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9일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 전, 투표시간 연장에 관한 논쟁이 붉어졌다. 당시 후보자 중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했고, 박근혜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 불가를 주장했다.
투표시간 연장 측은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투표율이 줄어드는 현상은 바로 투표시간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문 후보는 3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안 후보는 2시간 연장을 주장했다.
투표시간 연장 불가측은 투표시간을 연장해도 투표율에 변화가 없을 것, 과거에도 현행투표제로 잘했었다는 점, 투표 관리 종사자인 하위직 공무원들의 업무 조건이 악화한다는 점, 그리고 선거관리 비용이 100억 원이 넘는다는 점을 들며 정치적인 이유로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한다며 비판했다.
여론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말했다. 선거판에 돌아다니는 말 중에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정당에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을수록 보수 정당에 유리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투표율의 영향은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후보자들에게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선거일에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하여 투표시간을 보장하거나, 임시공휴일 지정이 어려운 재보궐선거일 같은 경우에는 투표시간을 늘려서 투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는, 사전투표제를 도입하거나, 투표절차의 간소화, 투표소의 증대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전자투표제 도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많은 대안 중에서 투표시간을 늘리는 방법은 왜 시행되지 못했을까? 첫 번째는 비용대비 효과측면에 있다. 투표시간을 연장했을 때 투표율과 비교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100억이 소모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안들은 행정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투표시간 연장은 인력과 시간 등 직접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임시공휴일 지정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투표시간을 저녁 8시 또는 그 이후까지 연장하는 것은 정상출근하고 투표하라는 것이다. 어느 사업장이든 투표시간을 연장하게 되면, 퇴근 이후 투표하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임시공휴일 지정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투표시간 연장은 투표율에 관한 대안 중 하나라는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 외에 의무투표제, 부재자투표대상자 확대, 사전투표제, 일요일 선거, 무급 휴일을 유급 휴일로 전환, 선거일 휴무 미이행 사업자 제재강화, 전자투표제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 연장을 고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반대 주장들을 감수하더라도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투표율에 도움이 될까? 결과만 두고 봤을 때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투표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시간 연장한 재보궐선거는 투표시간 연장 전 평균 30.2%를 기록했지만, 연장 후 평균 33.6%로 오른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투표하기 쉽지 않은 비정규직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추정되는 40~50대 블루칼라 계층은 일반 유권자와는 다른 투표시간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투표할 의지가 있더라도 투표시간을 쉽게 낼 수 없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벽이나 밤늦게 투표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다양한 도시 생활 리듬을 가진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하여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제도에 의해서 의도하지 않게 유권자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계층이나 집단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은 단순히 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라 투표 시간대를 조정하거나 투표일을 늘리는 방안에 초점을 두는 방안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투표시간 유연제’를 시행하고 있다. 8시부터 18시까지 기준이 정해져 있으나,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행정 도지사가 투표 마감 시간을 20시까지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투표소 개폐시간이 다르며, 대체로 6시 또는 8시에 열고 18시 또는 21시에 닫는다.
일본에서는 7시부터 20시까지 실시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도·도·부·현 선거위원회의 승낙을 얻어 투표소 여는 시각을 2시간 이내에서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으며 또는 닫는 시각을 4시간 범위에서 앞당길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8시부터 20시까지 실시하며 투표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선거일이 일요일 6시부터 22시까지 실시하고 다음 날인 월요일 7시부터 14시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캐나다에서는 선거일이 월요일로 정해져 있으나, 선거가 벌어지는 중의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선거일을 그 주의 화요일에 실시하며 투표시간은 동부지역은 9시 30분에서 21시 30분, 산악지역은 7시 30분에서 19시 30분, 태평양지역은 7시에서 19시까지 실시한다.
사전투표제가 유인하지 못하는 계층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투표일을 늘리거나 시간대를 조정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표권은 참정권의 핵심이고 다양한 계층의 정치적 의사가 자세히 반영되는 민주주의 측면에서 보다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투표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반영되는 권리 행사이며, 투표율은 그 수치를 보여주는 기준이다.
현재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투표율의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낮은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투표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차원에서 노력이 모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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