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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여성할당제와 여성 국회의원의 변화

by 누름돌 2022.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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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 중 여성은 절반(49.9%)을 차지한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20대 총선 유권자 현황에 따르면 여성 비율은 50.5%. 투표권을 가진 사람은 여성이 조금 더 많다. 그리고 투표도 여성이 더 많이 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성 투표율은 61.2%로 남성 투표율(59.9%)보다 높았다. 또한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도 여성(77.3%)이 남성(76.2%)보다 근소하나마 더 투표를 많이 했다. 그러나 여성 국회의원이 적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고, 각종 시험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는 뉴스를 접한 지도 오래되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여성의 로스쿨 진학률은 44.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법조인 종류별 여성의 비율은 판사 28.9%, 검사 29.4%, 변호사 25.3%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의료 분야의 여성 비율은 의사 25.4%, 치과의사 27.0%, 한의사 21.0%, 약사 64.0%로 나타난다. 그리고 행정부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2017년 처음으로 50% 넘었다.

 

그러나 유독 정치권에서만 예외다. 한국 국회는 16대 국회에서 5.9%(16)를 기록한 여성 의원 비율이 17대에서 13.0%(39), 18대에서 13.7%(41), 19대에서 15.7%(47), 20 17.0%(51), 21 19.0%(57)를 기록했다. 여성의원의 비율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적은 숫자다.

 

 

여성의원 비율 비교

 

여성의 정치참여 지표 중 하나인 국회의원 여성비율에서 한국은 전 세계 평균을 크게 밑돈다. 국제의회연맹(IPU)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1월 기준 한국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7.0%로 전 세계 평균 24.3%와 큰 차이를 보이며, 순위로는 조사 대상 193개국 중 121위에 머물렀다.

 

여성의원 비율(하원 기준)이 가장 높은 국가는 르완다(61.3%)였고 쿠바(53.1%) 볼리비아(53.1%) 등이 뒤를 이었다. 선진국인 주요 7개국(G7) 중에는 프랑스(39.7%, 16)가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35.7%, 30), 영국(32.0%, 39), 독일(30.9%, 47), 캐나다(26.9%), 미국(23.5%, 79) 등으로 집계됐다. G7 국가 중 일본은 여성의원 비율이 10.2%로 한국보다 낮은 165위를 기록하며 다른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할당제 고찰

 

정치 분야에서 여성의 과소대표에 대한 논쟁이 기반하고 있는 두 가지 개념인 수치상의 대표(the descriptive)와 실질적 대표(the substantive)에 대해, 여성들은 수치상의 대표성 확대가 실질적 대표성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인식하에 할당제라는 제도를 통해서 여성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세계 각국 의회에서는 여성의원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세계의회연맹(IPU) 자료를 기준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국 중 여성의원 또는 여성후보자 할당제는 쿠바(여성의원 비율 53.2%, 2)와 핀란드(42.0%, 10)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OECD 회원국 35개국 중 29개국이 공직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여성의원 비율이 15%이상 증가한 13개 국가 모두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여성할당제를 통한 여성의 국회 진출은 여러 측면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확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여전하다. 찬성론자들은 실질적 양성평등을 위하여 필요하며 여성들이 스스로 진입하기 어려운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반대로 반대론자들은 기회균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제약하고 오히려 여성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한국의 여성 할당제

 

한국은 15대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여성의원 숫자가 200016대 총선부터 두 자리 숫자로 늘었다. 비례대표 여성 30% 할당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부터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제로 늘리고 교호순번제를 도입하자 39명으로 늘었다. 그 뒤 지역구 당선자가 많아지면서 여성의원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지역구 당선자가 비례대표 당선자보다 더 많아졌다. 그리고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비례대표도 여성 50% 할당제가 의무화되었다. 이러한 결과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은 매우 증가하였으며 국회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증가하였다.

 

그러나 전체 의석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구 의석을 보면 여성의원의 비율은 매우 낮다. 20대 국회에서 지역구로 선출된 여성 의원은 29(11.4%) 뿐이다. 지역구 공천을 통해 여성 의원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지역구는 유권자들이 뽑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공직선거법 제474항은 각 정당이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조항이다.

