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세계를 지배하던 영국은 서유럽을 기준으로 근동(Near East), 중동(Middle East), 극동(Far East)이란 말을 만들었다.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근동은 발칸반도 등이고, 그다음 가까운 중동은 아랍 등, 가장 먼 극동은 동아시아 등이다.
서구 중심주의 관점에서 세계를 분류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동이란 말을 일상적으로 쓰고, 가끔 극동이라고 자처하기도 한다.
중동 특히 이슬람 역사와 정치를 쉽게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슬람의 주요 종파인 수아파와 시아파의 차이점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슬람의 창시자이면서 예언자인 무함마드(570-632)는 62세로 자연사했다. 무함마드는 죽을 때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무슬림들이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열된 계기는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 사후 그의 후계자인 칼리프 선출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무함마드가 숨진 뒤 그 후계자인 칼리프는 무함마드의 후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쪽이 시아파이고, 무함마드의 핏줄과 상관없이 무슬림들의 공동체인 움마의 합의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한 쪽이 수니파다.
이런 이견은 무함마드 사후부터 있었으나, 3대 칼리프까지는 움마의 합의로 무난하게 선출됐다. 4대 칼리프가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다. 알리는 3대 칼리프인 오스만(우스만)이 새벽 기도 중 암살당한 뒤 그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칼리프로 선출됐다.
오스만의 6촌 동생이자 다마스쿠스의 총독인 우마이야 가문의 무아위야는 알리에게 반기를 들었고, 무함마드의 후처 아이샤도 여기에 가세했다. 무아위야는 아이샤의 아버지인 1대 칼리프 아부바크르 밑에서 군사령관을 지내며 세력을 확보한 인물이다.
알리는 무함마드의 첫번째 부인인 카디자의 딸 파티마와 결혼해, 두 아들 하산과 후세인(후사인)을 낳았다. 알리는 무아위야의 반란을 ‘낙타 전투’ 등을 통해 진압했고, 불리해진 무아위야는 협상을 요구했다. 알리는 이 협상에 응했으나, 무아위야에게 군사적 회복 기회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대등성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 협상에 반발한 쪽은 ‘카와리지’ 파를 형성해, 나중에 알리를 암살했다. 알리의 죽음으로 무아위야는 칼리프에 올라 자신의 후손들이 대대로 칼리프를 세습하는 우마이야 왕조가 성립됐다.
무아위야 사후 칼리프에 오른 그의 아들 야지드는 알리의 아들 후세인을 견제했다. 후세인은 자신을 칼리프로 세우려는 지지자들이 있는 이라크의 쿠파로 가다가 야지드의 충복들에게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자신을 포함한 일가족 모두가 참살당했다. 후세인 일가족의 죽음으로 그의 죽음을 순교로 받아들이고 복수를 외치는 세력이 시아파로 완전히 분열했다.
‘시아’는 추종자 혹은 당파라는 뜻으로 ‘시아 알리’의 줄임말이다. 알리의 추종자라는 의미다. 시아파는 후세인이 죽은 현재의 이라크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이란 쪽으로 퍼져나갔다. 시아파는 우마이야 왕조 때 수차례의 무장봉기를 일으키면서 철저하게 탄압받아 수니파와의 갈등이 깊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친 시아파는 영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수니파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측면이 크다. 수니파는 알리까지의 4대 칼리프들을 정통 칼리프로 보는 반면에, 시아파는 알리만을 정통 칼리프로 보고, 알리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계자들을 ‘이맘’(종교지도자)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매년 1월 10일이 되면 5일 동안 후세인의 억울한 눈물과 핍박과 죽음에 동참하기 위한 ‘아쉬라’라는 의식을 거행한다. 남자들은 채찍으로 피가 나도록 자기 몸을 스스로 채찍질하고, 여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후세인의 억울한 아픔과 눈물에 동참하고 있다.
시아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정통성을 후손인 알리가 이어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1,400년 동안 계속해서 종교전쟁을 벌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아파는 아쉬라 의식을 행한 뒤 이 아픔의 치료책으로 칼리바의 흙을 가져다 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몸에 바르면 흙 속에 들어 있는 후세인의 아픔과 눈물이 자기 몸과 마음의 아픔을 앗아가서 치료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아직도 수니와 시아는 계속해서 정통성의 문제를 놓고 종교전쟁 중이다. 비율적으로 볼 때 전 세계에 이슬람교도 17억 중 수니파가 85%이고, 시아파가 14%, 정치와 상관없이 순수 경건 운동을 주장하는 수피즘, 힌두교와 이슬람이 결합된 시크교, 민속신앙과 시아파가 결합된 알레비 모두 합하여 1%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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