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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olitics

지역주의의 변화, 출생지에서 거주지로

by 누름돌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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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으로 나와 있다. 그렇다면 태어난 곳은 대구이고, 자란 곳이 서울이라면 이 사람의 고향은 어디일까? 한국 선거에서 지역주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는 다양하다.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도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 태어나서 이주하여 온 사람도 다수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투표성향은 비슷할까, 차이가 있을까.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화된 사회로의 이행기에 실시된 1987년 선거는 투표 행태에 전면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발생시킨다. 1987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민주 대 반민주 균열은 소멸되고, 이 균열을 대체하여 지역주의가 나타났다.

 

이러한 지역주의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과 같은 각 지역 출신의 정치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일체감을 통해 강화·지속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지역주의는 한국 정당과 선거를 설명하는 주요한 변수이며 정치균열을 대표하고 있다.

 

 


 

세대투표 등장

 

1997년의 여야의 정권교체와 이후 ‘3김씨의 퇴장으로 2002년 대통령 선거부터 변화가 발생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지역주의를 대신하여 세대와 이념에 따른 투표행태가 뚜렷이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세대별로 20대와 30대는 진보적, 40대는 중립적, 그리고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보수적 성향을 표출한 것이다. 특히 지역주의의 강도가 강했던 영남지역에서 이러한 세대별 이념의 차이와 지지후보의 차이가 나타났으며 호남지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관찰되었다.

 

한글세대의 첫 번째 대통령의 탄생, 1958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1,800만여 명의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의 한국유권자 주류 형성 등 산업사회 유권자 층에서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 성격을 갖는 유권자의 대량 진입으로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정치적 정향을 가진 유권자들이 증가되었다.

 
 

 

지역주의 성격의 변화

 

이러한 사회경제적 변화 배경을 기반으로 지역주의의 변화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감지된다. 그간 지역주의가 유권자들의 출신지를 근거로 유지되면서 상호갈등을 보여 왔던 측면이 있었다면, 2007년 대선은 출신지가 아닌 주소지에 근거한 유권자들의 투표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주소지를 둔 호남출신 유권자들이 감성적 지역주의가 아닌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였으며 그 결과 호남에 거주하는 유권자들과는 다른 형태의 투표행태를 보여주게 된다. 즉 호남지역의 지역주의가 내적 분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문우진에 따르면 영호남인이 투표를 할 때에는 출신지 효과와 거주지 효과가 동시에 작동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 효과 중에서 거주지 효과가 출신지 효과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지역정당이 없는 비영호남지역에 거주하는 영호남인은 이념은 유지되나(출신지 효과), 지역정당이 있는 지역으로 이주한 영호남민의 출신지 이념은 약화된다(거주지 효과). 즉 한국 유권자는 지역정당이 있는 경쟁 지역으로 이주하면, 출신지가 어디건 상관없이 거주지를 대표하는 지역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속인주의 보다는 속지주의가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즉 지역정당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한 유권자들은 이주지역 입장에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유사한 현상이 부산-경남지역의 선거 연구에서는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유권자의 투표결정에 출신지보다 거주지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권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의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중앙정부로부터 사회경제적인 혜택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지역주의는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를 규정하는 강력한 변수였고 현재에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2002년 대선에서는 영남지역 내 세대 간 이념의 차이를, 그리고 2007년 대선에서는 호남지역주의의 내적 분화를 보여주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 마다 지역주의 소멸 혹은 변화와 지속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그 곳에서 태어난 사람이 주를 이루는지 아니면 이주자가 많은지에 따라 지역주의의 형태는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자료

 

강원택, 한국의 선거정치: 이념, 지역, 세대와 미디어, 푸른길(2003).

문우진, “지역주의 투표의 특성과 변화: 이론적 쟁점과 경험분석”, 의정연구, 23권 제1(2017).

전용주 외, 투표행태의 이해, 한울아카데미(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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