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다. 당선 후 의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원구성(院構成)’이다. 원구성이란 회의체로서 국회가 기능하고 활동하기 위해 국회의장 1인과 국회부의장 2인으로 구성되는 의장단, 그리고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의 위원과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이 입학 후에 반편성을 하고 반장과 부회장을 선출하는 행사와 유사하다. 국회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상임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각 국회는 전반기와 후반기 원구성을 하게 된다.
상임위원회 중심주의
우리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본회의서 바로 법안을 의결할 경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법안이 처리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는 본회의에 법안을 올리기 전에 전문성을 갖춘 소수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회의체를 의미한다. 이곳에서 실질적인 법안의 검토·수정·폐기 등의 일들이 이뤄진다. 따라서 각 상임위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구 중의 하나이다.
20대 국회의 경우 각각의 소관사항에 따라 총 17개의 상임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복수의 상임위원회 소관과 관련되거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하기 위하여 본회의의 의결로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
<한국 국회의 상임위원회와 소관사항>
상임위원회 | 소관사항 |
국회운영위원회 |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 <국회법>과 국회규칙에 관한 사항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인권위원회 소관에 속하는 사항 |
법제사법위원회 | -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소관에 속하는 사항 헌법재판소 사무에 관한 사항 법원·군사법원의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 탄핵소추에 관한 사항 법률안·국회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 |
정무위원회 | -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 회,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소관에 속하는 사항 |
기획재정위원회 |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소관에 속하는 사항 |
교육위원회 | 교육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에 속하는 사항 |
외교통일위원회 | 외교부, 통일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에 관한 사항 |
국방위원회 | 국방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행정안정위원회 |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소관에 속하는 사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단체에 관한 사항 |
문화체육관광위원회 |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원회 |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산업통상자원중소 벤처기업위원회 |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보건복지위원회 |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에 속하는 사항 |
환경노동위원회 | 환경부, 고용노동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국토교통위원회 | 국토교통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정보위원회 | 국가정보원 소관에 속하는 사항 <국가정보원법> 제3조1항5호에 따른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대상 부처 소관의 정보예산안과 결산심사에 관한 사항 |
여성가족위원회 | 여성가족부 소관에 속하는 사항 |
현재 한국 국회의 특별위원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기타 특별위원회가 존재한다. 이 중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상설로 운영되고, 나머지 특별위원회는 활동기한을 정하여 운영된다.
<한국 국회의 특별위원회와 소관사항>
특별위원회 | 소관사항 |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
예산안, 기금운용계획안, 결산 심사 |
윤리 특별위원회 |
의원의 자격심사·징계에 관한 사항 심사 |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
헌법에 따라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 및 대법관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 대한 임명동의안 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제출한 선출한 등을 심사 |
기타 특별위원회 |
둘 이상의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안건이거나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안건을 효율적으로 심사 구성할 때에 정해진 활동기한이 종료하거나 그 안건이 본회의에서 의결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존속 |
인기 상임위는?
국회는 2년에 한 번씩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이끌 위원장을 다시 뽑고, 상임위원들도 재배치한다. 상임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정당 간 그리고 당내에서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어떤 상임위로 갈지, 누가 위원장을 맡을지를 두고서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 소속된다는 것은 직장에서 회계·인사·홍보 등의 한 직무를 맡는다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돈’과 밀접한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에서, 또 다른 이는 ‘지역’과 가까운 일을 하는 상임위에서 일한다.
이것은 의원에겐 의정활동을 넘어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의원들은 2년 마다 일하고 싶은 상임위를 지망할 수 있지만, 인원 제한이 있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선수와 지역, 실세 여부, 관례, 당 전략 등 다양한 정치적 요소가 상임위 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리고 시대 분위기에 따라 의원들의 상임위 지망도 달라진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각 정당들은 위원장 자리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 애쓴다. 우선은 의석수별로 위원장을 배분하는 게 기본이다. 상임위원장은 의사일정을 처리한다. 법안 우선순위와 소환하는 부처명단 등 민감한 내용들을 다루는 의사일정을 최종 결정하는 자리다. 정당 내의 상임위 배정의 룰은 복잡하다. 경선도 하고, 1년씩 교대로 맡는 등 다양하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경력만 10여년이 넘어가는 3선급의 중진 의원들이 주로 맡는다. 위원장은 3선, 여야 간사는 재선 그룹에서 맡는 게 통상적인 관례다. 위원장은 여야 몫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법사위, 산자위, 복지위, 국토교통위 등은 야당 몫, 운영위, 국방위, 행안위, 정무위, 기재위 등은 여당 몫이다.
