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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Politics

Pax Americana vs Pax Sinica

by 누름돌 202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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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Pax)'는 라틴어로 '평화'를 뜻한다. 평화(peace)의 어원은 로마 신화의 평화의 여신, 팍스(pax)다. 한자로는 ‘범’(汎)에 가깝다.

 

로마 제국의 피정복 민족들에 대한 통치를 가리키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 19세기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가리키는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유지되는 세계 평화체제를 일컫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팍스 시니카’(Pax Sinica)가 등장했다.

 

이처럼 팍스는 '단일 세력'에 의한 세계 제패를 의미하며, 강력한 힘으로 유지되는 ‘세계 평화’를 지향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통계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은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4%를 차지했다. 중국이 15.4%, 일본이 6.1%, 독일이 4.6%로 뒤를 이었다.

 

기업 활동에서 미국의 영향력 또한 압도적이다. 2018년 브랜드 가치에 따른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미국 이외의 기업은 삼성, 도요타, 메르세데스-벤츠뿐이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가 1~5위를 차지했다.

 

국방비의 경우도 미국이 절대적이다. 1991년 소련 연방이 붕괴한 후 미국의 국방비 예산은 전세계 국방비 예산의 절반에 육박했다.

 

중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을 포함한 2~10위 국가들의 국방비를 합해도 미국을 넘어서지 못했다. 2017년 미국의 국방비는 6,000억 달러를 넘긴 반면, 중국은 1,500억 달러 정도를 기록했다.

 

미국 헤게모니의 원천은 최강의 군사력과 중심 통화인 달러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인류 보편의 수용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미국의 힘은 공통어인 영어, 민주주의와 인권·자유의 존중, 시장경제 제도, 인류 삶의 형식을 바꾸는 기술혁신 역량 등 문화적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1945년부터 2020년까지의 세계사를 돌아볼 때 미국의 헤게모니는 지속적으로 도전받아 왔다.

 

냉전 시대에는 소련이, 1980년대 이후에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소련은 1980년대 후반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힘을 잃었고, 일본 역시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경유하면서 영향력을 상실했다. EU의 경우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크지만, 브렉시트에서 볼 수 있듯 최근 통합의 구심력과 이완의 원심력이 팽팽한 긴장을 이뤄 왔다.

 

21세기에 들어와 미국의 최대 경쟁자는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주도 질서를 위협하고 나섰다. 황제의 위상을 굳힌 시진핑(習近平)은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워 21세기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야망을 드러냈다. 

 

현재 중국의 GDP는 미국의 70%이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앞지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은 2007년 14% 성장에서 2019년엔 6%가 됐다.

 

그리고 1970년대~2000년대 초 중국은 식량‧식수‧에너지 자원에서 거의 자급자족 국가였다. 또 노동연령층 10명이 65세 이상 1명을 먹여 살리는 이상적인 인구 구조였다. 주요 선진국 경제에서 이 비율은 5대1에 가깝다.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이 동력은 멈추거나 역전됐다. 2050년이 되면, 노동연령층 인구 2,3명이 65세 이상 1명을 부양하게 된다. 유엔 추정에 따르면, 2040년 중국의 중간 연령(median)는 46.3세로, 미국(41.6세)보다 높다.

 

군사력도 경제력 크기에 따라 미국을 추격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문제는 문화력으로 대표되는 소프트 파워이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투명한 시장경제를 추구한 적이 없다. ‘국가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세계 경제의 시장제도에서 유리한 것만 골라 편승한 결과가 지금 중국 경제의 힘이다.

 

일당독재 공산당이 국가의 주체로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인민의 일상생활, 시장도 마음대로 통제한다. 국익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反) 평화·반인권적 국가폭력에도 거리낌이 없다.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는 한 나라의 힘을 평가할 때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ㆍ군사ㆍ문화의 세 측면에서 미국의 힘과 영향력은 21세기에도 건재하다.

 

나이는 2015년 발표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평가한다. “미국의 세기가 탄생한 출생연도는 1941년도이고, 사망연도는 아직 미정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또 다른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팍스 시니카'와 여전히 미국을 대항할 자가 없다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대결이다.

 

미국은 동맹국 한국이 미국 편에 서기를 원하는 반면, 중국은 한국이 미국 편을 들지 않고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 과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어느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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