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사형제가 12년 만에 다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오른다. 사형제가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96년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합헌, 2010년 5(합헌) 대 4(위헌) 합헌 결정이 나온 뒤 세 번째다.
법무부가 2009년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마지막 사형집행일인 1997년 12월 30일까지 사형을 집행한 이는 총 919명(군 관련 사건 120명 포함)에 달한다.
920명 중 절반 이상인 562명이 살인/강도살인/존속살해 등 ‘흉악범’이었고, 254명은 국가보안법/긴급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사상/장치사범’이었다. 1975년 사형의 확정판결을 받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이 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 8명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생존한 사형수는 59명(군 교도소 수감 4명 포함)이다. 가장 오래 복역한 이는 1992년 종교시설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원아무개(65)씨로 29년째 수감 중이다. 가장 최근 사형 확정판결은 군 복무 중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아무개(30)씨 사건으로, 2016년 2월에 있었다.
사형 선고는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20년 넘게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한국은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국제앰네스티)로 분류되고 있다.
사형제 찬성 의견
1) 사형은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이다.
2)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생명권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흉악한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그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 개인의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나 매우 중대한 공익을 지키기 위해 엄중한 형벌을 가하고, 이를 통해 응보적 정의와 범죄의 예방을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명권도 제한이 가능하다.
3) ‘응보’의 목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족의 울분을 무시할 수 없다.
사형제 반대 의견
1)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침해될 수 없다. 생명은 절대적 가치라서 법적 평가를 통해 가치판단을 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에 의해서도, 범죄자를 영구 격리하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2)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엔(UN)이 이미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목표로 선언한 지 오래되었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도 사형제도 폐지다.
모든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109개국과 군형법 제외 일반범죄에서 폐지한 8개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처럼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28개국을 더하면 유엔 회원 193개국 중에서 사형폐지국의 수는 145개국이다. 이른바 선진국 중 사형제가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다.
3)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이들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복수하듯 생명을 빼앗는 똑같은 방식을 국가가 택해서는 안 된다.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고 우리 사회가 가진 많은 모순을 해결하면서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예방정책을 확산하고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넓혀 나가는 것,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가 힘을 쏟아야 하는 일이다.
4) 다른 사람을 때렸다고 해서 때린 사람을 때리지는 않는다. 인권적 고려 때문에 태형도 금지됐는데, 태형보다 엄한 사형이 가능하다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데드맨 워킹
수전 서랜던이 주연한 <데드맨 워킹>은 헬렌 프리진 수녀의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영화는 프리진 수녀가 사형수 매슈 폰슬럿의 편지를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강간살해범인 폰슬럿은, 주범은 사형을 면했으나 자신은 돈이 없어 변호사를 못 써 사형선고를 받았다며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수녀는 잔혹한 살해장면과 욕설을 퍼부어대는 폰슬럿의 기자회견을 보고 마음의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변호사를 구해 사형만은 면하게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폰슬럿은 사형을 당하게 된다. 막판으로 몰린 폰슬럿은 수녀에게 사형집행일까지 함께 있어 달라고 호소하고, 수녀는 주위의 만류와 희생자 가족들의 경멸을 무릅쓰고 그의 호소를 들어준다.
이 영화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형문제를 보려고 한다. 사형을 통해서라도 희생자의 한을 풀고자 하는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다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과연 올바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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