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언택트(비대면)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공직선거에서 전자투표 도입에 대한 필요성과 사회적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전자투표는 종이가 아닌 컴퓨터 기반의 전산기기를 사용하는 투표행위를 의미하며, 전자투표의 방식은 크게 투표소 전자투표, 원격전자투표, 키오스크 방식으로 구분된다.
전자투표란?
투표소 전자 투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투표소에 가서 투표용지 대신 투표기를 이용해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투표가 종료되면 투표기기를 그대로 집계 기기에 옮길 수 있어 기존 투표 대비 집계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앙화 형태로 운영되기에 투표에 문제가 생겨 재검표가 필요한 경우 대조해볼 수 있는 대조군(기존 투표의 경우 투표용지)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원격전자투표방식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나 PC 등에서 원격으로 접속해 투표하는 방식이다. 웹페이지나 문자 등으로 진행되는 투표 역시 원격전자투표 방식에 속한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방문하지 않아도 되므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격리 중이어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당원 투표나 비례대표 경선 투표, 주주총회 등 중소규모 선거에 주로 활용되지만, 투표 시점에 타인의 영향력이 투영될 수 있어 공직선거에서 활용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키오스크 방식은 도심 곳곳에 배치된 무인투표 시스템을 통해 투표하는 방식이다. 기존 투표소 전자 투표 방식과 다르게 유권자가 투표 장소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오프라인 인증 절차 대신 외부 인증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진행된 키오스크 투표 방식은 특정 투표소에 키오스크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투표소 전자투표에 속한다.
도입사례
전자투표를 도입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선거부정으로 혼란을 겪은 브라질은 1994년‘모든 불신은 정부가 종이투표와 투표함을 전자기기로 바꾸면 종식될 것’이라는 최고선거법원장의 주장에 따라 1996년 일부 지방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2000년 총선 이후로는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를 전자투표로 진행하고 있다.
전자투표가 도입되기 전에 치러진 1989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개표 완료까지 9일이나 걸렸으나, 전자투표가 도입된 2006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개표 시작 두 시간 만에 당선자를 발표했다. 1990년대에 평균 33%에 이르던 무효표도 2002년 선거에서는 7.6%로 줄어들어 민의를 더 충실히 반영하는 효과를 얻었다.
인도도 1970년대까지 투표함 절취나 바꿔치기, 폭력배들의 투표소 습격과 유권자들의 투표소 접근 봉쇄 등이 자주 발생하자, 1982년에 전자투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2004년 이후 인도의 모든 총선 및 주 의회 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인도는 전자투표기의 도입으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보았고, 이전에는 30시간에서 40시간까지 걸리던 개표 작업을 불과 두 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무효표도 상당히 줄었다.
일본은 2001년 ‘e-Japan 2002 프로그램’을 공표하고, 지방선거에 대한 투표 과정을 정보화하여 무효표를 줄이고 투・개표 업무를 신속화・간소화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총선에서는 여전히 자서식 투표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2002년부터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전자투표 도입에 실패한 국가들도 있다. 영국은 2000년 지방선거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2001년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터치스크린, 원격 방식, 무선기기 활용, 쇼핑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 2003년 지방선거에서는 인터넷 및 전화투표가 확대되고 디지털 TV를 이용한 투표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영국의 전자투표는 2008년 런던 시장 및 의회 선거에서 전자개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오류가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전자적 투개표 방식에 대한 불신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네덜란드는 1965년 선거법 개정에서 ‘종이투표 이외의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여 일찍부터 전자투표의 가능성을 열어둔 국가였다. 네덜란드는 1974년부터 전자투표기 도입 논의를 시작하고, 1989년 전자투표법을 제정했고 준비 기간을 거쳐 1998년에 전자투표 시행에 들어갔다.
네덜란드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한 이후 나타난 효과는 다양했다. 투표소 운영비용이 줄어들었고,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가 이뤄졌으며 무효표가 줄어들었다. 국민들도 전자투표를 쉽게 받아들여서 유권자의 90%가량이 전자투표 방식을 활용했다. 1999년에는 ‘원거리 투표 프로젝트’까지 추진하였다.
그러나 2006년 전자투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우리는 선거 컴퓨터를 신뢰하지 않는다’가 전자투표의 기술적 취약성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이 단체는 방송을 통해 전자투표에 활용된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결과를 바꾸는 시연회를 열었다. 이 시연회 후 네덜란드 공직 선거에서 전자투표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고, 종이 선거가 부활했다.
이상의 사례를 살펴보면,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불문하고 투표소에서의 키오스크 방식의 전자투표를 채택한 국가들은 투·개표 업무의 공정성과 효율성 제고, 선거비용과 시간의 절약, 투표율 상승, 개표 오류 감소, 무효표 감소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의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자투표의 기술적 문제(해킹 등)는 국민들의 수용 여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내의 경우 전당원 투표나 비례대표 경선 투표 등에서 모바일·PC 투표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 특히 2006년에 개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자투표 시스템(K-Voting)은 각 정당 경선을 시작으로 농협・수협・축협 등의 조합장 선거, 대학 총장 및 학생회장 선거, 아파트 주민대표 선거 등의 위탁선거, 민간 및 공공선거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해킹이나 명의도용 등 보안성의 문제로 공직선거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전자투표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이란 데이터를 거래할 때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분산형 디지털 장부를 말한다. 블록체인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데이터를 검증하고 저장함으로써 특정인의 임의적인 조작이 어렵도록 설계된 저장 플랫폼이며 높은 보안성·확장성·투명성 등을 보장한다.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전자투표는 유권자 중심의 투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투표참여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과 국민 참여를 통한 선거의 신뢰성 및 안전성 제고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투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정책 의사 결정에 참가할 수 있다. 또 투표 프로세스의 간소화로 인해 투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 가능하다.
범국가적 선거에 전자투표가 채택되어 시행된다면 초반에 대중의 거부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관리위원회 같이 투표에 대한 책임 및 신뢰를 주는 존재가 사라지고 아직 대중들에게 보편화되지 않은 블록체인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전자투표를 현실에 적용할 때는 블록체인기술에 대한 신뢰와 혜택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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