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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붉은 여왕의 가설과 공진화

by 누름돌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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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화는 공진화(co-evolution)다. 공진화는 하나의 생물 집단의 진화가 다른 생물 집단에 영향을 주며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일컫는 생물학 개념이다. 

 

여러 집단이 영향을 주며 발전하는 현상을 빗대는 용어로 경제학, 경영학에서도 쓰이며 최근에는 AI 등 컴퓨터공학 분야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이 쓴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 이야기에 실린 대화다. 힘껏 달리던 앨리스가 물었다. “왜 계속 이 나무 아래에 있는 거죠?” 붉은 여왕이 답했다. “여기선 힘껏 달리면 제자리야. 나무를 벗어나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리 밴 베일런은 이 거울 나라에서 착안해 ‘붉은 여왕의 가설(Red Queen’s Hypothesis)’(1973년)을 내놨다. 밀접한 관계의 서로 다른 두 종(種)이 영향을 미치며 공진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타가 빨리 뛰는 건 먹잇감인 가젤의 뒷다리 근육이 발달해 잘 도망가기 때문이다. 포식자인 치타도, 먹이인 가젤도 저녁 식사를 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더 빠른 속도로 달리게 진화했다.


붉은 여왕 가설은 공진화의 핵심을 잘 보여 준다. 공진화는 한 종이 진화하면 관련된 다른 종도 함께 진화하는 현상이다. 1964년 생물학자 폴 에리히와 피터 라벤이 나비와 식물의 상호 진화를 연구하면서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공진화 개념은 사회학·경제학·경영학 등으로 폭넓게 퍼져 갔다. 특히 협력과 상생이 새로운 기업 전략으로 부각되면서 경영학에서 좋은 의미의 사례 연구가 활발하다. 참여자에게 이익을 나눠 생태계 형성에 성공한 애플의 앱스토어나 페이스북의 플랫폼 전략이 대표적인 공진화 사례로 꼽힌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인류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AI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은 AI로 더 발전한다. 두 존재 간 ‘공진화’로 발전에 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공진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AI가 빠르게 발전할 경우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붉은 여왕이 달리기를 중단하면, 즉 경쟁을 포기하는 순간 종의 멸종으로 이어진다는 공진화 개념은 죽어라 힘들게 일해야 겨우 먹고사는 현대사회의 고달픈 인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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