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직 선출 선거뿐만 아니라 당선자의 사망, 사직, 당선무효, 피선거권상실 등에 따른 재·보궐선거가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른 국민들의 ‘선거 피로감’과 과다한 선거 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그리고 낮은 투표율 문제 등으로 일각에서 재·보궐선거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보궐선거 사유
재선거와 보궐선거를 합쳐서 재·보궐선거라 부른다. 재·보궐선거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사퇴하거나 사망 등의 이유로 결원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충원하기 위해 실시된다. 재선거가 임기개시 전의 사유로 실시하는 반면, 보궐선거는 임기개시 후에 발생한 사퇴나 사망 등으로 실시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재보궐선거은 연 1회 4월 첫주 수요일에 치르게 돼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은 2020년 12월 29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연 2회로 바뀌었다. 지방자치단체장 공백으로 인한 행정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4월 첫번째 수요일과 10월 첫번째 수요일에 재보궐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한날 열리지만, 재선거와 보궐선거는 사유가 다르다. 재선거는 ‘당선무효’‘당선무효’ 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치르게 된다.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본인 100100만 원 이상, 선거사무장이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300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경우 등으로 정해져 있다. 당선무효형을 받으면, 국가에서 보전받은 해당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
즉, 재선거(repeat election)는 ‘다시 실시하는 선거’로 당선인이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거나 선거무효 판결을 받아 당선인을 다시 뽑아야 하는 경우다(공직선거법 제195조). 반면 보궐선거(by-election)는 당선인이 임기 중 사망 혹은 사직, 자격상실 등으로 생긴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실시된다(공직선거법 제200조).
공직선거법 제195조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재선거를 실시한다.
1.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가 없는 때
2. 당선인이 없거나 지역구자치구·시·군의원선거에 있어 당선인이 당해 선거구에서 선거할 지방의회의원정수에 달하지 아니한 때
3. 선거의 전부무효의 판결 또는 결정이 있는 때
4. 당선인이 임기개시전에 사퇴하거나 사망한 때
5. 당선인이 임기개시전에 제192조(피선거권상실로 인한 당선무효 등)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의 효력이 상실되거나 같은 조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이 무효로 된 때
6. 제263조(선거비용의 초과지출로 인한 당선무효) 내지 제265조(선거사무장 등의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무효)의 규정에 의하여 당선이 무효로 된 때
공직선거법 제200조①: 지역구국회의원·지역구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궐원 또는 궐위가 생긴 때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한다.
재보궐선거 문제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총 286건의 재·보궐선거가 실시되었다. 그 가운데 국회의원선거는 27건, 자치단체장선거 39건, 지방의회의원 216건으로 지방의회의원선거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러한 다수의 반복되는 재·보궐선거는 선거 비용 부담, 장기간의 행정공백, 선거에 대한 지역민의 불신, 주민갈등 조장, 지방자치의 퇴행 등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선거별 재·보궐선거 비용(단위: 백만 원)>
선거일 | 합계 | 국회의원 | 지방자치단체장 | 지방의회의원 | |||
광역 | 기초 | 광역 | 기초 | ||||
2011 | 4.27. | 22,652 (38) |
3,651 (3) |
8,562 (1) |
3,886 (6) |
1,247 (5) |
5,306 (23) |
10.26. | 37,396 (42) |
- | 22,622 (1) |
8,023 (11) |
2,944 (11) |
3,807 (19) |
|
2012 | 4.11. (국선 동시실시) |
7,428 (61) |
- | - | 2,707 (5) |
3,245 (37) |
1,476 (19) |
12.19. (대선 동시실시) |
28,943 (26) |
- | 7,830 (1) |
1,937 (3) |
179 (2) |
1,682 (19) |
|
2013 | 4.24. | 6,435 (12) |
3,400 (3) |
- | 1,101 (2) |
1,050 (4) |
884 (3) |
10.30. | 2,665 (2) |
2,665 (2) |
- | - | - | - | |
2014 | 7.30. | 17,809 (16) |
17,744 (15) |
- | - | - | 65 (1) |
10.29. | 499 (2) |
- | - | - | - | 499 (2) |
|
2015 | 4.29. | 7,308 (12) |
4,957 (4) |
- | - | 317 (1) |
2,034 (7) |
10.28. | 7,227 (24) |
- | - | 774 (1) |
2,912 (9) |
3,541 (14) |
|
2016 | 4.13. (국선 동시실시) |
8,837 (51) |
- | - | 5,535 (8) |
1,459 (17) |
1,843 (26) |
계 | 147,199 (286) |
32,417 (27) |
39,014 (3) |
23,963 (36) |
13,353 (86) |
21,137 (133) |
출처: 이정진(2017)
재·보궐선거 사유는 ‘사직’이 37.8%(108건), ‘당선무효’ 35.7%(102건), ‘피선거권 상실’이 17.5%(50건), 그리고 ‘사망’이 9.0%(26건)를 보이고 있다. 재·보궐선거 사유 중 ‘당선무효’ 또는 ‘피선거권 상실’과 같이 당선자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선거가 53.2% 차지하고 있다.
