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를 향한 비판은 반복 돼왔다. 특히 여론조사에 사용되는 표집틀(표본 추출틀)을 둘러싼 논란은 같은 주제를 두고 입장을 달리하며 계속되고 있다.
표집틀은 크게 전화의 종류(유, 무선), 질문의 방식(자동응답, 전화면접), 여론조사 대상(무작위 추출 번호,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인 ‘안심번호’, 조사기관이 구축한 휴대전화 번호) 등에 따라 구성되는데,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얼마나 결합하느냐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결정한다.
논쟁은 공인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비율 논쟁도 마찬가지다. 유선전화가 응답률이 낮고, 30~40대나 직장인이 표집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방법이 무선전화 비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유선전화 비율과 정치적 성향의 관계
유선전화 반영 비율이 높을수록 보수층의 여론이 더 표집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 유권자 성향(영호남, 수도권 등), 후보지지 기반 등에 따라 조사기관들이 유선전화 비율에 변화를 준다. 이는 정치적 유불리를 조사 결과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성향 후보와 진보성향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는 곳이 등장하면서 유선전화 비율 논란은 가속화됐다. 하지만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유선전화의 비율과 여론조사에 정치적 성향이 반영되는 정도의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렵다. 미국 여론조사에서는 유선전화와 여론조사 신뢰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에서는 여론조사를 할 때 집(유선) 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흑인 등 소수자 여론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받아들여진다.
말도 탈도 많은 여론조사지만 지지 후보 결정 과정에서 참고자료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추세’를 읽는 것 외에 해당 조사가 자동응답 방식을 사용했는지 여부(보수층 과대 표집 가능성)를 들여다 보고, 여기에 ‘샤이유권자’와 같은 숨겨진 표심을 감안해서 ‘독해’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수층이 과대표집되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근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전화면접(CATI)보다는 자동응답(ARS)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층의 답변이 용이해 보수층 과대표집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본다.
무선전화와 안심번호 사용 이유
과거 선거 때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차이가 커 조사기관들의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은 보도·공표 목적 여론조사의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할 수 있다. 국회는 2017년 2월 선거법을 개정해 보도나 공표 목적의 여론조사에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정확한 조사 결과가 공표되는 것 자체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쳐 표심을 왜곡한다는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처음 사용됐다.
만약 서울 종로구 유권자 500명에게 여론조사를 한다면, 조사기관은 통신사에서 성별·연령별 정보가 담긴 종로구 유권자 휴대전화 번호를 1만5000개까지 받을 수 있다. 이때 통신사는 ‘010’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050’으로 시작하는 임의의 번호(가상번호)로 바꿔 제공한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로 여론조사를 하면 집전화가 없는 젊은 층이나 집을 비우는 직장인들의 응답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상번호 도입으로 표본의 대표성이 대폭 확대됐다. 정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심번호를 이용한 무선전화 방식이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였다는 데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현재 안심번호를 통한 무선전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80~90% 무선전화 방식과 10~20%의 유선전화 방식을 섞어 조사한다. 현재 각 조사의 유선전화 비율은 리얼미터 30%, 갤럽은 16.8%, 한길리서치센터 21.8%다.
그러나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다고 해서 총선 여론조사가 정확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이르다. 예를 들어 총선의 도시 지역의 경우 조사지역이 좁다는 데서 오는 위험성이 있다. 통신사에서 주는 정보는 성별, 연령별 정보가 전부다. 세분화된 특성별로 임의로 추출된 표본이 필요한데 작은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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