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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의존성, 익숙함의 오류

by 누름돌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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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을 살면서 익숙한 것을 선호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경로의존성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 쿼티키보드의 예시를 살펴보자

현대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자판의 사용이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자판이 바로 쿼티키보드이다. 그렇다면 쿼티 키보드는 어떻게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1968년 신문 편집자인 크리스토퍼 숄츠에 의해 개발된 쿼티자판은 왼쪽상단의 여섯 글자 큐, 더블유, 이, 알, 티 (Q, W, E, R, T, Y)를 따서 쿼티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이러한 쿼티 키보드는 자판의 배열이 알파벳 순이 아니라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는데 숄츠가 자판을 이처럼 배열한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 널리 알려진 의견은 타자기를 사용하면서 인접한 키를 연달아 치게 되면 키가 엉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또한, 고속 입력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느리게 치도록 자판을 배열했다는 설이 존재한다.

숄츠가 자판을 배열한 방식에 관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쿼티 키보드가 문자 입력에 있어서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쿼티 키보드보다 효율적인 자판은 없었을까??

쿼티 키보드가 개발된 이후 기술의 발전과 함께 효율적으로 입력이 가능한 다양한 키보드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어거스트 드보락이 만든 드보락 키보드라고 할 수 있다. 드보락 키보드는 쿼티 키보드 보다 타자를 치는 것에 있어서 효율적으로 자판이 배열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대착오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쿼티 키보드가 왜 대세로 사용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익숙한 것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장에 여러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가장 우수한 것이 널리 보급되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일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  경로의존성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경로 의존성 이론은 사회심리학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경로의존성은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여전히 그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경로 의존성의 사례는 쿼티 키보드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예시를 볼 수 있다.

경영학에서는 선점우위 효과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이는 초기에 시장에 진입하여 선점하는 것이 기술적 우위를 가지기 쉽고 유통망과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함을가진다는 것을 뜻하는데, 특히 기술이 중요한 IT 분야에서는 기존 이용자가 또 다른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네트워크 효과’까지 발휘돼 선점 우위 효과의 강도가 더욱더 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점우위 효과는 시장에서 쿼티 키보드와 같이 소비자에게 "표준"으로 인식이 되어버리면 경로 의존성에 의해서 후발주자들에게는 큰 진입장벽이 되어버릴수 밖에 없는 것을 보여준다.

경로 의존성은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학창 시절 학교에 다닐 때를 기억해보자. 학년이 올라가게 되면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물론 원래 알던 친구들이나 선생님 일수 도 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낀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직장인의 경우 업무변경이나 부서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을 느낀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혹여 새로운 부서의 일이 지금보다 조금 편할지라도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경로 의존성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책에서는 어떨까? 도로명주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로명주소는 기존에 사용되던 지번 주소에서 변경되어 새롭게 사용되고 있는 주소이다. 도로명주소는 대한민국에서 1995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전면개정을 하고 2014년부터 전면시행한 주소 표기 방법의 하나이다. 원래 전면시행 예정일은 2012년 1월 1일이었지만 2011년 5월 18일 급격하게 기존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변경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도로명주소법 개정안이 제출되었고 2014년 1월 1일 시행으로, 지번 주소와 도로명주소를 함께 쓸 수 있는 기간이 2년 연장되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현 2021년에도 실질적으로 도로명주소는 지번 주소와 함께 사용되고 있다. 그 이유로 유통과 배달 업종에서는 주소를 둘 다 알아야 할 정도로 도로명주소의 장점이 무색해졌다. 이처럼 도로명주소가 편하다고 하더라도 경로 의존성에 의해서 쉽게 쉽게 바꾸는 것이 힘든 것을 알 수 있다.


 

 


속담 중에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시작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는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로의존성에 의해서 한 번 결정되어버린 것은 쉽게 변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정책결정 혹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의 새로운 결정을 내릴 때에는 항상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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