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에선 임신중지 찬성 여부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척도가 된다. 대개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임신중지에 찬성하고, 공화당 성향 유권자는 반대한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임신중지와 관련한 견해를 밝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2년 6월 반세기 이상 연방 정부 차원에서 보장됐던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를 폐기했다.
연방대법원 결정 의미와 전망을 알아본다.
미국의 ‘로 대 웨이드, 1973’(Roe vs. Wade) 판례는 “임신중지 행위 처벌은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의 권리 침해”라며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여성은 임신 6개월까지 스스로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로 대 웨이드’는 성폭행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를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쓴 가명 ‘ 제인로’(본명 노마 매코비)와 이 사건을 맡은 지방검사의 성인 ‘웨이드’를 따와 붙인 이름이다. 제인 로는 재판에선 이겼지만 지난한 재판 기간 동안 아기를 낳아 입양 보냈다.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50년간 연방 정부 차원에서 보장됐던 임신중지권 보장 판례를 파기했다. 연방대법원은 6월 24일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에 대한 심리 결과, 1973년 이래 유지돼온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폐기하기로 했다.
기존 판례를 폐기하는 다수의견의 핵심 논리는 임신중지는 헌법과 관련이 없으므로 애초부터 대법원이 심사할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헌법은 임신중지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임신중지권은 헌법 조항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임신중지권’이 헌법 조문에 들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헌법상 권리인 사생활의 자유 차원으로 해석한 것은 지나치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결정이 나온 배경 중에 하나는 연방 대법원에서 보수 대법관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에서 6명의 대법관이 보수 성향으로 평가된다.
이번 판결에 따라 미국 전체 차원에서 임신중지권은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대법원은 임신중지에 대한 입법은 각 주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 문제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재 전체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신중지 불법화를 추진하는 주는 대체로 공화당이 우세한 미국 남서부 지역으로,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스스로 ‘범죄자’가 될지, 시술을 허용하는 주로 이동할지 선택해야 한다.
결국 여성들의 임신중지 권리에 대한 헌법적 보호가 사라지면서 여성 인권 후퇴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미국의 여론(갤럽)은 응답자의 55%가 임신중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는 등 대법원의 판결이 일반 국민과 불일치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가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임신중지권은 영향력 있는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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