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재질의 수저가 있다. 흙수저부터 시작해 다이아몬드 수저 등 정말 다양한 수저가 있지만,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수저를 집안 배경, 자산 등에 따라 흙수저부터 다이아몬드 수저까지 계급과도 비슷하게 나뉘어 재미 삼아 부르기도 한다.
그럼 우리나라 ‘2세 정치인’은 어떤 수저일까? 우선 2세 정치인이란 국회의원 등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자가 존재하고, 그 사람의 가족이 정치인으로서 활동하면, 이른바 ‘2세 정치인’이라는 호칭을 달게 된다.
2세 정치인 현황과 장단점
20대 국회에서 2, 3세 정치인으로 금배지의 꿈을 이룬 의원 수는 15명이다. 이는 국회의원의 정원 5%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진 않지만, 역대 국회에서 제일 많은 숫자이며, 점점 2세 정치인의 수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이 이상 많아지면 2세 정치인이 아닌 일본과 같은 세습정치로 심화될 것이라 평가하며, 2세 정치인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초기, 독립 운동가였던 이회영의 가족인 이시영이 초대 부통령을 맡았고, 이회영의 손자인 이종찬이 전 국정원장을, 이종찬의 사촌인 이종걸이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 이후 점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정권이 계속 교체되고, 여러 대통령과 정치인의 가족들이 정치체계에 몸담고 있다. 예시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장남 김홍일 전 국회의원, 차남 김홍업 전 국회의원, 삼남인 김홍걸 현 국회의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의원과 그의 동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 그리고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 정우택 의원과 국민의힘 정진석 국회의원 등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2세 정치인들이 있듯, 그들 간의 선거 경쟁은 '가문의 경쟁'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대결 양상을 보인 적도 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내무장관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의 아들인 정진석 후보(현 국민의힘 국회의원)를, 민주통합당은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전 국회의원)을 후보로 내세웠고, 자유선진당도 조병옥 전 내무장관의 아들인 조순형(전 국회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며 서울 한복판에서 명문가 2세 정치인들의 격돌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2세 정치인’은 ‘세습정치’, ‘금수저 정치’, ‘대물림 정치’ 등 선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에 발을 들여 금배지를 비교적 쉽게 달 수 있다. 이 때문에 능력 있는 신인 정치인의 국회 진입을 막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특히 선대의 지역구마저 물려받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세 정치에도 이점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세 정치인’의 시점으로 본다면 부모가 남긴 정치적 유산을 짊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유명정치인의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정치를 시작한 경우, 부모에 관한 공과 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2세 정치인들이 아무리 큰 뜻과 포부를 가지고 있다 한들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공이 많으면 그 이상의 업적을 이루기 어렵고, 과가 많다면 자식의 발목을 붙잡게 된다는 말이다.
외국의 예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세습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수의 5%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5배에 달하는 26%의 세습 국회의원이 존재한다. 일본은 소위 ‘3방’을 이어받은 자가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3방이란 일본의 세습요인으로 지방, 간방, 가방을 의미한다.
지방이란 후보자의 후원회 같은 조직적 기반을 말하는데, 선거구 내에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로 집표 활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후원회가 후보를 지원하고, 세습정치인은 후원회의 편의를 봐주는 등의 행위를 하고 관계를 깊게 맺은 뒤, 이를 다시 친인척 세습인에게 물려주는 식으로 되어 있어 비세습 정치인이 세습 후보와 후원회가 만든 장벽을 뚫기는 어려운 일이다.
간방은 간판, 즉 지명도를 의미하는데 세습 후보는 부친 등 친족이나 가문의 이름을 브랜드화하여 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로 인해 비세습 후보와는 달리 인지도를 위한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줄어 처음부터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방은 넉넉한 정치자금을 의미한다. 막대한 선거비용을 비세습 후보는 감당하기 어려운 반면, 세습 후보는 정치자금을 상속받음은 물론, 지명도 덕분에 더 많은 자금 모집이 용이해 쉽게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 '3방'의 조건은 세습의원이 아니면 갖추기 어려운 정치 자산이다 보니, 신입 정치인에게 정치 장벽은 높아지기만 한다.
또, 일본은 대부분의 선거에서 투표용지에 직접 후보자의 이름을 써내는 '자서식' 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투표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세습 정치인의 당선을 유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쓰기 쉬운 한자나 일본 문자 '가나'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고,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인지도 있는 후보의 이름이 익숙해 기억하기 쉽고 쓰기 편하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부 장관 등 세습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사례로 루즈벨트 가문, 케네디 가문, 부시 가문, 클린턴 부부 등이 존재한다. 루즈벨트 가문의 경우,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가 26대 대통령을, 그의 12촌 형제인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가 32대 대통령, 그리고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의 영부인인 엘리노어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가 UN 인권 이사회 의장으로서 활동하였다.
케네디 가문의 경우, 존 F.케네디(John F. Kennedy)가 제35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활동하였고, 1968년 조지프 케네디(Joseph Kennedy) 부부의 3남이자 존 F.케네디(John F. Kennedy)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진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존 F.케네디(John F. Kennedy)는 리 하비 오스월드(Lee Harvey Oswald)에 의해서 암살당하였고,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도 선출 직후, 암살당하며 빛을 보진 못하였다.
부시 가문의 경우,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 W. Bush)가 41대 대통령으로 활동을 하였고, 그의 아들인 조지 워커 부시(George W. Bush)가 43대 대통령, 그의 차남인 젭 부시(Jeb Bush)가 주지사로서 정치 활동을 했다.
클린턴 부부는, 미국의 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이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과 맞붙었다. 이때,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의 선거운동을 도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들은 미국 사상 첫 부부 대통령에 도전하였으나, 아쉽게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무산되었다.
다양한 나라의 사례를 봤을 때도 가문 등의 뒷배경은 무시할 수 없으며, 이는 신인 정치인에겐 크나큰 장벽이다. 그렇다면, 세습정치가 안 좋기만 한 걸까?
세습정치인이 진정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면 선대에서 정치에 관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필요한 인맥을 구축하기 좋으며, 지역 주민과도 오랜 기간 소통한 가문으로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세습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해악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매우 크다는 점과 그들만의 사회를 구축하여 폐쇄적인 정치구조가 생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부각된다.
혈연, 지연, 집안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중시하는 정치 속에서 그 무엇도 없는 신인 정치인에게 국회의 문턱은 높고도 높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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