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는 신(神)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의 역사는 카오스(Chaos)로부터 코스모스(Cosmos)로 가는 여정이다. 카오스는 일반적으로 혼돈 혹은 혼란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래는 공허(空虛)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의 역사는 텅 빈 공간(카오스)에서 우주의 질서(코스모스)가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다. 세계가 질서 있게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우스는 아말테이아(Amaltheia)라는 염소의 젖을 먹으면서, 요정들과 반신반인(半神半人)인 쿠레테스(Kuretes) 신들의 보호를 받으면 자란다. 성장한 제우스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형제와 세상을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에게 조언을 구하고 바다의 여신 ‘메티스’의 도움을 받아, 크로노스를 제거할 수 있는 약을 만든다. 크로노스를 찾아가 그 약을 먹이자 크로노스는 약을 먹고 토하기 시작한다.
크로노스는 제일 먼저 어떤 것을 토해냈을까요? 바로 제우스 대신 삼킨 돌덩이를 제일 먼저 토해내고, 크로노스에게 삼켜진 순서의 역순으로 자식들이 밖으로 나온다. 이후 제우스는 형제자매 5명과 함께 아버지 크로노스와 싸우게 된다.
제우스와 형제자매는 올림포스 산에 거점을 두고, 크로노스는 오르티스 산에 거점을 두고 전쟁을 벌인다. 10년간 지속된 이 전쟁을 티타노마키아(Titanomachia)라고 부른다. 이유는 크로노스 형제들과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12신 간의 전쟁, 즉 티탄 신족과 제우스 형제들 간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로 마키아(Machia)는 전쟁을 의미한다.
전쟁 초반은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12신이 약세를 보였다. 그래서 제우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조언에 따라, 소외된 삼촌인 키클로페스(외눈박이 거신)와 헤카톤케이르(백손 거신)를 찾아간다. 키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르는 티탄 신족의 형제들이었지만, 티탄 신족의 미움을 받아 타르타로스(지하)에 갇혀 있었다.
제우스는 삼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헤카톤케이르(백손 거신) 3명과 키클로페스(외눈박이 거신) 3명이 제우스의 뜻에 따라 전쟁에 참여하고, 마침내 제우스는 전쟁에서 승리한다. 이들 키클로페스들은 훌륭한 대장장이들이었는데, 제우스에게는 번개를, ‘포세이돈(Poseidon)’에게는 삼지창 ‘트라이아나(Triaina)’를 하데스(Hades)에게는 머리에 쓰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게 되는 황금투구 ‘퀴네에(Kynee)’를 무기로 만들어 주었다.
가이아, 우나로스, 크로노스에 이어 네 번째 권력자가 된 제우스는 자신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자신을 대신해 크로노스에게 삼켜졌던 돌덩이를 세상의 중심에 두고 그 돌을 옴파로스(Omphalos)라 불렀다. 옴파로스는 배꼽, 세상의 중심을 의미한다. 지금은 그리스 중부 아폴로 신전이 있던 고대도시 델피(Delphi)에 옴파로스가 세워져 있다. 태양, 음악, 시, 예언, 의술, 궁술을 관장하는 신 아폴론(Apollon)은 가이아의 아들인 거대한 구렁이 피톤(Python)을 물리치고 이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아폴론 신전’을 세운다. 그래서 아폴론 신전 옆에 옴파로스가 세워져 있다.
제우스는 자신을 도와준 형제자매들과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자신과 맞서 싸웠던 신들과 위협이 될 만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한다. 제우스는 지혜로운 자식들과 함께 올림포스 12신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한다. 제우스는 전쟁에서 공이 있는 자는 상을 주고 죄를 범한 자는 벌을 주는 신상필벌을 감행한다.
대표적인 신이 1세대 티탄 신족의 후손 아틀라스(Atlas)이다. 티타노마키아에서 티탄 신족의 편을 들었던 아틀라스에 하늘을 짊어지게 하는 벌을 내린다. 아틀라스 자신의 거대한 체구와 힘을 이용하여 천구(天球)를 떠받치게 했다.
또 한명은 아틀라스의 동생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이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전쟁에서 제우스 편이었다. Pro(앞)metheus(생각하다)는 ‘먼저 생각하는 자’라는 뜻으로 예지력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던 프로메테우스는 전쟁에서 제우스의 작전참모 역할로 개국공신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카우카소스 산 절벽에 결박한다. 인간에게 금지된 불을 가져다 준 죄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벌을 준 것이다. 이는 특출한 지혜를 가진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강력한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림포스 12신에 제우스의 형제자매는 4명만 포함된다. 하데스 신은 지하로 내려가고, 헤스티아는 땅으로 내려가 불과 화로의 여신으로 남았다. 이후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이 되고 여러 자식을 낳는다. 그중에 전쟁의 신 ‘아레스(Ares)’, 불을 다스리는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us)’를 포함해 제우스는 자식 중 8명을 선택해 올림포스 12신에 포함시킨다. 자녀들에게 역할을 맡기면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마침내 책임과 권한이 분산된 권력 구조인 올림포스 12신 체제를 이룬 제우스는 영원할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은 예상치 못한 도전을 받게 된다. 도전을 부추긴 신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였다. 크로노스의 발란, 티타노마키아 등 신들의 권력 투쟁 중심에 있었던 최초의 신 ‘가이아’는 권력을 잡은 제우스에게 불만을 품었다.
