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용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자를 아는 사람이 조금은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봉급(俸給), 급여(給與), 월급(月給), 연봉(年俸), 임금(賃金), 상여(賞與), 수당(手當), 보수(報酬), 급료(給料), 녹봉(祿俸), 봉록(俸祿), 월봉(月俸), 연급(年級). 솔직히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유사점은 무슨 일이나 관직에 종사하는 대가로 받는 금전 일체 정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 세비(歲費)다. 이건 국회의원의 월급을 일컫는 말이다. 왜 유독 국회의원들이 받는 돈만 세비라는 유별난 명칭이 붙었을까?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세비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국회가 생긴 지 10개월이 지난 1949년 3월 31일이다. ‘국회의원 보수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것이다. 여기에 “국회의원에게 1인당 세비 연액 36만 원을 지급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 법률은 1956년 개정되어 “국회의원에게 국무위원이 받는 보수와 동액의 세비를 지급한다”는 것으로 바뀐다.
그 후 1973년 이 법률은 폐지되고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 대신하여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세비는 50여 년 전에 사라진 용어인데 여전히 사용되어지고 있다. 정확한 용어는 국회의원 ‘수당’이 되겠다.
국회의원 연봉은 얼마?
2020년 기준 대한민국 국회의원 1인당 연봉은 1억5188만원이다. 국회의원 연봉은 직장인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수당(세비, 8999만원), 명절휴가비 등 상여금(1485만2860원), 그리고 특별활동비 등 경비(4704만원)가 매달 지급된다. 더하여 의정활동 경비(연간 9251만 8690원)와 보좌진 월급 등을 포함하면 의원실 한 곳당 연간 8억 원 정도 된다.
국회의원 연봉의 월평균을 내면 1,266만원인데, 국회 회기일수가 연평균 280여일인 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하루 일당은 54만원에 달한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이 2017년 기준 618개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2017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소득 1위는 국회의원이다. 다음으로 성형외과 의사(1억3600만원), 기업 고위 임원(1억3000만원), 피부과 의사(1억2000만원), 도선사(1억2000만원), 대학총장 및 학장(1억1000만원) 순이다.
반대로 연봉수준이 가장 적은 직업은 시인(1000만원), 작사가(1100만원), 방과 후 교사(1500만원), 보조 출연자(1500만원), 소설가(1550만원) 순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또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한국 근로자 평균 연봉은 3,647만원이었다. 중소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771만원으로, 대기업 6,487만원의 58.1% 수준이었다. 결국 어떤 기준으로 봐도 국회의원 연봉이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2억4455만7000원, 한덕수 국무총리는 1억8959만2000원을 연봉으로 받는다. 부총리와 감사원장 연봉은 1억4343만8000원, 장관 및 장관급 공무원 연봉은 1억3941만7000원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아도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자료 1-11). 2017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GDP 기준으로 영국과 프랑스 의원들의 세비가 각각 1억1600만원~1억2600만 원대로 GDP의 2.6배, 독일 의원들의 세비가 1억4800만 원대로 3배, 미국이 1억9500만 원대로 3.3배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5.18배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GDP 대비 5.38배인 일본 의원들의 세비 2억3700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세비를 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이들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약 7,000~8,000만 원 선으로 낮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한국 국회의원 연봉이 많은 이유는 수당에 ‘활동비’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2020년도 수당은 매월 평균 750만원, 1년간 8999만원인데,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나뉘는 활동비까지 더하면 이들의 연봉은 1억5188만원이 된다. 매달 392만원(입활비 314만원, 특활비 78만월)을 추가로 받기 때문이다.
특별활동비의 경우 회기일수를 기준으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일정 금액씩 지급된다. 국회의원의 본연의 일인 입법활동을 하고 국회 회의에 참석한 것에 추가 수당을 주고 있다. 우리 국회는 특별활동비로 회기 중 하루 31,360원, 1월·7월·명절 때 특별 수당을 받는다. 일본도 6월, 12월 두 차례 기말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독일과 스웨덴은 그런 수당 자체가 없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다.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일한 만큼 수당을 지급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자’는 건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80.8%, 반대 10.9%로, 지지 정당·이념·지역에 관계없이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다. 이런 여론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2016년 국민의당 의원 38명이 국회 개원이 법정 시한보다 늦어지자 이틀 치 세비 2872만원을 반납한 전례가 있다.
이미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폴란드, 스웨덴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국회 불출석 일수만큼 세비를 삭감한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상임위 불출석 각각 3회, 4회면 상임위원 자격도 박탈한다.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인도, 터키는 본회의 불출석 의원에 대한 제명제도 시행한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받을 연봉을 ‘셀프’ 책정하고 결정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회의원 연봉은 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최종 결정한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에서도 독립기구 구성을 통해 연봉을 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면 영국은 2009년 독립기구인 ‘IPS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를 설립, 국회의원의 봉급과 수당체계의 적정 수준을 정하고 지출을 감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외부 독립기구가 국회의원 연봉을 정하는 국가는 흔치 않다. 보통은 행정부과 사법부 등 입법부 외부의 국가공무원 보수 규정에 연동해 급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세비를 둘러싼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해야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사유로 파행과 다툼만 계속하면 얼마를 받든 욕을 먹는다. 직장인 같았으면 일찌감치 해고됐다. 사규 위반, 업무 태만, 직무 유기 등 사유는 많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국회의원 소환제’ 청원까지 나서겠는가.
국민들은 국회의원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이는 국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정치 혐오 현상이 바탕에 깔려 있지만, 합리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국회의원은 하는 일에 비해 많은 돈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한다면 세비 지출에 무조건 부정적인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뉴스1뉴스, “올해 국회의원 연봉 1억5188만원...3년래 최저 12만원 인상”, (2020.3.14).
브랜드타임즈, “국회의원...신뢰도 꼴찌, 평균소득 1위”, (2019.4.7).
오마이뉴스, “국회의원의 봉급은 왜 ‘세비(歲費)’라고 부르나?”, (2005.10.6).
한겨레, “의원 월급 지난해 실수령액 합쳐보니 1억2030만620원”, (2019.3.9).
한국일보, “국회 파행에도 세비 받는 의원들, 무노동 무임금 적용할 수 있을까”, (2019.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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