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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투표 인센티브제란?

by 누름돌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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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제고를 위해서 벌(페널티)을 주는 게 효과적일까. 아니면 상(인센티브)을 주는 게 효과적일까? 불참자에게 채찍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에게 당근을 주는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나라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투표 참여 요인들

 

우리나라는 194851대 총선이 실시됐을 대 투표율은 95.5%에 달했으나, 200818대 총선의 투표율은 총선 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낮은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선거 참여에 대한 합리적 선택 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투표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여 투표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개인이 투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 효용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R = BP C + D

 

 

여기서 R은 투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Reward)을 지칭한다. B는 유권자가 지지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물질적·정신적 이득(Benefit)을 의미하며, P는 유권자 개인의 투표로 인해 지지하는 후보 또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Probability)을 뜻한다.

 

C는 투표로 인해 발생하는 물질적·시간적 비용(Cost)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D는 투표 행위 자체가 가져올 수 있는 만족감, 예를 들어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점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효용을 뜻한다.

 

합리적 선택 접근에서, 투표행위로 인한 보상이 0보다 클 때(R0), 유권자는 선거당일 선거에 참여한다.

 

투표율과 관련하여 C가 중요하다. 다운스(Downs)에 따르면, 투표에 따르는 비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에 소요되는 직접비용이다. 직접비용은 투표를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는가와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투표소가 유권자의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할 때 그리고, 투표 장소를 유권자가 잘 알고 있을 경우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다.

 

둘째는, 투표에 참여하느라 대안적인 선택을 추구하지 못하게 됨으로 인해 나타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s)이 있다. 한국은 선거일이 휴일로 지정되어 있어 기회비용이 작다.

 

반면 미국의 경우, 선거일이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일과시간 중에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해야 한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한국인에 비해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더 높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합리적 선택이론에 따르면, 만일 투표를 통해서 기대되는 효용보다도 비용이 클 경우, 합리적 유권자는 투표를 포기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용에는 투표를 하는 것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치에 관여·참여하기 위해 정치적 정보를 얻는데 필요한 시간과 기술을 포함한다.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비용(C)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기권율을 줄여 투표율을 증가시키는 주요 전략이 될 것이다. 현재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투표율의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노력이 모색되고 있다.

 

주로 투표의 편의성 제고를 통해 투표 비용 감소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선거일의 공휴일 지정, 사전투표제 도입, 투표절차의 간소화, 투표소의 증대 등이며, 궁극적으로 전자투표제 도입까지 고려중이다.

 

현재 미국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사전투표제가 실시되고 있다. 선거절차 정보센터(EPIC: Election Process Information Collection)에 등재된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46%의 국가가 사전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에서 36%는 모든 선거인에게 사전투표제를 허용하나, 66%는 병원 근무자, 외국 거주자, 해외 군 복무자 등 제한된 유권자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3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사전투표제는 선거일 이전에 투표를 할 수 있게 하고 또는 투표일을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여, 투표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투표 인센티브 도입한 외국 국가들

 

이러한 비용을 줄이는 제도 혹은 정책에 더하여 실제적으로 유권자에게 명시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도 도입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투표 인센티브제 도입을 시도하거나 도입을 통해서 투표율 제고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2015년 시장선거에서 한 명을 추첨하여 10,000달러의 상금을 제공하는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1995년 한 지자체 선거에서 복권추첨 방식으로 2명에게 1,600달러 상당의 여행권을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러시아 연방 야쿠티아 공화국에서는 복권제 형식으로 자동차 등의 경품을 제공하거나 공공요금 할인권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불가리아도 2005년 총선에서 복권추첨 방식으로 TV나 자동차, DVD플레이어, 휴대전화 등 경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1997년부터 각종 투표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투표참여자들에게 공공 고용기회를 제공하거나 군복무기간을 단축해주는 등 인센티브가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선거세일이라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할인권을 지급하는 등 형태로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나고야시가 2001년 상품가격의 10~15% 할인혜택을 투표참여자에게 제공했고, 하코네가 온천 숙박료 50% 할인혜택을 제공했으며, 그리고 교토시가 투표장에 가기 위한 택시 요금에 10% 할인혜택을 준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요약하면 세계적으로 투표율 제고를 위해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매우 적으며, 시행하더라도 지방자치제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시도

 

한국의 경우 선거에서 인센티브제를 사용한 것은 1999년 충남 천안시 병천면 기초의원선거가 최초이다.