우라노스의 거세된 남근에서 나온 혈액과 정액이 대지(가이아)에 떨어지면서 태어난 거신족(Gigantes)을 부추겨 올림포스 12신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거신족과 올림포스 12신 간 전쟁이 일어나고, 티타노마키아에 이어 일어난 신들의 제2차 대전 ‘기간토마키아(Giganthomachia)’가 일어난 것이다.
거신족의 특징은 큰 체구와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나 하반신은 뱀의 형상을 가졌다. 거신족은 고향에서 전투할 때 죽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죽지 않는 거신족 때문에 쉽게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다. 그때 올림포스 신들에게 내려진 신탁(神託)이 있었으니 거신족으로부터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우스의 아들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나타난다. 올림포스 12신의 편에서 기간토마키아에 참전한 헤라클레스는 거신족의 고향이 아닌 곳으로 전쟁 장소를 옮겨가며 공격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부인 헤라를 이용해 거신족을 함정에 빠트린 후 번개로 공격했으며 헤라클레스는 화살로 공격해 기간테스를 무찔렀다. 또 올림포스 12신은 각자 고유한 능력으로 거신족과 전투를 펼쳤다.
전세가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들에게 기울자 초조해진 가이아는 극단의 조치로 지하의 신 ‘타르타로스’와 관계를 맺어 마지막 자식을 낳는다. 이 자식은 무서운 힘을 가진 거대한 괴물 티폰(Typhon)이다. 티폰의 어깨와 팔에는 눈에서 불을 뿜어내는 100마리의 뱀이 솟아나 있고, 하반신은 수많은 뱀이 똬리를 틀어 공격 상대를 휘감기도 했다. 티폰의 머리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키가 컸으며. 양팔을 벌리면 동쪽과 서쪽 끝에 닿을 만큼 거대했다
티폰의 등장으로 올림포스 신들은 겁을 먹고 이집트로 도망갔다. 결국 최고 권력자였던 제우스만 티폰에 맞서게 되지만 제우스의 힘줄이 모두 끊겨 티폰이 제우스를 제압한다. 티폰은 제우스의 팔과 다리에서 힘줄을 뽑아 곰 가죽에 싸서 동굴에 숨겨 놓았다. 제우스가 무기력해지자 티폰이 권력을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가 힘줄을 빼돌려 제우스에게 다시 붙여줘 기운을 회복한 제우스는 날개 달린 말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공격하며 티폰을 쓰러트렸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 섬의 에트나 산을 티폰에게 던져 에트나 산 아래에 갇힌다. 그래서 현재 활화산의 화산 폭발은 제우스에게 패배해 분노에 찬 티폰이 뿜어내는 불로 이해한다. 심각한 인명 재산 피해를 주는 태풍(Typhoon)은 여기에서 기원한다.
티폰과의 전쟁 후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의 주신(主神)으로 영원한 권력을 얻게 된다. 마침내 제우스의 통치 아래 안정적인 질서를 갖춰가는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스인 들은 혼란스러운 사회가 안정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신화 속 이야기에 담았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올림포스 12신을 경배하고 제사를 지냈다. 아고라(포룸)에 올림포스 12신의 제단을 마련하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전쟁의 신 ‘아레스’에게, 농산물의 풍작을 기원할 때는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와 곡물·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에게, 올림포스 12신의 직능에 따라 제사를 지내고 기원했다.
그리스 신화 ‘제우스(Zeus)'와 로마 신화 ’유피테르(Jupiter)'로 대표되는 올림포스 12신(神) 체제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정치적 이상을 보여준다. 독재 정체에서 벗어난 권력을 분산시킨 귀족정으로의 정치 제도적 발전을 이룬 것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발상지 그리스 아테네와 로마가 복수의 주권자가 통치하는 공화정(共和政)의 발상지인 이유이다.
가이아, 우라노스, 크로노스는 독재 정치를 펼쳤다. 하지만 제우스는 독재를 행사하지 않고 신들과 회의를 통해 중요한 일을 결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형제자매, 자식들에게 나누어주며 각자의 전문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정치를 펼쳤다. 독재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우스가 영원한 권력을 소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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