‘사직’의 경우도 대부분 상급단위 선거 출마를 위해 현직을 사퇴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재·보궐선거 대부분은 당선자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뇌물수수 등 선출직 공직자의 불법행위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져도 해당 선출직 공직자는 보궐선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재·보궐선거 관리경비의 경우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 선거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뇌물 등 불법행위와 다른 직에 출마하기 위한 갈아타기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11년 이후 2016년까지 5년간 지출된 재·보궐선거 비용은 1,472억 정도로 나타났다. 전체 선거 비용 중 국회의원선거에 324억 원, 지방선거에 1,148억 원(78%)이 소요되었다.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선거 비용은 선거구당 평균 10억 원 이상, 광역단체장의 경우에는 평균 100억 원 이상 소요된다.
이로 인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본인 비리나 피선거권 상실로 인한 당선무효 등으로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에도 수억,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선거관리경비 등을 고스란히 시민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선거에 따른 행정공백으로 시민들이 크나큰 불편을 겪고 있음에도 재·보궐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자와 그가 속한 정당에게는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다. 재·보궐선거의 문제는 비단 세금 낭비뿐만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손실과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 상실, 정치 불신 등 풀뿌리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재보궐 선거 개선방안
재·보궐선거제도의 개선방안으로 2000년부터 법 개정을 통해 선거 횟수를 줄이는 노력을 했다. 기존에는 선거 횟수와 무관하게 선거 실시 사유가 발생한 후 일정 기간 이내에 재·보궐선거를 실시했다.
그러나 현재 선거비용 문제, 선거로 인한 피로감 증가, 낮은 투표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재·보궐선거는 4월에 한 번 실시하도록 하되,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에는 해당 선거와 동시에 실시하게 되었다(공직선거법 제35조).
공직선거법 제35조②: 1.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재선거, 지방의회의원의 증원선거는 4월 중 첫 번째 수요일. 이 경우 선거일에 관하여는 제34조제2항을 준용하고, 선거일 전 30일 후에 실시사유가 확정된 선거는 그 다음 보궐선거 등의 선거일에 실시한다.
현재 가장 많이 논의되는 제도 개선방안은 재·보궐선거 발생 시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선거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혹은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게 귀책사유를 물어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시키거나 해당 재·보궐선거에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리고 재·보궐선거 실시 사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현직자가 임기 중에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것을 제한하는 입법이 추진되기도 한다. 이 경우 공직자의 피선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독일은 국회의원선거에서 지역구의원 사망, 피선거권 상실에 따라 결원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정당명부상의 차순위자가 의석을 승계한다.
프랑스는 선출직 공직자가 사망 또는 사퇴하는 경우, 후보자가 지명한 대리후보가 승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참의원과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는 3개월 이내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차점자 승계방식으로 결원을 보충한다. 보궐선거는 중의원의 경우 한 석이라도 결원이 발생하면 실시하지만, 광역의원은 2명 이상, 기초의원은 의원정수의 6분의 1 이상 결원이 발생해야만 실시한다.
참고자료
김종갑, “재·보궐선거의 현안과 쟁점”,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4).
이정진, “재·보궐선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선거연구』 제8호(2017).
연합뉴스, “천안아산경실련 ‘양승조, 중도사퇴 재보궐선거비용 책임져야’”, (20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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