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rean Politics

대통령의 종교

by 누름돌 2023. 1. 4.
반응형

대한민국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다. 헌법 제201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02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이처럼 우리는 누구든지 종교를 가질 수 있고 종교 선택에 자유가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종교를 살펴보면 개신교 4, 천주교 3, 불교 3, 무종교 2명으로 개신교인이 제일 많으나 종교별로 큰 차이는 없다. 우리나라 국민의 종교 분포와 비교해봤을 때, 대통령의 종교는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종교는 당선된 후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대통령의 종교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고 다른 종교라는 이유로 탄압받았다.

 

 


 

1대 이승만 대통령은 신학을 공부했으며 미군정에서는 목사로 통했던 인물로 독실한 개신교인이었다. 그는 기독교 국가를 방불케 할 만큼 기독교 성향을 가장 강하게 드러냈다. 제헌국회 선거일이 주일이라는 이유로 하루 늦췄으며 제헌국회를 순서에도 없는 기도로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형목제도와 군목제도를 창설하는 등 독점적 혜택을 부여했다.

 

4대 윤보선 대통령은 개신교로, 부인이 독실한 신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정권을 잡았던 장면 전 총리는 천주교인이다. 이승만 정권의 형목제도를 폐지하고 천주교 정치인을 등용하는 등 짧은 기간에 친 천주교 정책을 실시했다.

 

5대 박정희 대통령은 무교에 가까웠지만 독실한 불자였던 부인 육영수 여사의 영향으로 친 불교적 성향을 지녔다. 공식적으로는 불교다.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불교 세력이 쿠데타 세력에 상당수 포함되며 기반을 넓혔다. 국가 의식인 현충일을 불교식으로 치렸고 석가탄신일이 국가 공휴일로 제정됐다. 기독교계가 독점했던 종교교육 규제, 무인가 신학교 정비 등 기존 기독교 세력을 탄압했다.

 

10대 최규하 대통령의 종교는 무교로 이렇다고 할 행적은 없다. 11대 전두환 대통령은 원래는 천주교 신자로 베드로라는 세례명을 받았지만 불교로 개종했다. 불교 신자이면서도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이 신군부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10·27 법난으로 불리는 대규모 불교탄압을 자행했다. 기독교 방송에 대한 보도 및 방송금지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고 했다. 자신의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단순히 군부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이용했다.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독실한 불교 신자였지만 퇴임 후 개신교로 개종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10·27 법난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아 이를 만회하고자 노력했다. 대구 팔공산 동화사의 통일기원 대전 현판을 직접 썼으며 불상이 새겨진 10원짜리를 만들도록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은 개신교로, 충현교회 장로였다. 박정희 정부부터 시작된 불교의 편애에 대한 반발로 당선 전부터 '김영삼 장로 대통령 만들기' 운동이 일어났다. 당선 후에는 청와대에 최초로 기독교 모임을 만들었으며 예배실을 마련해 가족 예배를 봤다. 이후 불교계의 반발이 일자 청와대에 불자 모임인 청불회를 만들어 불교계와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은 토머스 모어라는 세례명으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재임 중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보기도 했으나 다른 종교와 큰 마찰은 없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지만 종교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프로필 종교란에는 무교로 쓴다. 별다른 마찰은 없지만 사립학교 법 개정 때문에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었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개신교로, 소망교회 장로였다. 김영삼 정부와 같이 당선 전에 '이명박 장로 대통령 만들기' 운동이 일어났다. 당선 후에는 교회 권사인 이경숙을 숙명여대 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개신교 주요 인사 논란이 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학창 시절에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받았고 공식적으로는 무교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많은 종교적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것과 사이비 종교와 관련해 많은 비난을 받았으며 이는 탄핵당하는데 원인이 됐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지고 있으며 애장품으로 묵주반지를 꼽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가 집필한 자서전 운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녀복을 입고 식량을 나눠주던 수녀들의 모습이 천사 같았다 묘사했다. 종교 간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했지만 바티칸 미사 장면이 종교방송이 아닌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었다는 논란과 남북정상회담에 천주교 측만 북측 관계자와 만났다는 논란이 있다.

 

 

 

 


외국에서도 대통령의 종교는 중요한 정치적 요소가 된다. 미국 46대 조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성서에 손을 얹는 모습을 보였다.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을 선서한 대통령은 조바이든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가지고 온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개신교도가 세운 나라인 미국은 대통령의 종교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외교부 조사 결과에 의하면 과반수에 가까운 48.5%의 국민이 개신교도이며, 가톨릭교 인구는 22.7%에 불과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 중에서 거의 대부분이 개신교 신자이며 가톨릭 신자는 케네디 대통령,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뿐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종교는 때놓을 수 없는 관계다. 미국처럼 종교가 선거의 당락을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적 성향을 정치와 결부시켜 표출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이다. 당연히 대통령도 종교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종교와 다른 종교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종교가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종교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종교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