론하고 사회 공익과 질서 유지를 위한 희생, 봉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러나 여기에 권력이라는 인간의 탐욕이 얹히면서 의미는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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