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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선거구간 인구편차

by 누름돌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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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많은 국가들이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선거의 4원칙을 존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평등, 비밀, 직접선거를 보장받고 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평등선거이다.

평등선거란 선거인의 투표가치를 평등하게 취급하여 모든 유권자에게 동등하게 1인 1표의 투표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평등선거는 2가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 모든 유권자에게 1인 1표를 보장하는 것, 두 번째, 모든 유권자의 투표가치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투표의 가치는 동등한 것일까?

 

 

 

 

 


 

 선거구간 인구편차와 외국의 예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왜냐하면 선거구 간 인구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선거구 간 인구편차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A지역의 인구가 60만 명이고, B지역의 인구가 10만 명이며, A지역과 B지역 모두 한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 A지역 시민이 행사하는 1표의 가치는 B지역 시민이 행사하는 1표의 가치보다 6배가 작다. 이는 투표의 가치가 불평등한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A지역의 의원은 1인당 60만 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B지역의 의원은 1인당 10만 명의 시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대표성에 관한 논란이 생겨난다.

이러한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실제로 헌법재판소에서의 판결이 존재한다. 헌재는 인구편차가 벌어진다면 투표 가치의 지나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995년 헌재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상한 인구수와 하한 인구수 간의 비율이 4:1을 넘는 경우를 위헌으로 보았고, 이후 2001년 3:1을 넘는 경우도 위헌, 최종적으로 2014년 2:1을 넘는 경우를 위헌이라 하고,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최대 2:1 이하로 바꾸라는 입법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편차 또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다른 국가들의 인구편차와 의원 1인당 국민 대표수에 대하여 살펴보자.

먼저 선거구 간 인구편차 허용 기준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우 선거구별 동일 인구수를 원칙으로 상하 0.35%까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또한 평균 인구에 근접하게 획정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또한, 우리나라보다 인구편차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의원 1인당 국민 수는 다음과 같다. 한국 16만 9천명, 독일 13만 5천명, 프랑스 11만 5천여명, 영국 9만 8천여명 등으로 다른 국가들이 한국에 비해 국민 대표수가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2020년 3월 7일에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통해 살펴보자. 당시 선거구 상한 인구수를 27만 8천명, 하한 인구수를 13만 9천명으로 한 결과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는 경기 고양시정으로 27만 7912명이었고, 인구가 가장 적은 선거구는 전남 여수시갑으로 13만 9027명이었다. 이때,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는 20만 4843명이었다. 이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2:1을 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게리맨더링과 투표 평등의 문제

 


이런 헌법재판소의 기준제시가 투표를 평등하게 만들었을까? 계산적으로 보았을 때의 투표의 가치를 평등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표면적으로 1인당 투표의 가치가 평등해진 것이다. 하지만, 계산적가치의 평등이 실현되므로써 발생한 문제점 또한 존재한다. 이어서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선거구 간 지역면적의 차이와 이에 따른 지역 대표성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어촌, 산촌 등의 지역에서 4~5개의 시·군을 합쳐서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하는 거대 선거구 문제 이른바 '공룡 선거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공룡 선거구의 전체 면적은 선거구가 49개나 있는 서울의 전체 면적에 비해 최소 3.9배에서 최대 8.9배나 넓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선거구 획정안에서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속초 6개의 시·군이 한 선거구로 만들어져서 총 4,922km²로 이는 605km²인 서울에 비해 8.9배나 넓다.

 

비수도권 지방은 국회의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구·시·군을 대표해야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21대 선거에서 3개 구·시·군으로 구성된 선거구가 9개였다. 4개 구·시·군으로 구성된 선거구는 무려 13개였다.

 

그 가운데 4개 선거구가 강원도에 있다.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한기호 의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이철규 의원), 속초시·인제군·고성군·양양군(이양수 의원), 홍천군·횡성군·영월군·평창군(유상범 의원)이다. 강원도는 국회의원이 모두 8명에 불과하다.

 

4개 구·시·군으로 구성된 선거구는 이 밖에도 충북 1, 전북 1, 전남 3, 경북 2, 경남 2개가 더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22대 총선에서는 5개 구·시·군으로 구성된 초대형 선거구가 나올 것 같다.

다수의 공룡 선거구가 생겨남에 따라서 강원도, 경북, 전북 지역과 같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지역대표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게리맨더링이 나타난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란 181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Thomas Gerry)'가 선거에서 자기 당이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했는데 그 부자연스러운 형태가 전설 속의 ‘도롱뇽 괴수 샐러맨더(Salamander)와 비슷한 데서 유래하였다. 즉,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이다. 이렇듯 게리맨더링된 선거구는 자연적인 형태나 문화, 관습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획정된 선거구의 모습을 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때마다 게리맨더링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유명한 건 15대 총선을 앞두고 엎치락뒤치락했던 충북 보은·옥천·영동 선거구 획정이었다. 여야는 1995년 8월 단일 선거구였던 ‘보은·옥천·영동’을 ‘옥천’과 ‘보은·영동’으로 분리했다. 보은과 영동은 인접한 군이 아닌데도 한 선거구로 묶였다. 게리맨더링이다. 두달 뒤 정부 여당은 여야 합의를 깨고, 이번엔 보은·옥천을 묶고 영동을 분리한 새 선거구 안을 들고나왔다. 옥천 출신인 박준병 의원이 여당을 탈당해 야당으로 이적한 데 대한 정치적 보복 성격이 짙었다. 역시 게리맨더링이다.


21대 총선에서는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지역이 '게리멘더링'된 무리한 선거구 획정안으로 평가 받았다. 당초 선거구 분할 대상이었던 춘천이 북부지역과 묶여 버리는 등 원주와 강릉을 제외한 16개 시·군이 생활권이 서로 다른 지역과 통폐합된 선거구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 정치권이 크게 반발했다. 춘천 지역 국회의원인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2020년 3월 7일 토요일 새벽 국회에서 반대 연설까지 하며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2020년 선거구 획정에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 지역 대표성의 문제이다. 선거구 획정의 절대적 기준은 인구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농·산·어촌 지역의 주민들은 선거구 획정마다 지역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하한 인구수가 13만 9000명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은 매 선거구 획정마다 지역구가 통폐합되버리고, 해당 지역의 지역 대표성을 잃게 되버리는 것이다. 이는 소실되는 지역구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 또한, 제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제21대 총선 선거구 획정의 특징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인구수라는 단편적 기준만을 적용하면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라며 "면적을 선거구 획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지역의 면적을 선거구 획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선거구 획정에서 선거구의 크기가 1,200km²를 초과할 경우 인구기준 적용의 예외로 하며, 선거구 면적을 최대 1,300km²가 넘지 않도록 한다. 캐나다는 인구밀도가 낮은 선거구에 대해 인구편차 기준의 예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수는 투표가치의 평등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구편차 상·하한선의 범위 설정과 지역 면적을 선거구 획정에 반영하는 방식 도입 여부 등의 문제는 국민과 국가 모두 신중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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