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세계 경제를 괴롭힌 스태그플레이션이 50년 만에 다시 다가오고 있다. 경기는 후퇴하고 원자재 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고유가에서 촉발됐다는 점도 과거 석유파동 뒤 세계를 휩쓴 스태그플레이션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세계 각국은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줄 게 뻔한데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 급등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징후다.
세계은행도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비슷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재발할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1970년대와 2022년 스태그플레이션을 비교해본다.
4차 중동전쟁과 오일쇼크
1973년 10월6일, 이집트·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전격 공격한다. ‘4차 중동전쟁’의 시작이었다.
전황이 불리해지자 아랍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등에 대해 석유 금수를 단행해, 석유값은 무려 4배나 급등했다. ‘1차 오일쇼크’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전 세계는 극심한 물가 오름세에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공황에 준하는 경기침체에 10년 동안 시달렸다.
오일쇼크의 덫에 빠진 미국 경제는 74, 75년 각각 -0.5%, -0.2%씩 성장했다.
이어서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으로 세계경제의 ‘원료’인 원유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국제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미국은 1979~1982년, 1991년 또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세계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되풀이한다.
금리인상은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기가 죽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의 해결책은 최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통화정책에서 나왔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79년 폴 볼커를 통화정책의 지휘자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임명했다. 소방수로 나선 볼커는 최고 20%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했다.
이런 금리인상은 수요를 억제했다. 결국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며 경기회복의 기틀을 잡았다.
그의 정책으로 1981년 13.5%까지 치솟았던 물가지수는 1983년 3.2%로 뚝 떨어졌다. 그해 미국 경제는 전년 대비 6.4%포인트 증가한 4.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전쟁은 50년 전 4차 중동전쟁과 닮은꼴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과도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린 상황에서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막 이를 회수하는 시점에 예기치 못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곡물, 석유 등의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물가가 치솟는 현상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전쟁이 발생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곡물, 원유, 천연가스 등을 생산하는 자원 부국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책임을 물어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이는 공급 충격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이란 폭탄으로 전 세계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 전쟁 역시 석유 및 식량 가격 급등을 불러서, 40년 만의 물가 오름세가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통점은 고유가가 촉발 원인이었다. 고유가로 인한 비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당국들은 금리인상으로 대처했다.
세계경제가 식량과 연료 가격에서 기인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둔화하고, 고용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2.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보고서(4.1%)에 비해 큰 폭으로 낮췄다. 지난해 성장률(5.7%)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선진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란 공멸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의 이성적인 대응과 해법 모색이 필요하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을 비롯한 강국들은 저마다 패권 유지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외부 요인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경기 불황에 비해 훨씬 대처하기가 까다롭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으로선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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