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8일 저녁,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의원이 SNS에 자신의 출산 소식을 알리는 글을 게시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임기 중 아이를 낳은 사례는 2015년에 출산한 19대 국회의 장하나 전 의원과 2018년에 출산한 20대 국회의 신보라 전 의원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법상 출산·육아 휴직을 신청할 수 없어 향후 의정 활동에 어려움이 생기는데, 용혜인 의원은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본인의 남편이 1년간 육아 휴직을 신청했다. 2018년, 신보라 전 의원 또한 출산·육아 휴직을 신청하지 못했다.
그녀는 출산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출산·육아 휴직을 90일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되었고, 당시 신보라 의원은 불출석 시 사유와 기간을 적는 청가서를 제출한 뒤에서야 45일 간의 산후조리를 가질 수 있었다.
용혜인 의원은 출산 이후의 의정 활동에 대한 인터뷰에서 수유 문제를 언급했다. 본회의장에 영유아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인데, 본 회의가 최소 두 세 시간씩 걸리므로 회의장 안에 영유아 동반 및 수유실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와 함께 회의장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왜 출산·육아 휴직이 없을까?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정무직 공무원의 신분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국가공무원법 제73조 제1항’에 따라 공무원의 휴직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2항 제4호’를 준용하기 때문에 출산·육아 휴직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의 하위 규정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휴가승인의 주체는 ‘행정기관의 장’이다. 국회의원의 경우에 ‘휴가를 승인하는 행정기관의 장을 국회의장으로 볼 수 있는가?’ 라는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또한 국회의원의 일반적인 휴가와 관련해서는 ‘국회법 제32조, 청가 및 결석’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청가 또는 결석할 수 있는 사유는 ‘사고로 인한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 이 사고의 범위에 의원의 임신이나 출산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청가 및 결석에 관한 규칙’ 등 어디에서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국회의원의 출산-육아 휴직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며, 휴직 사용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반면 다른 나라들은 우리나라와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경우, 1995년부터 연방의원 및 의회 소속직원들은 ‘가족 돌봄을 위한 휴가 및 병가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됨으로써, 출산한 의원은 12주 간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독일 연방하원의 경우 여성의원에 대한 출산휴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출산일을 기준으로 6주 이전부터 8주 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출산휴가 기간에도 급여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원의원이 회의에 결석할 경우 수당이 삭감되지만, 출산휴가 기간 중이거나 함께 생활하는 14세 미만의 아동을 달리 돌볼 보호자가 없을 경우에는 회의에 결석하더라도 수당이 삭감되지 않는다.
덴마크 의회의 경우는 의원의 출산휴가에 관한 규정을 ‘의사규칙’에서 명시하고 있는데, 의원은 임신, 출산하거나 입양할 경우 무려 12개월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예외적으로 장기간의 출산휴가를 허용할 수 있는 이유로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체의원제도’를 들 수 있다. 의원 선출 시에 대체의원을 함께 선출하는데, 의원이 출산휴가를 신청하면 의장은 대체의원에게 의원의 임무를 대신할 것을 명령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출산·육아 휴직에 뒤이어 본회의장의 영유아 동반과 수유에 대해 살펴보자. 2018년 4월 18일, 미국의 타미 덕워스(Tammy Duckworth) 상원의원이 ‘출생한지 1년 미만의 영아의 경우, 부모인 상원의원이 본회의장에 동반입장 할 수 있다.‘ 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함으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영아의 본회의장 출입이 허용되었는데, 다음날인 19일에 타미 덕워스(Tammy Duckworth) 의원은 생후 10일 된 자신의 딸을 품에 안고 의사당에 동반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 상원 이외에도 유럽의회,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에서는 본회의장에 자녀출입이 허용되고 심지어 모유 수유까지 가능하다. 이탈리아도 2023년 여성 의원이 아기가 12개월이 될 때까지 아기를 돌보면서 투표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추진해 통과시켰다.
2017년 11월, 뉴질랜드 국회의장 트레버 맬러드(Trevor Mallard)가 유급 육아휴직 기간 연장에 관한 법안을 심의하는 동안에 노동당 소속 타마티 코피 의원의 아기에게 분유병을 물리면서 회의를 주재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맬러드 의장은 어린 자녀를 둔 의원들에게 국회 출석 시 아이들을 데려와도 괜찮다며 국회 규정을 바꾸어 놓는 등 아이들을 위한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호주 의회에서는 2016년부터 아이동반 출근을 허용했는데, 2017년 5월, 라리사 워터스(Larissa Waters) 상원의원이 출산휴가를 마치고 생후 2개월 된 딸과 함께 의회에 복귀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딸에게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왔는데, 이듬해 6월 의사당에서 모유 수유를 하며 연설을 하는 것이 각국 의회에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의 대다수가 남성 또는 나이 많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출산과 육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국회의원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고 벌써 세 번째로 출산한 국회의원이 나온 만큼 국회의원의 출산·육아 휴직과 본회의장의 영유아 동반 등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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