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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방패, 스포츠

by 누름돌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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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프로야구 출범의 배경에는 '3S 정책'이 있다. 3S 정책이란 Sports, Sex, Screen으로 정치에 쏠린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여가나 유흥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독재 정권을 잡고 있던 전두환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줄이고 싶어 했고, 당시 고교야구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에, 프로야구 출범은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의 실체는 그저 '사회문화의 자유 확충'에 가깝다고 보는 시선도 많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스포츠경기는 현재도 많은 국가들이 국가브랜드를 위해 선호하는 행사. 이유가 어떻든 이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분산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포츠가 정치에 미친 사례들을 알아보자. 국민들의 마음을 살피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스포츠의 홍보와 광고효과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 넣었던 나치당의 히틀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자신의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출처: 연합뉴스

 

 

최근 팬데믹과 방사능 논란이 맞물린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을 강행하려 하는 이유도 "일본은 방사능 위험에서 벗어났다"라는 청정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미 물러난 아베 정권의 코로나 19 관리부실의 책임 회피 및 정권재창출의 목적도 얽혀있다.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은 특히나 올림픽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평창을 물리치고 소치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도 그의 작품이며, 한국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를 귀화시켜 빅토르 안을 러시아의 영웅으로 만들어 한국에게 한 방 먹인 것도 푸틴이었다. 체첸 내전과 러시아내 빈부격차 그리고 민주화에 대한 억압으로 불평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워 버리는 수단으로 잘 활용한 것이다.

 

스포츠는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임 당시,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올라간 지지율은 임기 5년차인 2002년에 IMF 극복의 후유증, 햇볕정책, 자식들의 비리 연루 등으로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이러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추락에 반전을 이루게 해 준 것이 바로 2002년 월드컵이다.

 

당시 월드컵 국가대표가 유례없는 4강 신화를 이루어낸 덕에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 됐고, 국정 막바지까지 주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에서 20021월 조사 때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7.5%에 그쳤지만 월드컵이 개최된 5월에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44.2%로 치솟았다. 같은해 11월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40%에 가까운 39.3%로 임기말 대통령의 레임덕이라고 하기에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초대형 스포츠 행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상승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포츠 행사가 어떻게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까? 먼저 국기효과를 들 수 있다. 각 나라의 국기가 국가대표들을 상징한다. 이들이 각종 종목에서 선전하는 것은 개인을 넘어 국가적 영광이다. 때문에 이념, 지역, 세대, 연령, 빈부, 인종, 성별 등을 떠나 같은 국가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단결되어 응원한다. 이러한 단결력 덕분에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최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확보되기 마련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시선분산효과다. 대통령 당선 직후는 아직 지켜본다는 '허니문 기간'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지만 임기 2년 차부터는 각종 언론 및 국민들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임기 후반에 이르게 되면 각종 대내외 비판에 몰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스포츠로 국민의 시선이 향하면서 일정기간 동안 부정평가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이유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동반상승효과다. 사실 국기효과나 시선분산효과는 외부로 찾아든 원인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속도 되지 않는다. 특히 모든 스포츠 이벤트에서 효과를 볼 것이라 장담도 불가능하다. 동반상승효과는 지지율 반전을 위한 여러 노력과 스포츠 효과가 결집해 지지율을 상승하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예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파동' 이후 대국민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홍보 기능을 강화했고 외부 전문가를 통해 대국민 소통 기반을 강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을 쏟아 부었다. 거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쾌거가 더해지면서 지지율이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73116.5%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8월28일 29.1%로 무려 12.6% 포인트나 껑충 뛰어 올랐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떠나 지지율 상승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지지율 올리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정치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치인들이 스포츠를 이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스포츠가 정치인들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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