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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국회의 해임건의안과 대통령 vs 탄핵소추안과 헌법재판소

by 누름돌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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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독단과 전횡에 빠질 때 이를 직접 제재할 수단은 탄핵뿐이다. 이런 극단적 상황 이외에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할 또 다른 방법으로 헌법에 마련된 게 해임건의권이다.

 

헌법 제63조에 규정된 국회의 해임건의권은 형식상으로는 국무총리·장관을 겨냥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책임 추궁을 본질로 하는 제도다.

 

 


 

 장관 해임건의안의 역사

 

 

해임건의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부에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한 수단이다. 의원내각제에서 차용했다.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의 구속력은 여러 차례 개헌을 거치며 변천했다.

 

제헌 헌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었으나 1952년 1차 개헌에서 내각불신임권, 54년 2차 개헌에서 국무위원 개인에 대한 불신임권이 도입됐다. 국회의 결의가 있으면 해당 국무위원은 즉시 물러나야 했다(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 해임).

 

62년 제3공화국 헌법에서는 해임건의권으로 바뀌면서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 해임). 이후 72년 유신헌법과 80년 제5공화국 헌법에서는 해임건의권이 다시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해임의결권으로 격상됐다가 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 해임건의권으로 돌아왔다.

 

1972년 유신헌법, 1980년 5공화국 헌법에서는 ‘건의’가 아니라 ‘의결’로 강화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대통령이 국회 구성에 개입한 독재의 시대였기 때문이다.1987년 6공화국 헌법은 3공화국 헌법의 ‘건의’로 돌아가면서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빠졌다.

 

그러나 현행 헌법체제에서도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은 직에서 물러났다. 임 장관 해임안은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일부 남측인사의 돌출행동이 빌미가 됐는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해임안이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라는 뜻을 밝히면서도 곧바로 국회의 결정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대학생들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추진된 김 장관 해임안 역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부당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하면서도 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헌정사상 첫 해임안 거부 사례가 만들어졌다. 

 

2022년 이태원 참사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했다. 헌정사상 두 번째 해임안 거부 사례가 만들어졌다.

 

 

출처: 연합뉴스

 

 

 

 장관 탄핵소추안과의 차이점 

 

해임 건의와 탄핵소추는 공직자의 직위를 박탈하거나 직무수행을 정지시킬 수 있는 국회의 권한이다. 해임 건의는 국회가 국무총리,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식이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국회 재적 의원 절반이 넘는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반면, 국무위원의 경우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의원 과반으로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를 밟게 된다. 탄핵소추안 의결 시 탄핵 대상자는 업무가 정지된다. 탄핵소추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에 헌법이나 법률을 어겼을 때에 적용할 수 있어 법적 요건이 까다롭다.

 

2023년 2월 8일 야3당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소추안은 재석의원 293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9명, 무효 5명으로 통과되었다. 현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법, 국회법에 따라 소추의결서가 행안부 등에 송달되면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직무상 권한이 정지된다.헌법재판소는 국회로부터 소추의결서를 제출받은 뒤 최장 180일 간 탄핵안을 심리하게 된다. 9인의 재판관 가운데 6인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인용되면 이 장관은 파면된다.

 

 

 


해임건의의 구속력에 대해서는 비구속설과 구속설이 대립한다. 헌법재판소 판례는 비구속설이다. 

 

지금까지 국회가 국무위원 해임을 건의한 것은 일곱 차례다. 임철호 농림부 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197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16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2022년)이다. 임철호부터 김두관까지 다섯 차례는 당시 대통령들이 국회의 건의를 수용해 장관을 해임했다.

 

해임건의의 사유는 매우 폭넓다. 탄핵처럼 헌법·법률 위반행위에 국한되지 않고, 정책 수립·집행에서 중대한 과오를 범했거나 국무위원으로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것도 사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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