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은 형법에서 규정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법 위반자가 미성년자일 때, 그들을 어떻게 처벌(처우) 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특별법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의 변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소년에 대한 처벌과 함께 지원과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10살 이상~19살 미만을 “소년”으로 정의하고, 이를 세분화해 10~13살은 촉법소년, 14~18살은 범죄소년으로 규정한다.
촉법소년은 사회봉사명령을 제외하면 범죄소년과 동일하게 보호관찰은 물론, 자유를 박탈한 구금형인 소년원(최대 2년) 처분 등을 받는다. 따라서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일부 인식, 언론의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현행법상 만 10~13살 형사미성년자는 형사재판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 등에서 감호위탁, 사회봉사, 수강교육,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 결정을 받는다. 만 12살부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지만 수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정해놨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이 ‘소년원 2년 수용’인 것이다.
연령기준 하향 찬성 입장
1) 최근 소년범죄가 늘고 더 잔혹해졌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연령도 낮아졌다.
2) 촉법소년 연령기준이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만큼 시대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2013년 민법에서 성년 나이를 한 살 낮춘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3) 촉법소년 범죄 증가는 확인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 3만9694명의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 2016년 6576명에서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연령기준 하향 반대 입장
1) 소년범죄 자체는 다소 증가했지만, 흉포화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자료’를 보면, 절도·폭력 등으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2021년 8474명(미확정 통계)이었다. 2017년 6286명 이후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다. 90% 이상은 절도, 폭력 범죄였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는 5~7%였으나, 매년 큰 변화가 없었다.
2)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 한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1991년 비준했으며, 이에 따라 헌법 제6조에 의거해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40조 3항을 보면 “형법 위반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최저연령을 설정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14살”이라고 명시했다. 일반 논평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특정 조항 등에 대한 이해와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위원회의 해석이다.
세계 각국의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한국과 같이 만 14살 미만인 국가가 40개국으로 가장 많았고 만 12살 미만은 17개국, 만 16살 미만은 14개국이다.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소년범 강력처벌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재범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결과(증거)를 토대로 형사처분과 형사책임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도 형사책임연령을 기존 10살에서 12살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3) 단순한 연령 하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해결책이 없는 상태에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구조적인 문제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법무부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觸法)소년’의 연령기준을 만 12살 또는 13살로 낮춰 형사처벌 대상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반대측 입장은 비행을 저지른 아동·청소년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비행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방법에 관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실증자료를 토대로 한 증거기반 정책 수립이 필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아직 어리다고 할지라도, 사회에 피해를 준 사람이 그 피해보다 약한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히 배워야 한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한 살 낮추는 것이 만병통치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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