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rean Politics

선거 로고송의 변천사 및 특징

by 누름돌 2023. 1. 5.
반응형

선거기간에 길을 걷다 보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유행가가 들린다. 듣다 보면 멜로디를 따라 부르게 되는데 기존 가사와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뀐 노랫말에는 후보자의 이름이나 번호 그리고 메시지 등이 들어간다. 선거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선거 로고송이다.

 

선거철이 되면 선거차들이 동네 곳곳을 다니면서 선거 유세를 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선거 차량에서 울려 퍼지는 선거송이 때로는 정신없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흥겨운 멜로디에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사를 바꾼 선거송을 듣고 흥얼거리게 된다. 선거송이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송은 오늘날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선거송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송의 주요 특징은 중독성이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이 대중의 귀에만 꽂힌다고 좋은 선거송은 아니다. 선거송은 이미 알려진 노래에 각 후보와 정당이 가지는 정치 이념이나 이미지를 결합해 만들어 낸다.

 

 

 


 

 한국 선거송의 역사와 변화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제4대 대통령 선거부터 처음 선거송이 등장했다. 당시 조순형 전 국회의원의 아버지 조병옥 후보가 타계하자 지지자들은 그를 기리고자 영화 '유정천리'의 주제가를 개사해 불렀다. 당시 선거송의 개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선거송의 개념과는 조금 달랐다. 후보자가 직접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부르지 않고 지지자들이 선거송을 만들어 부르고 다녔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중가요가 처음 선거송으로 등장했다. 197210월 유신 이후, 20년 만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였다.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군정종식가에 '군정종식 김영삼, 민주통일 김영삼'이라는 가사를 넣어 부르면서 선거송을 만들었다.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애창곡이었던 '베사메 무초'를 유세 현장에서 직접 불러, 대중가요를 선거운동에 사용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었다.

 

19956.27 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거리에서 확성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예비후보들은 선거 송을 틀기 위한 차량과 고성능 스피커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이 시기에는 도희의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DJ DOC'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선거 유세에 활용하였다.

 

19964.11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당시 박미경의 히트곡 '넌 그렇게 살지 마'의 가사를 '네가 말한 대로 믿고 싶었지만 우린 너의 속마음을 알아'로 개사했다. 당시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의 정계 은퇴 번복을 비꼬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최대 히트곡 '난 알아요''난 알아요 와이에스의 비자금을'으로 바꾸고 또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와이에스가 기가 막혀'로 바꿔 신한국당을 저격하며 선거 유세를 펼쳤다. 이 당시에는 각 정당과 총선 후보자들이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노래를 가져다 사용하는 바람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에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DJ DOC'DOC와 춤'을 이라는 곡을, 김대중 후보의 이니셜인 DJ'DJ와 춤을'로 제목을 바꾸고 개사하여 뮤직비디오 형식의 TV 광고를 통해 이 곡의 포인트인 관광버스 춤을 선보이고 젊은 유권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도 대선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노 대통령이 통기타를 잡고 ‘상록수’를 부르며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승리의 표로 돌아왔다.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에는 출마한 후보들이 가수 박현빈의 히트곡 3곡을 모두 선거송으로 사용하였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가수 박현빈의 히트곡 '오빠만 믿어''명박만 믿어'로 개사하여 서민경제 살린다는 의미를 담아 경제를 살린다는 이미지를 부각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인 장윤정의 '어부바''사랑해요 정동영'으로 개사하여 자신의 구호인 가족의 행복과 남북평화를 강조했다. 당시 원더걸스의 '텔미'라는 곡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어들였다. 원더걸스의 텔미라는 곡을 사용하려는 대선 후보자들이 많았지만, 작곡가의 승낙을 받지 못해 사용할 수 없었다.

 

 

출처: 디트 뉴스

 

 

후보자가 원한다고 모든 곡을 선거송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선거 송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를 홍보하기 위해 음악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46(저작물의 이용허락)에 따라 저작권자(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선거 운동기간 이전에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2016년 총선에서는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프로듀스 101의 주제곡인 '픽미(Pick Me)'가 인기를 누렸다. 나를 뽑아달라는 의미의 픽미라는 가사를 선거 유세에 사용해서 인기를 끌었다.

 

20204.15 총선에서는 수많은 트로트를 개사한 선거송이 활용되었다. 트로트 열풍으로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 영탁의 '찐이야'가 사용됐다. TV 방영 프로그램인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통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를 끌어 쉽게 귀에 감기는 가사가 유세하기에 안성맞춤이 된 것이다.

 

 

 

 미국 선거에서 사용된 로고송들

 

대중음악이 선거 로고송으로 쓰인 것은 미국이 우리보다 앞선다. 가장 치열했던 로고송 일전은 1992년 클린턴 진영에서 사용한 프리트우드 맥의 ‘돈 스톱’(Don’t Stop)과 부시 진영에서 사용한 바비 맥퍼런의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클린턴 승.

 

불륜과 군대 기피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멈추지 말고 미래를 생각하라”며 베이비붐 세대를 자극한 이 노래가 먹혀들었던 것이다.

 

84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을 재선 시킨 로고송도 아이러니하기로 유명하다. 그해 출반된 브루스 스프링스틴 7집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는 1년 새 천만 장이라는 폭발적 판매고를 기록했는데, 레이건 캠페인송으로 채택되면서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반애국적인 이 곡이 졸지에 ‘애국 찬가’로 둔갑돼 보수 후보를 당선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대가 흐르면서 선거송의 의미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선거송이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최근에는 조금 더 발전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선거송은 유권자들에게 다른 출마자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지 않으면서도, 상대 출마자와 차별화를 나타낼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선거 로고송은 대중과 괴리된 정치를 대중음악을 매개로 친근감 있게 밀착시키는 유권자 흡인 도구다. 

 

트로트가 대한민국 유권자의 대부분인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있어 선거송의 주요 지분을 차지하지만 꼭, 그런것 만은 아니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서 트로트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선택해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정치색깔에 맞게 선거송을 활용한다. 후보자들이 강조하는 메시지를 선거송의 가사에 넣어, 유권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선거 유세를 하는 것이 당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