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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샤이유권자 등장 이유와 브래들리 효과

by 누름돌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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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항상 여론조사를 시행한다. 선거 전에는 '어느 당 후보자에게 투표할 것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등을 선거 직후에는 '누구에게 투표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조사함으로써 누가 당선되는지 사전에 예측하고 왜 당선되었는지 분석을 한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샤이 유권자'들의 투표 때문이다.

 

 


 

 샤이 유권자 사례

 

 

샤이(Shy) 유권자는 언론 보도나 여론, 주변 분위기 등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지지 정당 혹은 후보를 밝히지 않다가 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지지 대상에 표를 던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선거판에 영향을 주는 숨은 표를 던지는 사람을 '샤이 ○○'으로 부른 것은 영국에서 시작했다. 1992년 영국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때 영국의 보수당은 노동당에 밀리고 있던 상태였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보수당이 7.6% 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승리를 하였다. 예상외의 선거 결과에 여론조사 회사들은 보수당의 옛 명칭인 토리 (Tory) 앞에 수줍어한다는 의미인 '샤이(Shy)'를 붙여 보수당의 숨은 지지층을 '샤이 토리'로 불렀다.

 

샤이 유권자들의 표가 많아질수록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의 예측을 깨버린다. 그럼 샤이 유권자가 등장하여 예측을 깬 결과가 나온 사례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2016118일에 실시한 미국 대통령 선거다. 대선 투표를 3~4주 앞둔 시점에서 실시됐던 미국 전국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최대 12% 포인트~ 최소 4% 포인트 정도 밀렸었다. NBC 방송· 월스트리트 저널, 폭스뉴스 등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오차범위를 뛰어넘어 클린턴 후보의 오류가 없는 확실한 우세였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대선 당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06명을 확보하면서 과반수 270명을 넘겨 당선이 확정됨으로써 승리하게 되었다. 당시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았던 보수 성향의 트럼프 지지 세력의 표가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쳐 승리하게 된 것이었고 이때 숨어있던 트럼프 지지 세력을 '샤이 트럼프'라고 불렀다.

 

 

출처: 매일경제

 

 

두 번째는 201062일에 실시된 제5회 지방 선거다. 당시 서울시장선거에서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당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11.2% 포인트라는 격차로 약 10% 포인트 이상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또한 투표일 직전 시행된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오세훈 후보의 낙승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개표 진행하는 내내 한 후보가 앞서다가 막판에 겨우 오 후보가 따라잡아 당선되었다. 당시 오 후보는 47.4%, 한 후보는 46.8%0.6% 포인트 차이라는 초박빙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이 지방 선거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강원도와 인천, 충북 지역에서도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차이를 보였다.

 

세 번째는 2016413일에 열린 20대 국회의원 선거다. 서울 종로구 대표로 정세균 후보와 오세훈 후보가 경합을 벌였는데 KBS, 연합뉴스 의뢰를 받아 코리아리서치센터에서 투표일 20일 전에 발표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정 후보 지지율은 28.5%, 오 후보 지지율은 45.8%로 오세훈 후보가 17.3% 포인트나 앞서면서 조사 오차범위를 넘는 압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 당일 개표를 한 결과 정 후보가 52.6%, 오 후보가 39.7%로 정세균 후보가 13% 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이 되었다. 또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150~170석 이상을 얻으며 압승을 예상했지만 실제 투표에선 122석을 얻어 123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에 국회 제1당을 넘기게 되었다.

 

 

 

 

 

 샤이 유권자 등장 이유

 

이러한 샤이 유권자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인간에게는 고립되고 배척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다수에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때문에, 특정 이슈나 문제가 발생하면 여론을 깊게 관찰하고 자신의 의견이 다수가 지지하는 여론과 일치하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힌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소수 쪽에 속할 경우에는 침묵하는 경향이 생기는데 이를 '침묵의 나선 이론 (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이라 한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노엘레 노이만(Elisabeth Noelle-Neumann)이 발표한 이론이며 이러한 현상은 선거를 앞두고 대세론이 생기면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뉴스나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통해 영향력이 더 커진다. 결국 다수 의견은 확대되고 소수 의견은 더 위축하게 되어 숨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에서 샤이 유권자들을 찾기 위해 여론조사를 시행하지만 오히려 여론조사 방식으로 인해 샤이 유권자가 생기기도 한다.

 

첫 번째는 선거 여론조사 방법이다. 여론조사 종류로는 대면조사, 전화 면접,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 인터넷 조사, 우편물 조사 등이 있다. 이 중 현재 우리나라는 주로 전화 조사 (전화 면접, ARS 조사)를 사용하고 있다.

 

전화 면접은 조사원이 전화로 직접 진행하는 방식으로 중도층의 여론을 최대한 가깝게 반영할 수 있으며 객관식, 주관식 응답이 모두 가능해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직접 말로 답변하는 특성상 '샤이 민심'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ARS 조사는 기계음을 듣고 버튼을 눌러 응답하는 방식으로 사람이 직접 물어보지 않아 응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소위 '정치 고관여 층' 응답 위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전화 면접보다 ARS 조사가 비용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대부분 여론조사에 ARS 조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 대체로 ARS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하고 전화 면접은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인데 이로 인해 보수 성향이 강한 사람의 응답률이 많이 반영되어 나머지 중도층의 응답률이 여론조사에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실제 선거에서는 숨은 표로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로 유무선 전화 비율이다. 여론조사업계에서 나오는 여러 통설 중 '유선 전화는 보수 편향, 무선전화는 진보 편향'이라는 통설이 있다. 유선 전화의 경우 사람이 집에 있는 낮 시간대 조사가 많아 주부나 노인층 등 보수적인 응답률이 높다는 생각에서다.

 

앞서 나왔던 2016년 총선의 경우 당시 시///군 단위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쓸 수 없어 대부분 유선 전화로 조사를 하였다. 따라서 유선 전화를 받는 사람의 특성상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응답 비중이 높게 반영되기 때문에 나머지 성향의 응답은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실제 선거에서 숨은 표로 나타난 것이다.

 

 

 

 브래들리 효과와 샤이 유권자

 

 

흑인 후보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훨씬 낮게 나오는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 이른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흑인인 민주당 후보 톰 브래들리가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선 월등히 앞서고도 개표에선 공화당 백인 후보 조지 듀크미지언에게 1.2%1.2% 포인트 표차로 패한 뒤 이런 신조어가 생겼다.

 

토마스 브래들리

 

인종차별주의자란 비판이 두려워 여론조사에선 흑인 후보를 지지하거나 부동층이라고 답한 백인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에선 백인 후보를 찍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1989~2006년 치러진 133개 선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브래들리 효과가 실재하긴 하지만 영향력은 갈수록 미미해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흑인 범죄율처럼 인종과 관련한 이슈가 선거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란 게 연구팀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브래들리 효과는 과장됐거나, 여론조사 잘못 때문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당시 대다수 여론조사가 부재자 투표와 조기 투표에서 듀크미지언의 우세를 무시했기 때문에 투표 결과를 잘못 예측했다는 것이다.

 

이 일은 이후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 사이엔 숨은 지지층이 있다는 의미의 브래들리 효과로 불리기 시작했다.

 

 


결국, 샤이 유권자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응답 결과가 비밀 보장이 되고 여론 조사자에게 직접 말할 필요가 없는 조사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2018년 지방 선거나 2020 21대 총선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을 보완해 실제 선거 결과를 적중시키면서 샤이 유권자를 잡아내고 있다. 여론조사가 대체로 정확해지면서,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금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의 민심을 잡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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