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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선거일 날씨가 좋으면 어느 정당에 유리할까?

by 누름돌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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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날씨가 화제다. 선거 당일 날씨는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날씨에 따라 투표율이 달라지고, 투표율에 따라 각 당의 득표율이 달라진다는 통설이 있다.

 

선거 당일의 날씨가 나쁠 경우, 투표율이 낮아지고, 어떤 유권자들이 날씨의 영향을 더 받는가에 따라 유리한 정당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과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

 

투표율에 관심인 것은 누가 투표하는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궂은 날씨가 공화당에 유리할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궂은 날씨는 투표에 소요되는 비용을 증가시킨다. , 궂은 날씨로 인해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감소하지만, 그 감소폭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공화당이 상대적인 이익을 보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선거 당일 1인치의 비가 올 경우, 투표율이 2.4% 포인트 낮아지고, 공화당의 득표율이 0.9% 포인트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대로 한국은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어서, 여가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이 날씨가 맑을 때보다는 흐릴 때 투표할 참여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가 투표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투표 행위와 온도 변화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재스퍼 반 애쉬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0도 증가 할 때마다 유권자 투표율은 1.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 요인이 일반적인 변수들에 비해 그 효과가 작다고 볼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선거에서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연구결과를 토대로 43대 대통령 선거 당일 10도의 기온 상승이 있었다면 엘 고어가 조지 부시(George W. Bush)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다른 일반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전제했을 때 나온 결과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경우, 날씨와 투표율의 관계는 어떨까? 비나 눈이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으면 투표율이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궂은 날씨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서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즉 비가 오는 날 우산 혹은 우비를 입고 투표소에 가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바람이 몰아쳤던 18대 총선(2008)의 경우 투표율이 45.8%로 총선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봄비가 내리다 오후에 그친 19대 총선(2012)의 투표율은 애매한 54.2%였다. 반면 전국적으로 맑은 날씨였던 6회 지방선거(2014) 당시에는 56.8%를 기록했고, 화창한 날씨를 보인 16대 총선(2000)과 초여름 날씨를 보인 17대 총선(2004)에는 각각 57.2%, 60.6%의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강우창의 <선거 당일 날씨와 정당투표>에 따르면 강수량에 따라 보수성향 정당과 진보성향 정당의 희비도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이 10mm 증가할 때 진보성향 정당의 득표율은 0.9% 포인트 증가하지만 보수 성향 정당의 득표율은 0.9% 하락했다.

 

그렇다면 온도와 투표율의 관계는 어떨까? 역대 대선일의 기온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추운 날에는 보수성향의 후보가, 포근한 날에는 진보성향의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의 17대 대선일의 전국 10개 도시의 평균기온은 2.5도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2년의 14대 대선 일에는 평균기온이 1.6도로 다소 쌀쌀하였다.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의 16대 대선일의 평균기온은 5.6,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15대 대선일의 평균기온은 7.2도로 12월 중순치고는 포근한 날이었다.

 

투표율과 정당별 득표율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대체로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성향 정당과 후보자가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고, 투표율이 낮을수록 보수성향 정당과 후보자가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높다는 건 진보 성향이 강한 20~30대 젊은 층이 적극 투표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관관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도가 깨진 후 20~30대 유권자의 성향을 진보적 혹은 야성이라고 단정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것은 엄밀한 경험적 검증보다는 전문가의 권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총선의 경우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57.2%) 16대 때는 273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133석으로 1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원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투표율이 60%(60.6%)로 올라선 17대 때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인 152석을 차지,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때마침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이 몰아치기도 했다.

 

사상 최저(46.1%) 투표율을 보인 18대 때는 299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며 원내과반과 여소야대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55%에 살짝 못 미친(54.2%) 19대 때는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가까스로 과반을 기록했으나 민주통합당 127, 통합진보당 13석으로 여야 간 균형이 맞춰졌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16대 대선의 71%에 비해 5% 이상 높았던 76%에 달했다.

 

 


전반적인 투표율이 어느 정도인가의 여부는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집합적 수준에서 나타난 이러한 양상을 토대로 날씨와 선거의 관계를 일반화하긴 힘들다. 날씨 이외의 변수들이 갖는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날씨와 선거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을 통제하는 보다 엄밀한 경험적 분석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젠 미세먼지 강도가 투표율과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는 시간이 다가올 수도 있다.

 

결국 투표율과 날씨가 무관하다 볼 순 없지만 투표율은 무엇보다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관심, 정치에 대한 효능감 등이 중요하다. 투표의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맑거나 흐린 날씨가 아니라 바로 유권자의 참여 의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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