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살펴볼 내용은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왜 4년일까? 이는 국회의원, 지방선거 등과 관련한 선거주기 조정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선거주기 조정을 통해 동시선거 실시를 주장한 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총선을 중간평가로 하자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소속정당이 원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을 높여서 국정안정을 기하는데 방점이 있는 반면,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임기 중에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제안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필요한 것이 선출직의 임기조정이다. 한국은 별도주기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가 엇갈리게 선거를 치른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각급 선거에 선출하는 공직자의 임기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선거일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해진다.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의 주기(electoral cycle)는 ①두 선거가 함께(혹은 연이어) 치러지는 ‘동일주기’, ②별도로 치러지는 ‘별도주기’, 그리고 ③두 선거의 주기가 다르지만 부분적으로 함께 치르도록 하는 ‘혼합주기’가 있다.
<선거주기의 유형>
유형 | 주요 입법례 |
동일주기 | 대부분의 남미국가, 프랑스(2002년 이후, 의회선거는 대선 한 달 뒤 치러짐) |
별도주기 | 한국,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러시아 |
혼합주기 |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필리핀 |
출처: 허석재
혼합주기의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임기는 4년, 하원의원은 2년, 상원의원은 6년으로 모두가 짝수의 수를 가졌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짝수 해에 모든 선거가 실시된다.
대통령선거에 전체 하원의원 435명과 상원의원 100명의 1/3(33명 혹은 34명)을 선출하고, 대통령 임기 중반에 동일한 상하원을 선출한다. 그리고 50개 주(state)는 주 헌법에 따라 대통령선거와 중간선거에 참여한다.
동일주기에서는 후광효과(coattail effect) 즉,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의회선거에서도 의석점유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밀월선거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데, 대선 패자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의회선거에서 기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 때 중도층이나 무당파층도 집권당 후보로 투표를 전환할 확률이 크다.
이러한 결과로 대통령이 소속된 집권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에도 단점정부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밀월선거를 제도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반면 중간선거에서는 야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자주 발생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 임기 후반에 치러진 선거일수록 집권당은 의석을 잃을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경험적으로 확인된다. 미국은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에서 평균 32석을 잃었다.
한국도 민주화 이후 대통령 임기 후반에 치러진 총선일 경우 집권당의 의석손실이 많아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고전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분점상황에서는 의회 다수파는 대통령의 정책의제에 협조하기보다는 대통령-의회 간 교착상태(deadlock)로 남은 임기를 기다려 정권교체를 추구한다.
프랑스와 미국의 경우 좌·우, 보수·진보의 동거 현상이 20세기 후반부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986년부터 세 차례 ‘좌우동거정부(cohabitation)’가 구성됐다.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좌우동거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소위 ‘분점정부’ 즉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파 정당이 다른 선거 결과도 80년대 이후 12차례 발생했다.
그렇다면 다른 정당이 각기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현상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행정부와 의회 다수당이 같으면 아무래도 장점이 많다. 새로운 법안· 조약을 통과시키거나 내각·사법부를 구성하기가 더 쉽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을 평가한 순위를 보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 순위가 높은 대통령은 상·하원을 장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는 미국의 경우 ‘분점정부’가 오히려 더 생산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분점정부 기간의 경제성장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다수당이 다른 의회가 정부를 견제하면 예산을 더 알뜰하게 쓰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분점정부에서도 입법실적이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당규율이 강한 한국에서는 단점정부에서 입법효율성이 더 높았다.
참고자료
강원택, “한국대통령제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안에 대한 검토”, 진영재 편, 『한국 권력구조의 이해』, 나남(2004), 347쪽.
김선화, “대통령 단임제, 중임제 및 연임제”,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8).
미국정치연구회 편, 『미국 정부와 정치2』, 오름(2013), 64쪽.
허석재, “선거주기 조정 관련 쟁점”, 『이슈와 논점』, 국회입법조사처(2018).
Mayhew, D. R. Divided We Govern, Yale University Press(2005).
Shugart, M. S. and J. M. Carey. Presidents and Assembly, Cambridge Univ. Press(1992), 2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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