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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현대판 어의' 대통령 주치의

by 누름돌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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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아프면 누가 치료할까? 우리나라는 대통령 주치의 제도가 있다. 대통령실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통령과 그 직계가족 등의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을 위해 주치의를 위촉할 수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소액의 수당 외에 월급이 없는 무보수이지만 차관급 대우를 받는 명예직으로 현재 양방과 한방에서 1명씩 위촉되어, 본업을 병행하며 1~2주에 한 번씩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해외 순방 등에 동행한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 건강은 국가 안위와 직결된다. 대통령 주치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건강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가장 중심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치의와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재임 시절 김영삼 대통령의 위내시경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를 두고 청와대 비서진과 의료진 간 격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한쪽에서 수면 내시경으로 대통령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의견을, 다른 한쪽에서는 일반 내시경을 하자는 의견이었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주치의가 했는데 그 당시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수면제로 대통령을 가수면 상태에 빠뜨리게 할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은 일반 위내시경을 받아야 했다는 일화가 있다.

 

대통령의 건강은 보안 사항으로도 분류된다. 그렇기에 주치의의 덕목으로 VIP 건강의 비밀 유지가 꼽힌다. 대통령의 건강은 통상 2급 기밀에 해당한다. 2급 기밀은 내용 누설 시 국가안전 보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시절 폐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퇴임 후 회고록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뇌경색 증상을 보인 사실이 8년 뒤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일전에 건강의 문제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자 대통령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며 논란이 발생했고 논란을 진화하고자 과로로 인한 몸살감기라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순방 중 링거 투혼 속 일정을 소화했다고 청와대가 나서 상세히 공개했었다. 피로 누적이나 몸살감기 같은 가벼운 병세는 공개를, 비교적 무거운 증상은 철저하게 비공개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주치의 임명과 활동

 

대통령 주치의는 어떤 사람들이 임명되며, 어떻게 활동할까. 역대 대통령 주치의를 살펴보면 주로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으로 임명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같이 근무했던 간호장교,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같은 대학교 동문 후배, 이명박 대통령은 사돈 등을 주치의 자리에 임명했다. 주치의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 발탁하는 이유는 대통령과 함께해야 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통령 주치의의 처음 공식 임명은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종두법으로 유명한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지홍창 박사를 주치의로 임명했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 의대 소화기 내과 송인성 교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의대 순환기내과 최윤식 교수를 각각 주치의로 임명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는 노무현 대통령의 허리 디스크 때문에 한방 주치의도 임명됐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사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다시 임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내과가 아닌 산부인과인 연세의대 이병석 교수와 서울 의대 서창석 교수를 차례로 주치의에 임명했으며, 서 교수가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되면서 서울의대 신경과 윤병우 교수에게 주치의 자리가 넘어갔다.

 

문재인 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당시 전 노무현 대통령 주치의인 송인성 교수를 임명했고 송 교수 은퇴 후 소화기 내과 김대환 교수를 임명했다.

 

 

출처: THE FACT

 

 

 

대통령들의 주치의는 서울대 병원 내과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민헌기 서울대 교수를 시작으로 대통령 대부분이 내과를 전공한 서울대 현직 의사들을 주치의로 뒀다. 내과 의사들이 주로 임명되는 것은 내과가 신체 전반을 다루고 있다는 점, 서울대병원 의사가 주로 임명된 것은 서울대가 우리나라 최고 의료기관이었다는 점이 주된 이유이다.

 

또 한 가지 이유도 있다. 청와대와의 거리다. 대통령 주치의는 청와대에 상주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의 일정은 수행하지만, 평소에는 소속된 병원에서 진료와 연구 활동을 한다. 대신 유사시를 대비해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예외인 사례들이 있다. 과거 김대중·박근혜 대통령이 세브란스병원 의사를 주치의로 위촉했고 전두환 대통령이 민병석 가톨릭의대 교수를 위촉했다. 그리고 현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 강대환 교수는 부산대학교에 재직 중으로 최초의 지방 출신 대통령 주치의이다. 부산에 있는 강대환 교수가 위촉됐을 때 논란이 발생했다. 강 교수가 평소 서울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양산에 있어서 긴급 상황 시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문제없다. 주치의보다 더 대통령을 가까이서 살피는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청와대 의무 실장이다. 청와대 경호실 소속인 의무 실장은 청와대에 상주하지 않는 주치의를 대신해 항상 대통령 주위를 지킨다. 청와대 의무실에는 의무 실장을 비롯해 의무대장, 간호 부장 등의 현역 의료진들이 돌아가며 24시간 대기 체제를 갖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엔 국군 서울지구병원으로 갈 수 있으며 또한 분야별로 20~30명의 담당 의사가 지정돼 있다..

 

자문 위원으로 불리는 이 의사들은 각 진료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위촉 경쟁이 치열하다. 분야별 자문위원 추천권은 대통령 주치의가 누리는 권한 중 하나이다.

 

대통령 주치의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달에 한두 번 독대할까 말까 하는 주치의는 상징적 자리에 불과하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 주치의 자리를 놓고 대학병원들이 경쟁하거나 특정 인맥이 가동되는 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분과전문의는 주치의의 정의에도 맞지 않고 포괄적 진료가 불가능하므로 단순 교통정리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주치의가 동행하지 않는 일도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사태에서 대통령 주치의와 관련된 각종 폐단이 드러나며 의료계 내부에서는 대통령 주치의제 폐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주치의에 임명된 의사가 3명이나 됐지만 실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은 최순실 씨와 연관된 비선 의료진이 전담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대통령 주치의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이다.

 

또한 청와대 내에는 의무실장이 상주하면서 평소 대통령 건강관리를 하는 등 사실상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대통령 주치의 임명이 꼭 필요한지 회의감을 갖게 한다. 이에 대통령 주치의를 임명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군 의료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주치의인 백악관 의사는 백악관 내부에 사무실을 두고 일반적으로 5명의 군의관, 5명의 의사 보조원, 5명의 간호사, 3명의 구급 요원, 3명의 관리자 및 1명의 IT 관리자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든, 해외에 있든, 선거 운동 중이 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에 탑승하든 항상 가까이에 있어서 대통령의 그림자라고도 불린다. 그렇기에 1981년 레이건 대통령 (Ronald Wilson Reagan) 암살 미수 사건 당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활약할 수 있었다.

 

백악관 의사는 대통령 검진, 수술 등을 제외하고도 대통령 직계 가족, 부통령과 부통령 가족에게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매년 백악관을 방문하는 150만 명 이상의 방문객과 국제 고위 인사와 대통령의 다른 손님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 주치의의 역할을 군에 맡기기에는 우리나라 군의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주치의 역할을 군에 맡기기보다 먼저 군진의학의 실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 통수권자의 건강은 곧 국가 안위인 만큼 주치의 역할을 군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군 의료가 역량이 되지 않기에 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라도 군 의료를 정상화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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