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rean Politics

색이 가진 힘, 정당의 퍼스널 컬러

by 누름돌 2023. 1. 5.
반응형

색은 고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는 색채심리학을 기반으로 의료계에서는 컬러테라피를 심리치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기업은 컬러마케팅으로 제품 고유의 색을 만들어 홍보한다.

 

정당은 색깔을 유권자에게 정당을 각인시키기 좋은 수단으로 인식하여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른바 색깔정치이다.

 

 


 

정당색으로 자주 활용되는 파랑, 노랑, 빨강은 12색상환에서 1차색으로 삼태극 무늬와 의복에도 사용되어 왔으며 이들을 섞어 다른 색을 만들 수 있다. 파랑은 차분한 색으로 희망과 안정감을 준다. 노랑은 긍정의 색으로 기다림과 이성의 색으로 분류한다. 빨강은 강렬한 색으로 열정과 정열 그리고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역사 속에서 파랑은 영국에서 토리당부터 약 300여 년간 이어져 온 보수당의 색이다. 노랑은 자유주의에서 사용하는 색으로 홍콩의 우산 혁명은 노란색 우산과 함께하였다. 빨강은 고대 로마에서 전쟁의 신 마르스를 상징하였다. 로마 제국이 확대되자 빨간색은 로마의 상징이자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1871년 최초 공산주의 정부인 파리코뮌은 새빨간 국기를 사용하였다. 자본주의와의 투쟁에서 죽은 노동자들의 피를 상징하기 위해 빨간색이 선택되었고 이후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이에 영향 받은 소련의 국기는 별과 낫과 망치를 빨간 배경 위에 그렸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십 년간 빨간색은 금기의 대상이었다. 정치이념의 대립으로 발발한 동족 간의 전쟁 이후 반공주의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때 나타난 사회현상이 레드 콤플렉스(적색 공포)이며 사회 전체가 빨간색을 기피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을 경계로 빨간색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우리나라 대표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거리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티셔츠에 적힌 ‘Be the Reds!’였다. 그동안 뿌리 깊게 박혀 있던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해가는 순간이었다.

 

2012년 한나라당은 약 30여 년간 가지고 있던 보수의 파랑을 버리고 새누리당이라는 이름과 함께 빨간색을 채택하였다.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고작 2개월 앞둔 시기였다. 참패가 예상됐던 선거의 결과는 300석 중 152석을 가져갔고 이어 같은 해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연이어 승리하였다.

 

주요 정당에서 기피하던 빨간색을 선택한 새누리당은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한나라당에서 놓고 간 파란색은 초록색과 노란색을 사용하던 민주당에서 가져갔다. 20135월 노란색과 연두색의 민주통합당은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였고 같은 해 9월 한나라당의 색이었던 파란색을 정당색으로 채택하였다.

 

이 때 민주당은 태극기의 태극무늬 아래의 파란색에서 차용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당시 파란색은 불과 17개월 전까지 보수정당에서 사용하던 색이었다. 이는 새누리당의 빨간색과의 대립(라이벌)을 의미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파란색이 가진 힘을 적극 활용하여 파란을 일으키자는 문구와 함께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을 파랗게 칠한 포스터를 선보였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출처: 조선일보

 

 

현재 우리나라 주요 정당의 색은 역사 속 색깔이 가지고 있던 이념이 서로 반전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제 국가인 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남북전쟁 속에서 공화당의 북군을 파란색으로 표시하였고 이후에도 공화당은 파란색을, 민주당은 빨간색으로 표기하였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었는데 예를 들어 1908년 타임지는 민주당을 파란색, 공화당을 노란색으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1970년대 가정에 컬러 TV가 널리 보급되면서 언론은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색으로 표기하게 되었다. 색상 표기의 시초는 1976NBC의 앵커 존 챈슬러(John Chancellor)였다. 뉴스 스튜디오에 미국 지도가 들어있는 전광판을 설치하여 개표가 진행됨에 따라 민주당이 이기면 그 주를 빨간색으로, 공화당이 이기면 파란색으로 불빛을 쏘았다. 당시 이 방식의 중계는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다른 방송사도 차용하였다.

 

색상 표기와 관련하여 1980년 대선 발표에서 NBC의 데이비드 브링클리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44개 주에서 승리한 것을 교외지역의 수영장이라고 표현하였다. CBS1984년부터 NBC와 같은 색으로 표시하였다. 반면 ABC1984년 대선 발표에서 문자 R을 강조하며 공화당(Republican Party)의 레이건(Reagan)이 승리한 주를 빨간색(Red)으로 표시하였다. 1996년까지 주요 3사 언론이 발표하는 선거 결과에서 언론사끼리의 정당색 통일은 없었다.

 

2000년 대통령 선거부터 언론사는 색상 표기를 일치시켰다.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말자는 취지였다. 이때부터 청색주(Blue state), 적색주(Red state)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으며 청색주는 자유주의 성향, 적색주는 보수주의 성향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미국 정당색은 정당의 선택이 아닌 언론에 의해 결정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정당 중에서 원색이 아닌 색을 채택했던 정당이 있다. 바로 미래통합당이다. 미래통합당은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밀레니얼 핑크(MILLENNIAL PINK)에서 국민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해피 핑크(HAPPY PINK)를 선택하였다. 원색을 탈피한 시도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은 20202월 창당하여 같은 해9월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였다. 국민의힘은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의 빨간색을 이어받아 정당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20202월 국민의당이 정당색으로 오렌지색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며 오렌지의 민중당과 당색 논란이 있었다. 정당법에는 명칭의 제한만 있을 뿐 색에 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41). 엄연히 두 색의 색상코드는 다르지만 구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민중당은 같은 해 6월 당명을 진보당으로 변경하면서 빨간색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한국의 정치계는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명과 당색을 바꾸면서 이미지 쇄신을 노려 왔다. 정당색으로 인상에 남는 색깔로 유권자의 이목을 끌 수 있지만 유권자에게 정당을 각인시키기 가장 좋은 것은 효과적인 정책과 공약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