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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정치인과 예능

by 누름돌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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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아나운서와 배우로 활동하다 정계에 진출해 대통령이 되었다. 27년의 배우 생활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어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 정책을 통해 미국 경제의 호황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널드 레이건은 대표적인 폴리테이너로 알려져 있다..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인(politician)’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 연예인 출신의 정치인을 뜻한다. 이러한 폴리테이너의 사례는 국내에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희극인 이주일의 경우가 있다. 그는 희극인 때부터 1988, 13대 국회가 횡설수설한다면 자신도 199214대 국회에 출마할 수 있겠다는 것을 희극의 소재로 삼았었고, 실제로 그는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국민당에서 민주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희극인 이미지 때문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을까 봐 세비를 반납하기도 하는 등 진지하게 정치에 임했다고 한다.

 

이렇듯 예전에는 방송에서 정계로 진출하는 연예인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그램 등에 자주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는 정치인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예능의 출연은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의 변화를 기대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SBS <힐링캠프>에 차례로 나온 경우가 있다.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의 출연은 평소 가지고 있던 이미지의 전환을 가져온 예라고 할 수 있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을 가졌었던 박 위원장은 <힐링캠프>에 출연해 대통령이었던 부친과 관련된 과거사 이야기와 별명이었던 '수첩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특히 별명인 '수첩공주'에 관해서는 좋지 않은 의미의 별명임에도 자신은 수첩 없이 못 산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하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이 피해자였던 흉기 피격사건과 정치계 비판 등의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박 위원장의 출연을 두고 담당 관계자는 진솔한 것 같으면서도 선이 있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진솔함'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있었던 기존의 이미지가 일부 전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기존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특전사 출신인 것을 내세우며 격파 시범을 보이는 등의 예능적 요소나 과거 시절의 추억을 묘사하는 모습은 비교적 적게 보이고, 문 이사장이 학창 시절에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그로 인한 투옥을 통해 인권 변호사로 접어들며 정치에 입문하는 이야기나 친분이 두터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이야기 등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의 인간적인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고, 실제로 진행자인 이경규는 인간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예능은 비정치인이 정치인으로서 나아가는 발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힐링캠프> 출연 이전부터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화제를 끌었다. <무릎팍도사>에서는 안철수의 기업인으로서의 약력과 에피소드 등을 조명했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후 <무릎팍도사>의 출연이 이슈가 되고,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때문에 <힐링캠프>의 출연 때, 프로그램 시청률은 자체 최고 기록으로 경신했다.

 

 

 

안 원장은 당시 대선 출마설과 자신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았으며, 또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이 있다면 출마할 수 있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후 안 원장은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하는 등 예능을 발판 삼아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로 남았다.

 

또한 이밖에도 민의(民意) 수렴의 새로운 창구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20174, MBC <무한도전>에서 국회의원 박주민, 김현아, 이용주, 오신환, 이정미 등이 출연하여 국민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로 입법 아이디어를 공모한 바 있다. 화제성이 높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정당의 국회의원과 유권자를 섭외하여 의견을 듣고 사안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실제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정치인들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효과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출연하는 정치인들의 정치 성향과 위치에 따라 시청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고, 방송인이었다면 용인되는 발언이나 행동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인은 정책과 공약 등을 통해 평가받아야 하는데, 나쁜 이미지만을 배제하여 실체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받는 점이다.

 

선출직 공무원 역시도 공무원인 점을 들어 공무원이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도 있다. 때문에 요즘엔 TV 예능이 아닌 정치인 개인의 유튜브 채널 개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리하자면,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정책의 홍보나 소통의 또 다른 창구라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다. 또한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정치인으로서 나아가는 발판의 역할을 한다고도 할 수 있으며, 다수의 의견 수렴에 있어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정책을 통해 평가받아야 하는데, 예능과 방송의 잦은 출연은 자칫 대중적 인지도 상승만을 노리는 정치인들에게 악용되어 겉만 번지르르한 정치인을 양산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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