 

이후 18대 총선(2008)에서 전국단위로 투표 인센티브제(정식명칭은 투표 참여자 우대제도’)를 법제화(공직선거법 제6)해서 시행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공직선거법 제6: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동 선거관리위원회는 제외한다)는 선거인의 투표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는 선거인 또는 노약자·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거나, 투표를 마친 선거인에게 국공립 유료시설의 이용요금을 면제·할인하는 등의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정한 실시방법 등을 정당·후보자와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

 

 

18대 총선 당시 선관위는 약4억 원을 들여 투표확인증을 제작했고, 투표한 유권자에게 박물관 등 국공립 유료시설 1,400여 곳에 대한 이용요금 면제 및 할인혜택을 주거나, 서울시내 유료주차장 270여 곳의 주차료 면제혜택을 줬다.

 

하지만 무료입장 혜택이 주어지는 국공립시설의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었던 데다 공영주차장도 대부분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된 터라 실제 주차료 면제혜택이 주어진 주차장이 매우 적었다는 점 등이 문제로 꼽혔다. 또한 지역·재산별 차별의 우려가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선관위는 투표 인센티브제의 혜택 및 투표율 제고효과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87.3%로 나타나자 더 이상 시행하지 않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별로 40여 차례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교육감 선거, 기초·광역의원 선거에서 지역에 한정되어 인센티브제가 실시된 적이 있다. 인센티브는 지역사업 지원, 교통편의 제공, 물품 제공, 할인 제공 등으로 이루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인센티브제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 중이다.

 

예를 들어 도서·문화상품권을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전자선거가 도입될 경우 특정인의 선거참여 경력에 대한 전산조회가 가능해 향후 선거 참여 기록을 공무원 채용 때 면접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장기 과제로 검토 중이기도 하다.

 

또 선거일에 쉬는 직장인 유권자들의 경우 투표에 참여해야만 유급으로 인정하는 방안, 그리고 공직선거 입후보자의 경우에는 선거권 행사 여부를 피선거권 요건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로또방식을 이용하는 것과 투표용지를 복권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조희정 교수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8회에 걸쳐 실시한 투표 인센티브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 6회의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가 절반 이상 나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 유권자들은 페널티 제도보다는 인센티브제를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표 인센티브제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대안을 제시했다.

 

 

인센티브제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는 제도적 안정성, 수혜의 형평성, 혜택기간 연장, 공공적 가치 확보 등을 들 수 있음. 인센티브제의 적용 및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가치 전환과 제도 전환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필요. 즉 왜 인센티브제가 필요하며 이를 도입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인 시행이 필요한가라는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

 

 

그러나 국가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 선거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투표율이 높고 낮음과 같은 양적 문제와 더불어 질적 문제에 대해서도 숙고해 봐야 할 것이다.

 

 

 

 

'국민투표로또' 사이트

 

한국에서는 2017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90여만 명이 응모한 국민투표로또 서비스가 실시된 적이 있다. 1500만원, 2200만원, 3100만원의 당첨금을 받았으며, 당첨금은 1,300여명의 후원금 1,100만원을 바탕으로 운용되었다.

 

참여 방법은 투표소에 가서 투표에 참여한 뒤, 손바닥 등에 찍은 투표도장과 전자 우편 주소가 함께 나온 인증 샷을 촬영한다. 이후 국민투표로또 홈페이지에 접속해 카카오톡 본인 인증을 받고, 인증사진과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해 응모하면 된다. 다만, 특정 후보를 암시하는 사진과 투표용지를 직접 촬영한 사진은 당첨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서비스는 작가 유시민씨가 <썰전>(JTBC)에 출연해 투표율 증진의 방법으로 제안한 것을 한 스타트업 개발자가 실제 서비스로 만들었다.

 

 

 

 

 

  참고자료

 

조희정, 낮은 투표율에 대한 제도적 해법: 투표 인센티브제와 의무투표제, 더미래연구소(2016).

한국경제, “‘국민투표로또’... 투표 인증샷 남기면 최대 500만원 당첨금”, (2018.6.13).

Anthony Downs(전인권·안도경 역). 민주주의 경제학 이론(An Economic Theory of Democracy), 나남출판(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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