 

각 정당이 지역구에 여성을 공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지역구에서 여성의 당선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공천하지 않으니 당선이 안 되고, 당선이 안 될 것 같으니 공천을 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여성할당제 관련 법조항>

시기 관련조항 핵심내용 적용
선거
2000.2.16 정당법 제31 국회 및 광역의회 비례대표 30% 여성추천의무화 2000년 총선
2002.3.7 정당법 제31
공직선거법 제47, 52
- 광역의회 비례대표 50%2인 중 1인 여성추천도입
광역의회 지역구 30% 추천권고
광역의회비례대표 50% 2인 중 1인 여성추천 위반 시 등록무효
2002년 지방선거
2004.3.12 정당법
31
공직선거법 제47
- 국회 비례대표 여성추천 50%로 확대
국회 지역구선거 30% 여성할당 권고
2004년 총선
2005.8.4 공직선거법 제47, 49, 52 국회비례대표 홀수번호 부여
기초의회비례대표제 도입
기초의회비례대표 50% 여성할당 및 홀수번호 부여
지역구 국회의원선거와 지역구 지방의회의원선거 30% 여성할당 권고
기초의회 중선거구제 도입
2006년 지방선거
2006.10.4 공직선거법
47, 52
비례대표 50% 여성할당 및 홀수번호 부여 위반 시 수리불허 및 등록무효대상을 광역의회 및 기초의회로 확대 2006
2010.3.12 공직선거법 제47, 52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1명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며 이를 위반 시 등록무효로 함(군지역제외). 단 후보 총수가 의원정수 50%미만인 경우는 제외 2010년 지방선거

출처: 김원홍 외

 

 

비례대표에 국한된 여성할당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후보자의 30%이상 여성을 공천할 경우 정당에 국고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지만, 20대 총선 지역구 후보자 934명 중 여성 공천자는 98(10.5%)에 불과했다. 여성 지역구 30% 공천을 권고 규정에서 강제규정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의 사례에서도 여성의 정치영역 확대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생활정치의 욕구로 확대되어 건강, 교육, 사회복지 등의 여성과 관련된 분야에서 여성들의 시각이나 판단력의 영향으로 다양한 해결방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일단 부각되면 여성의제이던 아니던 모든 의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저출산, 보육, 여성 인적자원개발 등에 대한 관심도 제고에 여성의원의 증가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김원홍 등은 17대 국회의원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의원의 확대는 의정활동 역할, 정치적 태도, 정책우선순위와 선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성친화적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여성의원이 여성의제를 실질적으로 대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입증하고 있다.

 

어느 국가에서든 의회의 구성이 다양한 유권자와 사회계층을 완전히 반영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은 법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지녔으나 현실적으로 정치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여성의 과소대표성이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성차별적이고 성불평등한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 변경 없이 여성·젠더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여성 할당제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 여성의 정치참여확대와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 도입되었고 그 결과 여성의원의 증가에 부분적으로 기여한 바 있으나, 여전히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제한적이다.

 
 
 

핀란드의 여성정치

 

핀란드의 산나 마린(34)20191210일 세계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후 전체 19명의 장관 중 12(63%)을 여성으로 임명했으며, 이 중 4명은 30대였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여성 장관 비율이 2014년 기준 27%인 것과 비교하면 핀란드는 그 2배가 넘는다.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여성 30대 총리와 장관이 등장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핀란드는 일찍부터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활발했다. 1906년 유럽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했으며, 특히 오랜 기간 여성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온 역사적·사회적 배경의 영향으로 할당제를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2019년 현재 의회 전체 200석 중 93(47%)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2018년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핀란드가 156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57위였다.

 

 

 

 

 

  참고자료

 

김민정 외, 젠더정치학, 한울아카데미(2011), 94~143.

김원홍·김복태·김혜영·전선영·김은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관련 선거법·제도의 효과성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5), 2~3.

김유정, “일본의 공직선거 후보자 남녀균등법제정 배경과 주요 내용”,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8).

앤 스티븐스(김영신 옮김), 여성, 권력과 정치(Women, Power and Politics), 명인문화사(2010), 149~180.

연합뉴스, “핀란드, 세계 최연소 총리 배출 ... 내각도 여성천하’”, (2019.12.11).

의회정치연구회, 한국 국회와 정치과정, 오름(2010), 74~98.

한겨레, “‘남녀동수국회 되려면 66년 걸려 ... ‘여성의원 30% 의무화추진”, ( 201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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