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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왜 의사봉은 3번 칠까?

by 누름돌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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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으로서 주기적으로 본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다. 이때 본회의가 끝나면 국회의장은 의사봉을 3번 두드리게 된다. 이 행위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의사봉의 유래

 

의사봉이란 국회의장석 오른편에 둔, T자형의 목제봉과 사각형 밑판에 다리를 부착한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국회에서 사용되는 도구이다.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의사봉이 유입된 때는 해방 후 미국 하와이교민회가 정부 수립을 축하하는 의미로 기증한 목제로 된 의상봉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가 의사봉을 접할 수 있는 순간은 주로 매스컴에서 방송되는 국회에서 국회의장이 회의의 시작과 끝을 의사봉 3타로 행하는 모습과 드라마, 혹은 영화 속 법원에서도 의사봉 3타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 고증된 것이다. 이는 단지 극적인 표현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실제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사법부가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에서 1960년대 중반에 사라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와 다르게 사법부에서도 의사봉을 사용하며 영국은 의사봉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영국처럼 의사봉을 없애는 움직임이 보인다. 경남도가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각종 위원회에서 사용하는 의사봉을 없앴다. 경남도는 20208월에 도정자문위원회 등 189개 위원회의 의사봉 의무적 사용을 폐지하고, 경남도 출자출연기관과 시군의 동참을 요청했었다고 한다. 또한, 기초자지단체에서는 20182월 부산진구청이 73개 위원회의에서 의사봉 사용을 폐지했다.

 

이는 의사봉의 사용과 관련한 유래와 연혁도 불분명하고 의사봉 형태나 크기, 사용 목적, 기준에 대한 명백한 기록이니 자료도 미미한 것에 반해,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상징성을 타파하여 위원회 문화를 혁신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자는 취지에서 의사봉을 폐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여전히 의사봉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의사봉의 상징적 의미가 아직 큰 의미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는 왜 의사봉을 사용하며 의사봉의 3타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회가 의사봉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문헌적 자료나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과거부터 사용되었던 관례이기에 아직도 사용한다는 정도가 설명의 전부이다.

 

의사봉 3타는 주로 개의산회 선포 시, 정회속개 선포 시, 의사 일정 상정 시, 질의토론종결 선포 시, 표결 선포 시, 의결내용 선포 시 등에 이루어진다. 국회의 경우 국회의장 또는 각 상임위원장 등이 회의 진행의 각, 단계마다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 사용되고 이 외에도 회의장의 질서유지 및 정리 등을 위해 의사봉을 세 번이 아닌 여러 번을 치는 난타의 경우도 있다.

 

국회의장 혹은 상임위원장이 안건을 의결할 때는 “***은 가결(또는 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말한 뒤 의사봉을 오른손에 들고 그 밑판인 사각형의 목제판을 세 번 내려친다. 이를 의사봉 3타라고 한다.

 

미국도 한국 국회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기는 하나 이는 선택적인 사항이며 횟수도 일정하지 않다. 의회 정치의 표본인 영국은 의사봉을 아예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의사봉 3타에는 법제적 효력이 있을까? 정답은 법제적 효력은 없다.’이다. 3타에 대한 어떠한 법 조문도 연혁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의사봉 3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법 제정, 개정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저 의사봉 3타는 관행적이고 권위적인 요소로써 일종의 통과의례의 의미일 뿐 결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법적 효과가 없음에도 현재까지 관습적으로 사용해 온 만큼 의사봉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처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국회가 안정되지 않았을 때 국회의원들은 의사봉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

 

19693선 개헌 당시 국회의사당 본관이 아닌 별관에서 민주공화당 의원들만 모여 표결이 이뤄졌는데 별관에는 의사봉이 없어 의장석에 있던 주전자 뚜껑으로 책상을 세 번 치며 개헌안 통과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개헌 반대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에 나섰던 신민당 의원들은 개헌안 통과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과거에는 의사봉을 차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고 속주머니에 숨겨 다니기까지 했을 정도로 말이다.

 

과거 한국의 사례로 2009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 기습 상정을 우려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김영선 정무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씨익 웃으면서 의사봉 하나를 더 꺼내 들며 흔들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의 여야 합의가 쉽지 않자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위원장석을 차지했고 이 의원이 방심하던 사이 김 위원장이 바로 의사봉을 차지하고 그 주위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둘러쌌고 김 위원장이 의사봉을 3번 두드렸다.

 

미국의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은 2020년에 치뤄진 하원 의장 선거에서 재선출 됐다.. 펠로시 의장은 연단에 서서 의사봉을 번쩍 들어 보이는 행동을 했다. 이는 단순한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펠로시 의장의 4번째 의장선출에 대한 정치적 자신감을 과하게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미국 의회에서 의장이 의사봉을 들어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의사봉은 왜 세 번 두들기는 걸까?

 

앞의 사례들을 보면 우리는 항상 의사봉을 3번씩 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의사봉은 왜 세 번 두들기는 걸까? 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의된 것이 없다. 단지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할 뿐이다. 이 또한 구전되어 온 내용과 국회 뉴스 등에서 언급한 추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첫 번째로 숫자 '3'은 심리학적 접근에 있어 '3의 법칙'이라 하여 완성, 안정, 최고, 신성, 종합, 일치성 등에 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장이 의사결정의 안정성, 지속성 등을 나타내기 위해 의사봉 3타가 도입된 것으로 추측한다.

 

두 번째로 의사봉 3타에서 첫 번째 두드림은 합의나 결정의 선포, 두 번째 두드림은 선포사항의 잘못 또는 이의 여부 확인, 세 번째는 합의나 의결에의 승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서 의결의 의미는 첫째 하늘에 고하고, 둘째, 땅에 고하고, 셋째 백성에게 고할 정도로 이 의결이 완벽하다는 것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다.

 

위와는 별개로 시사적인 비유로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첫 번째 칠 때는 여당 의원석을, 두 번째는 야당 의원석을, 세 번째는 방청석의 국민을 보고 쳤다고 한다.

 

 

 

 


이렇듯 의사봉은 대한민국 국회와 그 역사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봉은 국민의 권리에 영향을 끼치는 법률의 제정에 있어 그 끝과 시작을 알리는 종과도 같은 물건이다. 이를 사용하는 국회의원은 그 무게감을 인지하고 입법에 있어 신중함과 완벽함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정치 상황 속에 의사봉은 정부의 권위주의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산물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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