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란?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전략이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 급등할 때 매도 주문이 늘면 주가가 정상 수준으로 진정될 수 있어 유동성 공급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매도 주문을 한 후 주가가 내려가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특성상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주가 하락 주범으로 꼽힌다. 예컨대 공매도 후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부정적 소문이나 평가를 퍼뜨린다는 것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 대 기관·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대 98 수준이다.
1608년 네덜란드 주식시장에서 처음 등장했다가 2년 만에 ‘금지’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출생 때부터 욕을 먹은 투자기법이다. 경제위기 등의 이유로 주식시장이 나쁠 때, 공매도는 ‘주가를 급락시키고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주범’으로 꼽혀 ‘규제’를 받았다.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때, 2020년 3월 코로나 대유행 때 세계 주요국이 공매도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그 결과를 분석한 대부분의 연구는 공매도 규제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08년 9월19일부터 10월8일까지 14거래일간 797개 금융주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적이 있다. 먼저 영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2008년 9월18일 에스앤피(S&P)500 금융주 지수가 11.73% 뛰고, 19일에는 11.11% 폭등했다. 그러나 주가는 결국 내재가치를 따라갔다. 공매도 금지를 해제한 그해 10월9일에도 11.74% 폭락했다. 9월17일부터 이날까지 금융주 지수 하락폭은 24.6%였다. 그 뒤에도 두달가량 하락이 이어졌다. 대중의 요구에 따라 규제를 하기는 하지만,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고평가돼 있다면 공매도 규제로 주가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걸 그동안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부작용이 크다는 연구도 많다. 미국 예일대학 금융안정연구 프로그램의 연구원 샤론 넌과 애덤 쿨람은 ‘코로나19 시기 공매도 규제’ 란 논문(2021년 1월)에서 “2008년 미국 공매도 규제를 다룬 논문 2건의 결론은 ‘거래량이 감소하고, 적정 가격 발견을 방해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기 규제에 대한 연구들도 ‘공매도 규제가 시장에 악영향(시장 유동성 저해, 가격 성과 저하, 정보 비대칭성 증가)을 끼친다’는 학계의 합의를 강화했다”고 썼다. 규제가 없는 나라로 투자자들이 옮겨간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와 학계는 아직 증시와 공매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간 표기 위반 같은 실수 외에 주가 조작 불법 공매도 적발이 없었던 이유다. 몰수해야 할 부당 이득 산정방식도 마련되지 않았다. 검찰에서 임의로 따진 벌금액을 법원이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개인 공매도 참여를 확대했다. 개인 피해가 늘 수 있단 우려에도 개인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낮췄다.
공매도의 유명한 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게임스톱(GME)은 ‘공매도 전쟁’의 역사에서 기념비가 될 만한 종목이다. 2020년 3월부터 코로나 대유행이 확산되는 가운데 5달러대에 머물던 주가가 9월 들어 10달러대로 올라섰다. 실적에 비해 고평가됐다고 생각한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가 계속 늘어, 유통주식의 60% 가까이로 불어났다.
재무분석가 자격을 가진 키스 길은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레딧’의 게시판(월스트리트베츠)을 무대로, 게임스톱 주식을 사서 거래의 씨를 말리면 공매도 세력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폭등한 주식을 사는 ‘쇼트 스퀴즈’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동조자가 늘어나면서 매수에 힘이 붙었다. 주가는 그해 12월에 20달러대로 올라섰다. 공매도에 시달렸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이들을 응원했다. 주가는 2021년 1월27일 347.5달러(종가)까지 뛰었다. 10거래일간 상승률이 1641%에 이르렀다. 1월28일 장중엔 480달러까지 올랐다.
일찌감치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큰돈을 벌었다. 일부 헤지펀드는 항복을 선언했다. 헤지펀드 멜빈캐피털매니지먼트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고 2022년 5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매도 세력의 ‘쇼트 스퀴즈’는 일어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주가는 떨어지고 고가에 매수한 이들은 ‘물렸다’. 게임스톱 주가는 11월9일 12.7달러로 떨어져 있는데 2022년 1주를 4주로 분할했으므로 50.8달러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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