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는 햇빛이 잘 들거나 경치가 좋고 층수가 너무 높지도 않은 적당한 층을, 이른바 '로얄층'이라고 하면서, 아파트를 사고파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거래되곤 한다. 이런 로얄층은 국회의원들이 머물며 업무를 보는 의원회관에도 존재한다.
현재 의원회관은 ㄷ자 형태로 되어있으며, 회관 안의 의원실이 3층부터 10층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6층에서 8층까지가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로얄층으로 불리는데, 잔디밭이 잘 보이며 층수가 높아 햇볕이 잘 들고, 한강이 보이는 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로얄층도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의원이 로얄층을 차지하게 될까?
의원회관의 방을 정하는 방법은 관례상 선수나 나이 순서대로 배정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진의원들이 로얄층으로 향하고, 초선의원들은 낮은층에 햇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로얄층에 입주해 있는 중진의원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박병석 현 국회의장이 6층에 배정되었고, 더불어민주당 현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도 마찬가지로 6층에 배정되어 있으며, 국민의힘 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도 8층에 배정되어있다.
반면에, 초선의원이지만 로얄층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21대 총선 당시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 출신의 비례대표의원들이 그 사례이다. 위성정당이었지만 별개의 당으로 인정되어 기존의 관례들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성정당 출신의 많은 비례대표 의원들이 로얄층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로 높은 층수를 선호하는 의원도 있다. 탈북자 출신이었던 태영호 의원은 경호를 위해서 높은 층으로 가야 했는데, 경호원들이 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9층에 자리를 잡았으며, 과거에도 탈북자 출신이었던 조명철 전 의원이 경호를 위해 10층에 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한편, 이해찬 전 의원이 탁 트인 시야 때문에 1001호에 머문 적도 있었고, 현재는 그 자리를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의원실의 방 번호에 얽힌 이야기도 있는데, 의원들이 선호하는 특정한 방 번호는 주로 정치적인 상징성 때문에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6.15 남북 공동선언을 의미하는 615호는 현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이 사용 중이고, 5.18 민주화 운동을 의미하는 518호는 많은 호남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희망하는 번호였지만, 현재는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의원 시절 사용했던 방 번호도 인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한 325호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권칠승 의원이 사용하고 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용한 638호도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조오섭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의원들이 들어가기 싫어했던 방 번호도 있다. 444호가 현재 방 번호 자체가 없는데, 원래도 불길한 숫자였지만, 16대, 17대 국회에서 낙선한 의원이 계속 나와서 의원들이 기피하는 번호였고, 의원회관 리모델링 이후에는 444호라는 방 번호가 사라졌다.
그렇다면, 의원실 방 하나당 면적은 어떻게 될까? 제2 의원회관을 신축하기 이전의 과거 의원실 면적은 현재 의원실의 면적보다 더 좁았었다. 1989년에 건립되었던 구 의원회관은 의원실 방 하나당 25평으로 이루어졌었으며, 10.9평의 의원들이 쓰는 방과, 10.7평의 보좌관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건립 당시에는 의원 1명당 보좌진이 3~4명을 두는 것을 기준으로 의원실이 마련이 되었지만, 새 의원회관이 들어서기 직전엔 현재와 같은 인턴을 포함한 9명의 보좌진을 두기 때문에 보좌진 수용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국회의원에게서 행정부 사람들이 복도에 앉아서 보좌진에게 현안 보고를 하거나, 복도 앞에서 손님을 마련하였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2년에 제2 의원회관이 신축되고 동시에 구 의원회관도 리모델링되게 되면서 의원실 방 하나당 면적이 넓어지게 되었다. 의원들이 쓰는 방은 12.3평이 되었고, 보좌관실은 23.1평으로 넓어지면서 늘어난 보좌진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고, 추가로 회의실이나 창고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45평의 면적이 되게 되었다.
이렇게 넓어진 의원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아주 넓다고 볼 수 있는데, 프랑스의 의원실은 9평, 독일은 16평, 일본은 30평이었고, 심지어 영국 하원의원의 의원실은 책상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인 1.8평 정도로 아주 좁다.
또한, 45평으로 넓어진 의원실을 집값으로 따지자면, 여의도 의사당 인근의 같은 평수 아파트 시세가 현재 30억 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보자면, 사실상 의원 한 명당 30억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Korean Politi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회의원 회관의 편의시설들! (0) | 2023.01.06 |
---|---|
국회선진화법 주요 내용 (0) | 2023.01.06 |
국회도서관 현황과 외국의 사례 (0) | 2023.01.06 |
사전투표 도입과 영향 (0) | 2023.01.06 |
샤이유권자 등장 이유와 브래들리 효과 (0) | 2023.01.05 |
투표시간 연장 찬반 논란 (0) | 2023.01.05 |
선거에서 지지율이 낮은 후보들은 왜 자꾸 출마할까? (0) | 2023.01.05 |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왜 계속 사용될까? (0) | 2023.0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