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제(double-ballot system)는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 최고 득표자 2명에게 한 번 더 투표하고, 여기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자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목적은 과반수 득표의 당선자를 탄생시켜 민주적 정통성, 대표성, 통치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대통령제 국가형태를 취하고 있는 36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면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결선투표제의 역사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 당선인은 유효투표총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요건을 충족하는 자가 없는 경우, 다수표를 얻은 2인을 대상으로 1차 투표일 후 두 번째 일요일에 2차 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제의 당선기준은 50%의 득표율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남미 국가 중에는 50% 미만 또는 그 이상으로 설정하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는 40% 이상 득표할 경우 당선인으로 결정되는가 하면, 아르헨티나는 45%, 시에라리온에서는 55%를 당선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특징적인 점은 1차 투표에서 1위 득표자의 득표율이 당선기준인 45%에 못 미쳐도 40% 이상의 득표율과 2위와 10% 이상의 득표차를 보이면 결선투표 없이 당선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를 경험한 국가들이 민주주의로 이행하면서 많이 채택되었다. 절차적 정당성이나 대표성을 보다 높일 수 있는 대안적인 방식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프랑스가 실시하는 결선투표제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 장단점
한국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이 낮은 득표율로 취약한 대표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선투표제의 도입 여부는 단순히 대선의 승리 여부 뿐 아니라 정당체제 등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국민주권원리에 부합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인위적 과반조성으로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며, 실제 많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
결선투표제의 장점으로 첫째,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된 유권자가 종전처럼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하는 고통 없이 자신의 진정한 선호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차 투표에는 사표 걱정 없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진성투표(sincere vote)를 할 수 있고, 2차 투표 때에는 지지했던 후보와 이념적으로 가장 가까운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strategic vote)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의제도에 대한 효능감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정당 이론가인 사르토리(Giovanni Sartori, 1924~2017)는 결선투표제가 유일하게 유권자들에게 두 번의 선거기회를 제공하며, 2차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는 1차 투표와 달리 좀 더 많은 정보와 판단을 근거로 투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거제도라고 평가했다.
둘째, 당선된 대통령은 50% 이상의 지지로 당선된 만큼 한층 높은 정통성과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 결선투표제는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시킨다. 한국대선에서 과반 이상으로 당선된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 없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는 50% 이상의 득표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따라서 결선투표제는 국민의 전체 의사를 대표하기 위해선 ‘절대과반수 이상’이어야 민주적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루소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역대 대통령당선자의 득표율 비교>
대통령선거 | 투표일 | 당선자 | 총투표자수 (명) |
투표율 (%) |
득표율 (%) |
제13대 | 1987.12.16 | 노태우 | 23,066,419 | 89.20 | 36.60 |
제14대 | 1992.12.18 | 김영삼 | 24,095,170 | 81.90 | 42.00 |
제15대 | 1997.12.18 | 김대중 | 26,042,633 | 80.70 | 40.30 |
제16대 | 2002.12.19 | 노무현 | 24,784,963 | 70.80 | 48.90 |
제17대 | 2007.12.19 | 이명박 | 23,732,854 | 63.00 | 48.67 |
제18대 | 2012.12.19 | 박근혜 | 30,721,459 | 75.80 | 51.55 |
제19대 | 2017.05.09 | 문재인 | 32,807,908 | 77.20 | 41.08 |
셋째, 정당 간 연합이 활성화되어 협치가 자리 잡는다. 결선투표제는 연합정치를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또한 결선투표제는 정당정치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선투표제가 정당 간 선거연합 또는 연립정부의 기회구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넷째, 소수 정당도 자신의 정책노선을 앞세워 선거완주를 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후보 간 단일화가 사라지고 정책경쟁이 활발해진다. 결선투표제는 단일화 몰입의 선거과정도 정상화하고, 권력의 정당성도 높인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첫째, 2차 투표의 가능성이 열려 있게 되면 후보난립으로 정당의 파편화(fragmentation)가 우려되기도 한다. 2차 선거에 앞서 후보사이의 합종연횡은 대개 선거부정이 개입되거나 논공행상 격의 자리 배분이 매개되기 마련이다. 그 사이에 이른바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려는 군소정당이 난립해 정당체계는 대체로 파편화된다.
둘째, 매우 우연적인 요소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주면서 정치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1996년 에콰도르 대선 2라운드에서는 바로 전날 월드컵 예선의 참패로 성난 유권자가 여당 후보 대신 좌파 후보를 선택하게 만든 일까지 일어났다.
셋째, 두 번에 걸쳐 투표를 실시하므로 선거비용의 증가와 선거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실시한다고 결정하더라도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문제다. 결선투표제를 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헌법이 구체적인 선거 방법은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법만 손질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상대다수제에서 절대다수제로 변경해야 하는데, 현행 헌법상 대통령선거의 당선인결정방식은 상대다수제를 의미하므로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결선투표제 도입에 개헌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현행 헌법이 대통령선거의 당선인 결정방식으로 상대다수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법률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참고자료
강원택,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인간사랑(2005). 17~45쪽.
김종갑,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논의와 도입 시 고려사항”,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7).
성낙인, 『헌법학』, 법문사(2012), 1072쪽.
신명순·진영재, 『비교정치』, 박영사(2017), 143쪽.
장 지글러(유영미 역),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엔 식량 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갈라파고스(2007), 99~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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