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헌 때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이었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현재 국민의 민주역량은 정치역량을 앞서고 있기에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당초 선호 여론이 가장 높은 4년 중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선회했다. 중임과 연임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선 대통령 중임제와 연임제의 공통점은 한차례 이상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둘의 큰 차이는 연속성이다. 사전적 의미로 연임제는 ‘연속으로’ 두 번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현재 대통령이 4년을 하고, ‘차기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경우 연이어 대통령을 할 수 있다. 단, 차기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더 이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반면 중임제에서는 횟수에 상관없이 거듭해서 선거에 나와 대통령을 할 수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거나 떨어져도 차차기 등 언제든지 다음 대선에 출마해서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임제가 중임제보다 더 좁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중임제를 하면 장기집권과 관권선거의 유혹을 받을 수 있으며, 세대교체 등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관한 평가를 선거로 할 수 있게 되고 장기간이 필요한 정책추진을 하는 데에 장점이 있다.
중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에콰도르,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코소보, 폴란드, 포르투갈, 세르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튀니지, 터키 등이다. 칠레의 경우는 특이하게 대통령이 중임은 할 수 있지만, 연임은 금지하고 있다.
특이한 중임제 국가도 있다. ‘대통령 6년 중임제’인 러시아의 경우 2연임은 가능하고 3연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연임 후 다른 사람의 대통령 임기 6년이 지나면 다시 연임이 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경우, 4년 중임제 당시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내고(2000~2004년, 2004~2008년) 총리를 한 차례(2008~2012년) 맡은 뒤 다시 연속해서(6년 중임, 2012~2018년, 2018~2024년) 대통령이 됐다.
한국정서에는 대통령 장기집권에 우려가 강하기 때문에 중임제를 적용한다면 차기 대선에 떨어지거나 쉰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총 2번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임제는 여러 번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제왕적 대통령제, 즉 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출마 자격에 제한을 둔 4년 연임제(consecutive terms)가 현 단계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직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중간 평가의 의미가 있는 제도로서는, 불연속의 가능성이 있는 중임제 보다는 바로 다음 임기 여부를 정하는 연임제가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인 플랜이 가능하고 레임덕을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도 4년 연임제가 맞다.
국정의 안정성과 효율성 면에서도 중임제보다는 연임제가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세대교체의 관점에서도 중임제 보다는 연임제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또한 정치를 못하면 현직대통령과 현직 여당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따라서 잘하면 총 8년을 할 수 있고, 못하면 책임을 지고 4년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1차 연임규정을 둔 국가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조지아,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등이다.
미국의 경우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 나라다. 중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22대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가 꼽힌다. 그는 한차례 대통령을 하고 백악관을 떠난 뒤 4년 후 두 번째 임기(24대)를 시작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러나 루즈벨트 대통령이 4번이나 대통령에 취임하자 1951년 대통령을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도록 헌법을 수정했다(수정헌법 22조).
그러나 미국은 중임제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관례적으로 4년 연임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빌 클린턴(Bill Clinton, 1993~2001년),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2001~2009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2009~2017년)까지 세 명의 대통령이 연달아 8년간 집권했다.
미국이 대통령제를 잘 운영하는 게 굳이 규정을 정하지 않아도 현직 대통령이 큰 문제가 없는 한 재출마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 8년을 담당하여 대통령 책임정치, 안정성, 레임덕 방지 등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영부인 엘리너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을 역임한 대통령이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이다. 그의 재임기간은 총 12년 1개월(1933년 3월 4일 ~ 1945년 4월 12일)이었다. 1932년 대공황시기 선거에서 승리한 루즈벨트는 뉴딜(New Deal)정책으로 불리는 일련의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뉴딜정책의 혜택을 보게 된 저소득층, 빈민, 노동자, 소수인종들이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편입되어 1990년대까지 민주당 우위 정당체계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제2차 대전 후 대통령 중임을 제한하는 수정헌법 제22조가 추진되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영부인(First Lady) 엘리너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고 있는 여성 중 한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침대 광고(시**)에 나와 익숙할 것이다.
참고자료
강원택, “한국대통령제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안에 대한 검토”, 진영재 편, 『한국 권력구조의 이해』, 나남(2004), 347쪽.
김선화, “대통령 단임제, 중임제 및 연임제”,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8).
미국정치연구회 편, 『미국 정부와 정치2』, 오름(2013), 64쪽.
허석재, “선거주기 조정 관련 쟁점”,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8).
Mayhew, D. R. Divided We Govern, Yale University Press(2005).
Shugart, M. S. and J. M. Carey. Presidents and Assembly, Cambridge Univ. Press(1992), 2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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