인기 있는 상임위는 이유가 있다. 위원들이 선호하는 위원회는 지역구민의 민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 지역구에 예산과 사업을 유치하기 쉬운 곳, 기업들에 영향을 주는 경제 정책을 맡은 곳, 의회 내 의원들의 위상과 관계가 있는 곳 등이다. 쉽게 말해 돈이 되거나 표가 되는 상임위에 의원들이 몰린다.
가장 인기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다. 지역구 공약과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다루는 곳이다. 법안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관련 예산을 직접 만질 수 있다. 지역구 유권자에게 ‘티’를 낼 수 있다.
열 곳이 넘는 공공기관을 산하에 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 위)와(산업위)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도 같은 이유로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인기도 국토위 못지않다. 교육 분야에서 정책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나 교육재정교부금을 배정받아 지역구나 모교에 체육관과 급식시설을 짓도록 할 수 있다. 예결위는 일단 들어가면 음으로 양으로 지역구 예산을 챙길 수 있다.
법사위는 본회의서 처리할 법안의 우선순위와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들의 체계와 자구를 심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핵심 상임위다. 운영위도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등 핵심 권력기관을 관장하기 때문에 청와대를 방어 또는 공격하기 위한 다툼이 벌어진다.
정무위는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를 의미하는 단어 ‘정무’처럼 다양한 기관들을 관리한다. 국무총리실부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알짜’ 국가기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범위뿐만 아니라 다루는 법안의 내용도 어렵고 깊기로 소문났다.
국회의원들이 기피하는 상임위도 있다. 민감한 사안을 다뤄야 하거나 표심을 얻는데 도움이 될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움이 있는 곳이 그렇다. ‘가성비’가 좋지 않은 상임위다.
국방위, 외교통일위, 정보위 등 안보 및 외교 문제를 다루는 상임위들은 큰 인기가 없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데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못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위 역시 공부할 것만 많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환노위는 전통적으로 지원자가 적은 상임위다. ‘일하고 욕먹는’ 상임위로 알려져, 보통은 ‘지원 미달’인 경우가 많다.
국방위원회도 ‘영양가’ 없는 위원회로 보통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배정받는 일이 많다. ‘불모지’ 여성가족위원회도 여성, 초선, 비례대표 위주로 구성된다. 성과를 내더라도 이해관계자가 한정적이고, 한쪽의 입장만 대변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있다.
한국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어 국회에서 상임위원회가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중요하다. 의원 전원이 참여하여 심의하는 영국 등 의원내각제 국가들이 주로 채택하는 ‘본회의 중심주의’는 대표성은 뛰어난 반면 결정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전문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반면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는 효율성과 전문성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상임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짧아서 전문성을 축적할 시간이 부족하다.
국회 현역의원들의 재선 비율이 50% 남짓에 불과하지만, 전·후반기 상임위원 교체율이 50%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임위원 배정 기준이 전문성 보다는 권한과 이권의 배분 요인에 의해 결정되어 제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포크배럴이란?
포크배럴(pork barrel)은 ‘돼지고기 보관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역구의 선심사업을 위해 정부의 예산을 남용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미국 남북전쟁 전, 노예들에게 나무통 속에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주었을 때, 그것을 서로 많이 얻기 위해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을 표현한 것에서 유래한다. 연방예산을 끌어들여 지역구에 선심을 쓰고, 표를 얻으려는 포크 배럴 정치를 하는 의원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 국회의 경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일명 ‘쪽지예산’을 통해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선심성 예산을 챙기는 경우가 많아 비난성 기사가 보도 되곤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이러한 기사도 지역구 홍보용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자기 부고(訃告)만 빼고는 좋든 나쁘든 모든 기사를 환영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참고자료
가상준, “18대 국회 상임위원회 전반기와 후반기 비교 연구”, 『한국정당학회보』, 제11권 제1호(2012).
김현우, “국회의 조직과 운영”, 한국정치학회편, 『한국의회정치론』, 건국대학교출판부(1999), 119~150쪽.
의회정치연구회, 『한국 국회와 정치과정』, 오름(2010), 36쪽.
임재주·서덕교·박철·장은덕, 『국회의 이해』, 한울(2019), 53~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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