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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 vs 제한된 합리성

by 누름돌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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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란 말이 있다. "조금만 더 잘까? 아니면 지금 일어날까?", "짜장?, 짬뽕?" 이렇듯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이 들기까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이런 선택의 과정에서 과연 인간은 합리적일까? 과거의 사람들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부정할 것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무엇을 전제로 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가정했다. 따라서 물건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내려가야 하고,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올라가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항상 합리적으로 결정하지만은 않는다. 인간은 각자의 성향과 욕구, 생각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명품의 경우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품귀현상을 빚을 때가 있고, 음식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면 오히려 의심하여 소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현실의 인간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이다. 즉흥적인 동시에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동시에 불합리하다.

 

허버트 사이먼



이런 행동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등장했다. 바로,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다. 그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기존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한계를 극복했다.

 

이 개념에서 인간은 모든 정보와 완벽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대신 제한된 정보와 상황 속에서 만족스러운 대안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즉, 최적의 선택이 아닌 만족화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합리모형(rationality model)', 적절한 수준의 대안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을 '만족모형(Satisficing mode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정책결정과정에서 적용된다.

사이먼은 제한된 합리성을 설명하기 위해 건초더미 속에 묻힌 수 백 개의 바늘 중 한 개를 선택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때 가장 좋은 바늘을 찾기 위해 모든 바늘을 꺼내어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 바늘을 사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무작위로 몇 개를 찾아 그중에서 가장 괜찮은 바늘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하였다. 선택을 할 때, 시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으며 굳이 가장 날카로운 바늘을 사용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속 제한된 합리성이 사용되는 경우를 세탁기를 구매하는 상황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는 세탁기를 살 때 매장에 있는 모든 제품을 비교해서 구매하지 않는다.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 제품이라서 믿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개념 하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기업의 경우 개인의 의사결정과 달리 개인적인 제약과 조직적 차원의 제약이 함께 적용된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개인의 의사결정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결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들이기보단, 적당한 대안을 선택하여 결정한 후 보완해 나가는 방법을 선호한다. 이런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마존의 CEO 베이 조스(Bezos)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70%의 정보를 얻었을때 내려야 한다." "90% 이상을 얻을 때까지 기다리면 늦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했다. 즉, 기업의 경우 의사결정의 정확성보다는 시간을 더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정책결정과정의 경우 대표적으로 의사결정과정을 바탕으로한 만족 모형(Satisficing model)과 점증 모형(incremental model)이 존재한다.

 

점증 모형이란 만족모형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개인보다는 정책 결정자에 초점을 맞춘 모형이다. 이는 기존의 정책이나 결정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정책결정과정에서 제한된 합리성이 적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책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국회의원과 같은 사람들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많은 정책을 모두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행되는 모든 정책을 하나하나 검토하기보다, 작년의 정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

앞서 설명한 예시들에서 한가지의 공통점이 보인다. 제한된 합리성이 적용된 의사결정은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제한된 합리성을 통한 의사결정도 단점이 존재한다. 개인의 만족이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결정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또한 기업과 정책결정과정의 경우에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도전을 제약하는 쇄신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있다. 따라서 기업과 정책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제한된다. 즉, 제한된 합리성 하에서 이루어진 의사결정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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