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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도장, 국새의 변천사

by 누름돌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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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부 제출용이나 이에 준하는 중요한 계약에 자신의 도장이라고 공증을 받은 인감도장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국가 중요문서에 사용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장은 무엇일까?

 

 

 


 

 국가의 상징 도장, 국새의 변천사

 

바로 국새다. 국새(國璽)란 국가를 상징하는 도장으로, 주로 아시아권에서 나라를 상징하는 목적으로 제조된 도장을 뜻한다.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장으로, 외교 조약문을 비준, 체결하는 일과 같은 국가의 중대사에 사용된다.

 

그러므로 국새는 국가 권위를 상징하며, 그 나라의 시대성과 국력, 문화를 반영하는 상징물이다. 국권의 상징인 국새가 가진 불가침의 권위와 신성성은 다소 퇴색하였으나, 오늘날에도 국새의 상징적 의미는 그대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새가 가진 중요성이 인정되어 대통령령에 국새규정을 두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국새의 사용은 국새규정 제6조에 따라 대통령이 헌법개정공포문의 전문, 대통령이 임용하는 국가공무원의 임명장, 외교문서, ·포장증 등 국가 중요문서에 날인된다. 이러한 용도로 국새는 연간 16000번 정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국새의 관리는 행정안전부장관이 하며, 제작은 전문장인에게 의뢰하여 진행한다.

 

국새가 제작될 때도 국새규정 제4조에 따라 인면은 10.4cm의 정방형으로 하며, 재질은 금으로 하되, 경도를 고려하여 은·구리·아연 및 이리듐의 합금으로 하도록 정해져 있다. 만일 그 내용이 준수되지 못하면, 의뢰를 받은 도장 장인은 파면되고 국새는 폐기되며, 국가는 다른 장인에게 국새 제작을 의뢰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국새는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대한민국은 1949년부터 지금까지 총 5번의 국새의 변화가 있었다.

 

초대국새는 19495월부터 19621231일까지 사용하였는데, 현재는 분실되어 초대 국새는 남아있지 않다. 국가기록원에서는 국새 관리부처가 바뀌는 1965-66년 사이에 분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초기 국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남아있지 않아 현재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사진 속 형태로 알려져 있다. 이 사진에 따르면 그 손잡이는 삽살개의 모습을 한 어떤 짐승의 모양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 공무원이 손잡이가 용 모양이었다고 증언하였기 때문에 사진이 정말 1대 국새를 찍은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재질은 은이고 크기는 인면 부분이 정사각형으로 한 면이 약 6cm이다. 인면에는 대한민국지새(大韓民國之璽)라고 전서체로 새겼다.

 

196311일부터 1999131일까지 사용한 2대 국새의 손잡이는 거북 모양을 사용하여 귀뉴(龜鈕)라 불린다. 그러나 거북 모양이 과거 중국의 황제가 제후들에게 하사하던 국새의 형태로 복종을 뜻한다는 비판이 존재하였다. 재질은 은이며 인면에는 한글 전서체로 대한민국이라고 새겼다. 2대 국새는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사용되어 인면이 닳았고, 거북이 모양을 손잡이에 사용해 격이 낮다고 간주되는 점, 인면의 글씨가 한문 전서체와 비슷하게 디자인하려고 억지로 획을 구부리고 왜곡시켰다는 점에 비판을 받아 3대 국새를 제작하기로 했다.

 

출처: 행정자치부 블로그

 

 

 

3대 국새는 199921일부터 2008221일까지 사용되었다. 3대 국새의 손잡이는 봉황이며, 재질은 금과 아연 등을 섞은 합금으로 되어있다.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정부 수립 50주년을 맞아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국가의 보물이자 예술품으로 후손에게 길이 남겨줄 수 있는 민족문화유산이 되도록 하는 취지에서 심혈을 기울여 이 국새를 제작했다. 하지만 당시 외환위기 직후라서 제작기간이 단축되었고 더불어 예산도 삭감되었다. 그 결과 부실 제작 때문에 사용 도중 국새에 금이 생겨 폐기되었다..

