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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생태 vs 명태 vs 동태 vs 황태 vs 노가리 vs 코다리

by 누름돌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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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과에 속하는 한류성 바닷물고기 명태는 한국 동해, 일본 북부, 북태평양 해역에 분포한다. 예로부터 한국인이 즐겨 먹고 제사장에도 빠뜨리지 않는 생선이다. 일제강점기 시인 백석(1912~96)은 명태를 이렇게 노래했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新羅) 백성의 향수(鄕愁)도 맛본다’(‘북관’). 명태는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명태는 한자로 ‘明太’라고 쓴다. 밝을 명, 클 태, ‘밝게 해주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동해 바닷가 사람들은 명태 내장에서 거둔 기름을 불을 지피는 데 썼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펴낸 보고서 『명태와 황태덕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또 조선시대 함경도 삼수갑산 농민들은 ‘명태의 간을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했다. 영양실조로 눈이 침침해질 때 명태의 효험을 봤다고 한다.

 

명태는 한국 전통의례에 신성한 제물로 등장한다. 값싸고 맛있는 물고기이기에 가난한 집에서도 제사상에 단골로 올렸다. 특히 악한 기운을 막는 벽사(?邪) 기능이 컸다. 늘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이라 지킴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사람들은 새 차를 사면 통북어를 매달고 무사안전을 기원하곤 한다. 북어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형태가 변하는 않는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명태는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해 봄이 되면 황태로 변신한다. 그리고 갓 잡은 생태, 얼린 동태, 반만 말린 코다리, 완전히 말린 북어, 봄에 잡은 춘태, 가을에 잡은 추태, 새끼 때 잡은 노가리, 망태, 조태, 짝태, 먹태 등 이름만도 수십 가지가 넘는 국민생선이 됐다.

 

조리법도 호칭만큼 다양해 껍질부터 아가미, 내장, 심지어 눈알까지 먹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생선이다. 명태는 한류성 어류답게 찬바람 부는 겨울이 제철로 산란기인 봄을 앞두고 활발하게 섭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겨울에 가장 맛있다.

 

흰살 생선인 명태는 고단백저지방식품으로 100g당 단백질이 무려 17.5g인 반면 지방은 불과 0.7g으로 칼로리가 낮아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이나 근육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명태의 간에는 대구의 3배에 달하는 비타민A가 함유돼 있고 살에는 단백질과 칼슘성분이 많으며 단백질의 기본구성단위인 아미노산 중 간 지방을 감소시키는 메티오닌(methionine)이 풍부해 몸에 축적된 독성을 푸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과음 후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라이신(lysine)은 칼슘 섭취를 보충하고 콜라겐 형성과 항체, 호르몬, 효소생산을 돕는다. 명태 껍질은 콜라겐 덩어리로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명태 껍질에 함유된 피시 콜라겐은 사람의 피부와 가장 유사한 구조를 가졌으며 저분자 형태로 피부 흡수율도 84%로 매우 높은 편이다. 돼지 껍질에 함유된 콜라겐의 흡수율은 2%에 불과하다.

 

 


요즘 명태는 매우 귀한 몸이다. ‘국민 생선’으로 불릴 만큼 흔한 생선이었지만 우리 바다에서 씨가 마른 지 10여 년이 넘었다. 무분별한 남획과 지구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1987년 47만t에 달했던 어획량이 2008년에는 공식 기록 ‘0’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요즘 식탁에 오르는 명태는 십중팔구 러시아산이요, 겨우내 덕장에서 정성껏 만든 황태 또한 70%가 중국산이다.


검푸른 동해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다녔던 명태는 영영 다시 볼 수 없는 걸까. 다행히 좋은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명태를 완전 양식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번에는 자연산 암컷과 양식 수컷 사이에서 나온 수정란을 치어로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3년 전 시작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덕분이다. 서민의 양식인 명태가 하루속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명태를 풍자한 속담도 많다. 공교롭게 부정적인 표현이 많다. ‘노가리를 푼다(깐다)’가 대표적이다. 술안주로 인기 있는 노가리는 잘 알려진 대로 명태의 새끼를 일컫는다. 명태 한 마리가 낳을 수 있는 알은 10만~100만 개. 속담은 그만큼 잡담이 많거나 거짓말하는 경우를 빗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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