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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불멍이 인기 있는 이유?

by 누름돌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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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계절을 불문하고 캠핑, 그것도 차박이 유행이다차박은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캠핑 유형이다캠핑을 하면서 불멍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최근에는 불멍 때문에 차박이나 캠핑하러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불멍은 불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을 말한다야영객들은 장작을 태워 나무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캠핑의 백미는 불멍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중독성이 있는지 최근 노르웨이 국영방송 <NRK>는 장장 12시간 동안 장작불 타는 장면만 중계방송하기도 했다아무런 영상 편집과 자막 없이도 시청률이 15% 이상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캠핑을 가지 않고서 유튜브에서 ASMR 유형의 장작불 타는 영상을 보는 것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일부 호텔에서는 객실에서 모닥불 캠핑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불멍 패키지를 내놓기도 한다.

 

 


불멍이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멍함 그 자체에 있다고 보는 가설이 있다여행을 떠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것 자체가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는 주장이다멍을 때리면 마음이 차분하게 정화되면서 명상효과도 난다고 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불멍은 혈압을 낮춰주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심리가 멍 때리기 유행에 작용했다고 한다특히 코로나 19로 비대면문화가 확산되면서 혼자 조용히 휴식하는 문화가 증가된 측면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비운 채 말없이 한 곳을 바라보는 ‘멍때리기’는 대상에 따라 산을 바라보는 산멍도 있다그리고 흐르는 강물이나 파도치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물멍’도 있다혹은 야외에 나갈 형편이 되지 않으면, 거실 어항을 바라보는 것도 ‘물멍’에 포함된다.

 

심지어 서울시는 2014년부터 멍 때리기 대회를 개최 중인데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

 

둘째, 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는 가설이다도시화가 되면서 장작, 연탄에서 가스와 전기로 우리의 에너지원이 전환되었다더는 을 볼 수 없는 환경에 인간이 놓이고 있는 것이다.

 

TV, 유튜브, 그리고 도시의 불빛이 이를 대신하고 있지만, 따스한 불의 정서적인 속성까지 복제하지 못한다우리는 불의 경험, 직화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직화'란 인류에게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에너지원이다머나먼 우리 선조부터 수십만 년 동안 인류에게는 가장 친숙한 불에 대한 DNA가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다이런 점에서 불은 단순한 에너지원을 넘어 우리에게 무언가 정서적 존재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닐까?

 

우리는 불을 직접 보고, 만지고 싶은 것이다어릴적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불장난이었다인간은 불맛 혹은 스모크 향을 통해서 영장류적 유대감을 확인하고 추억한다. 그렇지 않다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각함에도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야외에 나가 비싼 장작을 구입해서 태우고탄 음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탄불이나 숯불에 쇠고기며 삼겹살을 직화로 해서 구워 먹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연탄불이나 숯불의 석쇠 위에서 구워 먹는 고기가 전자레인지 위에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안다야외에서 어렵게 장작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먹으면 무엇이던 맛있다.

 

진화생물학의 권위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저서 <우리는 지금도 야생에 산다>에서 인간이 수렵채집 생활에 적응한 이후 지금까지 유전자 차원에서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으며, 야생의 습성을 간직한 채 일상을 살아간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 주거환경이 우리 생활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편리함과 안락함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 그 편리함을 떨쳐버리고 밖으로 나가서 불을 지피고 고기 굽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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