 

2008222일부터 20101130일까지 사용된 4대 국새의 손잡이는 3대와 마찬가지로 봉황으로 만들었으며, 재질은 금 합금으로 되어있다. 4대 국새는 인면이 닳거나 금이 가는 등 손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국새 사기 사건으로 인해 폐기되었다. 국새 사기사건은 4대 국새 제작단장 민홍규가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을 반환하지 않고 횡령하고, 계약의 내용에 따른 전통방식이 아닌 기계를 사용하는 현대 방식으로 국새를 제작하였으며, 국새에 본인의 이름을 새기는 등의 황당한 행동을 벌인 사건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2011104일부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 5대 국새이다손잡이도 봉황이지만 이전 국새와 달리 봉황 두 마리가 큰 무궁화를 등에 짊어진 모양이다. 재질은 금, , 구리, 아연에 3대 국새처럼 균열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이리듐을 추가로 첨가되어 있다.. 인면에는 훈민정음체로 대한민국이 새겨져 있다.

 

 

 

 

 외국의 예들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국새를 사용해온 것처럼 주로 아시아권 국가에서 국새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나라의 도장인 국새와 천황의 도장인 어새를 같이 사용한다. 국새에는 대일본국새(大日本國璽)’, 어새에는 천황어새(天皇御璽)’를 전서체로 새겼다. 두 도장 모두 재질은 금으로, 인면을 제외하면 두 도장의 모양은 같다. 어새와 국새 중 어새를 훨씬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상징일지라도 여전히 일본이 군주국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청동으로 국새를 제작하였다. 중국이 마르크스-레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만큼 자본가 계급을 연상시키는 사치스러운 옥이나 금 대신 실용적이고 검소한 재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인면에는 중화인민공화국중앙인민정부지인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국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덩샤오핑 집권 이후 공문서에 국새 대신 우측 상단에 최고지도자가 서명한다. 아시아권 국가 이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국새를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와 조금 다르다.

 

미국의 국장은 그레이트 실(The Great Seal)이라 불린다. 조약문과 같은 국가 중요문서 원본에 대한 봉인으로 사용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당시 문서에 실링 왁스를 이용해 봉인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도 압인으로 만들어져 국가 중요 문서의 원본에 찍힌다.

 

또한 가톨릭 교황국인 바티칸에도 국새가 있다. 이는 어부의 반지라 불리며 반지의 형태를 띤 도장으로 바티칸의 국새에 해당한다. 이 반지에는 베드로가 배에서 그물을 건져 올리는 모습이 새겨져 있고, 교황의 라틴어식 이름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어부의 반지는 매번 새로운 교황이 즉위할 때마다 그에 맞춰 새로운 반지를 황금으로 주조한다.

 

 

 


 

우리나라 국새가 가진 의미는 과거와 오늘날 차이가 있다. 전근대에는 우리가 흔히 옥새라고 부르는 군주의 도장이라는 의미였다. 이는 절대왕권시대에 불가침적 권위와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이후 근대에 들어 국가의 도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 근대 민주국가가 되면서 국새는 특정 인물이 아닌 국가, 정부의 공공 소유물이 된 것이다. 따라서. 국새는 나라의 혼과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상징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조선 시대에 제작된 국새와 어보는 총 412점으로, 73점은 행방불명 상태다. 행방불명된 국새, 어보는 유네스코 123개 회원국을 비롯해 인터폴과 미국국토안보수사국 등에 목록이 공유되어 있다. 아직도 7070여 점의 소중한 어보와 국새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을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국새와 어보를 환수하는 일은 국가의 존엄을 찾는 일과 같다. 국새나 어보의 경우 개인이 소장해서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출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어보와 국새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체계가 잘 이루어지고, 정부와 민간 차원의 노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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