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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테이프 vs 그린 테이프

by 누름돌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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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레드테이프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레드테이프 현상은 우리 삶에 아주 깊숙하고 자연스레 스며들어있다. 그렇다면 과연 레드테이프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레드 테이프

 

까다로운 규칙·절차를 뜻하는 ‘레드 테이프’(빨간 끈)의 뿌리는 16세기 초 카를 5세 황제 치하의 신성로마제국에 닿아 있다. 당시 드넓은 제국 곳곳에서 보내온 서류 중 급히 처리할 것을 빨간 끈으로 묶어 구분 관리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행정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출처: 위키백과

 

레드 테이프가 지금은 애초 뜻과 정반대로 관료제적 일 처리의 비효율성을 상징하는 말로 변했다. 신속한 일 처리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빨간 끈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자체로 목적이 돼버린 탓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관료제의 부작용으로 레드 테이프를 지목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한다. 관료제 조직에서 흔히 발생되는 형식적 사무처리로 업무지연, 문서주의, 성가신 절차, 과잉통제 등 관료제의 비효율적 부정적 기능 등의 업무처리의 비효율화가 나타나고 이렇듯 목적과 수단이 상충되는 목적전치현상을 종합적으로 레드테이프라고 한다.

 

서양의 레드 테이프에 들어맞는 동양의 짝은 ‘번문욕례’다. 수많은 서류와 결재 단계를 요구하는 관료적 일 처리 과정이 마치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수놓듯 더디다는 뜻을 담았다.

 

명확한 규칙과 공정한 절차가 형식에 얽매임에 따라 오히려 비합리적인 결과로 이어진 데서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느긋해하던 기존의 태도를 버리고 지난해 2020년 3월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레드 테이프를 거론한 바 있다. “의료 행정의 빨간 끈을 철폐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방역 과정에서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이나 절차가 꽤 많았던 듯하다. 

이러한 레드테이프 현상은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여기저기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데, 관료제가 있는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군대, 경찰 같은 공무원은 물론 회사나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일상적인 예를 한 번 들어보자. 한 학생이 말한다. "5월은 혼용 기간이고 6월부터는 하복만 입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6월 1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동복 입고 학교 갔다가 벌점을 받았어요." 그렇다면 6월부터는 하복만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 합리적일까? 추울 때 따뜻한 동복을 입고 더울 때 시원한 하복을 입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레드테이프 현상이 아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우리 생활 속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먼저 위급상황에 경찰서나 응급실에 방문한 시민에게 일련의 복잡한 절차를 요구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봐도 많이 나오는데 시민들의 부름에 즉각 대응해야 할 기관들이 시민들의 안전보다 서류상의 형식적인 절차가 더 중요한 것일까?

다음은 일시적으로 실적에 적용되는 스티커 발부를 위해 교통경찰관이 애매한 경우도 모두 스티커를 발부함으로써 교통정체를 유발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엄청나게 복잡한 계약서나 약관 또한 레드테이프의 부정적 사례이다. 또한 관공서나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지나칠 정도의 수준으로 절차와 서류 요구가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갑'의 레드테이프는 '을'을 힘들게 하고 나아가 책임과 피해를 떠넘기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레드테이프의 부작용은 우선 서류를 갖추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단순한 서류를 떼는 것도 반나절이 걸리는 경우가 있을뿐더러 증명서, 평가서, 의견서 등을 내라고 하는데 이는 상당수가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시간 소요도 만만치 않지만 비용도 수 십 내지 수백만 원이 든다. 이러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규제 업무일수록 레드테이프도 심하다.

 

 

 

 

 

 

 

 그린 테이프

 


레드테이프의 상반되는 특성을 지닌 그린테이프라는 개념 또한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은 우리에게 레드테이프라는 현상이 더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그린테이프는 부분적 재량성, 문서화의 조건에서 외부통제 최소화와 관료신뢰가 부가될 때, 이해관계자 협력으로 이어져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제시하였다. 관료제의 능률성과 조직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레드테이프 부정적 기능을 그린테이프로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레드테이프가 그린테이프로 전환된 사례는 없을까? 먼저 은행 어플의 본인인증 간편화가 대표적인 그린테이프 사례이다. 간편화되기 이전에는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 본인인증, 공인인증서 등 절차가 매우 복잡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문이나, 얼굴 인식 등으로 한 번에 인증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그린테이프로의 전환의 노력들은 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현재 중소기업에서 여러 기관들이 민원 부담을 완화하고자 기간 단축이나 제출 서류를 줄여나가는 간소화 작업을 하고 있고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공무원의 '적극행정'에 힘입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부처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업무 처리의 기관이 3개 기관에서 1개 기관으로 일원화되고 그에 따라 업무 처리 기간도 12근무일에서 7근무일로 단축했으며 동일 서류의 중복 제출도 해소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노력은 지자체, 금융기관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이고 광범위하게 레드테이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레드 테이프를 줄이면서 그린 테이프로 전환의 이론적 논의는 관련 연구가 초기 상태로 연구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레드테이프가 그린테이프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제도설치가 중요한데, 관료제 법규에 의거 기구설치가 진행되고 규칙 관련 논의와 협의가 이루어짐으로써 레드테이프 개선으로 이어진다. 또한 조직관리자의 의사결정이 그린테이프 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그린테이프로의 전환이 된다면 우리는 기존에 얽혀있던 레드테이프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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