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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vs 백조, 미래 예측의 어려움

by 누름돌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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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마리의 칠면조와 주인이 있다. 주인은 칠면조에게 매일 먹이를 준다. 그럼 칠면조에게 있어서 이 주인은 나를 위해 먹이를 주는 존재라고 믿게 된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을 앞둔 날 이 칠면조는 주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칠면조는 자신에게 일어날 비극을 알 수 있었을까? 물론 농장은 자신을 키워서 잡아먹는 곳이라는 것,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를 먹는 것 등 우리는 인간으로서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지만 적어도 칠면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블랙스완(Black Swan)에 대해 알아보자.

 

 


 


블랙스완이란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 윌리엄 드 블라밍(Willem de Vlamingh)이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존에 없었던 흑조를 발견한 것에 대해서 유래되었다. 이는 이제까지 백조는 흰색만 있다고 알고 있었던 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이후 백조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어버렸다. 


학자들은 귀납법(Induction)을 통해 데이터를 구한다. 학자들은 수많은 백조를 관찰하고 연구했으며 그 정보를 기반으로 백조들은 전부 흰색이기에 이를 정설이라 믿은 것이다. 마치 앞선 칠면조처럼 말이다. 


이후 레바논 출신의 경영학자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이러한 사건에 영감을 얻어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발간한다. 여기서 나심이 제시한 이론은 다음과 같다. 


1. 대다수가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이어야 한다. 
2. 충격과 파급이 폭발적이다. 
3. 블랙스완이 발생 이후에는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시장이 잘 짜인 시스템이 아닌 블랙스완 같은 폭탄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한 이 책이 출간한 지 얼마 안 돼서 나심의 말이 맞다는 듯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되면서 블랙스완 이론은 더 주목받게 된다.

2001년 9월 10일 미국인들에게 물어보자. 그 누가 다음 날 아침에 하이재킹(hijacking)으로 인한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리라 생각했을까? 당일 아메리칸 항공 11편의 기장이 자신이 운행하는 이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을 붕괴시킬 거라 생각했을까?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예상치 못했고 결국 쌍둥이 빌딩은 무너졌다. 그리고 불어온 후폭풍은 아직도 미국인들이 짊어져야 할 과거로 남아있을 정도로 큰 상처를 주었다. 2,977명이 사망하고 25,000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인프라의 파괴로 최소 10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생겨났다. 이는 역사상 가장 사망자가 많은 테러로 손꼽히고 있다. 


테러의 영향은 미국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뉴욕 시장 경제의 큰 타격으로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불러왔으며, 각 국가는 테러방지법을 강화하고 세계무역센터에서 사용된 건축 공법 또한 기피 대상이 되어 건축법이 바뀌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당시 허술한 공항 보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원 확인과 소지품 검사만 잘 되었다면, 기장실 문을 잘 잠갔더라면 예방 가능한 참사였던 것이다.
 
검은 화요일로 잘 알려진 월스트리트(Wall Street) 대폭락을 시작으로 1929년부터 10년간 이어진 세계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일어났다. 


당시 대공황 이전까지 호황을 겪었다는 점과 대부분 경제학자는 불황이 발생하기 힘들다고 믿었으며 정부도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을 시행하였지만 대내적으로는 경제 개입 정책을 별로 시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대폭락을 시작으로 그 기세가 멈출 줄 몰랐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GDP는 약 40% 감소했고 산업 생산량은 50% 감소, 실업률은 20% 이상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42%에 달하는 미국 경제가 무너지니 다른 국가들 또한 대공황을 피해 갈 순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민지에 물건을 강제로 파는 등 수출에 의지했으며 이후 과열된 식민지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이런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블랙스완은 대처법이 없을까? 


안타깝게도 이는 매우 어렵다. 나심은 정규분포 곡선의 중간 영역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역 즉 백조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양쪽 끝의 극단적인 영역이 흑조의 영역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정규분포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중간 영역에서 세상을 평균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과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고, 미래도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미래를 예측하기보단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전부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결국 블랙스완은 일어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충격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예비비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예비비란 대한민국헌법 제55조와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라 편성되며 규모는 일반회계 예산 총액의 1% 이내 규모로 정한다. 행정부가 연도 중에 발생한 예측할 수 없었던 재정 소요에 대해 재정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어떤 사안이 예비비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본예산 편성 시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어야 한다. 또한 시기적 측면에서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임박해야 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현재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건 및 경제에 큰 타격을 입자 이를 대비해 2020년, 예비비 3.4조 원이 편성되어 각종 의료지원 및 재난지원금에 사용되었다. 또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명칭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예비비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누구나 예상치 못 한 일을 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칠면조와 같이 원인은 존재하지만 이를 알지 못해 당할 뿐이다. 아는 것이 힘인 만큼 최대한 흑조를 찾아 그 충격으로부터 예방해야 하며 
찾지 못하더라도 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블랙스완과 반대로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르는 용어가 있다. 세계정책연구소(WPI) 소장인 미셸 부커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회색 코뿔소(gray rhino)’란 개념을 제시했다. 코뿔소는 3m가 넘는 길이에 2t이 넘는 육중한 무게를 자랑한다. 그러니 코뿔소가 다가온다면 누구나 땅의 울림을 듣고 느낄 수 있다. 부커는 회색 코뿔소의 대표 사례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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