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다. 40세와 39세 간의 한 살 차이는 피선거권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데 같은 연령에서, 예를 들어 40세에서도 누구는 피선거권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이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3개의 나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는 나이’, ‘만 나이’, 그리고 ‘연 나이’가 그것이다.
우선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는 나이’다. 외국에서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로 알려져 있는 세는 나이의 셈법은 태어나자마자1살이 되고, 매년 1월 1일에 한 살씩 더해진다. 따라서 2018년 12월 31일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2019년 1월 1일이 되면, 하루만에 2살이 된다.
두 번째로 1962년 법적으로 지정된 ‘만 나이’는 민법, 형법, 관공서와 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 번째로 또 다른 법적 나이로 ‘연 나이’가 있다. 바로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나이로,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에 적용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연 나이를 적용하여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하면 생일이 지나지 않았더라고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다. 예를 들면, 2000년 2월생인 사람의 만 나이는 2019년 1월 기준으로 18세이고, 연 나이는 19세(2019 – 2000)가 된다.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의 문제점
최근 대통령 출마 자격 40세 연령 제한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0세 미만 성인은 대통령 선거의 유권자는 될 수는 있어도 후보는 될 수 없다. 역대 대선에 출마한 대선후보 총 64명의 평균 나이가 61세인 이유다.
선출직의 피선거권과 관련된 법 조항은 다음과 같다.
헌법 제67조④: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6조①: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
피선거권이 굳이 ‘40세’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사실 피선거권을 40세로 제한한 규정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 피선거권 나이 규정과 관련된 연혁은 다음과 같다.
1952년 개헌(발췌개헌)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게 되면서(그전에는 국회에서 선출) 선거법에 대통령 피선거권 자격기준을 처음 만들었다. 그때 처음 도입된 것이 ‘40세’가 되어야 출마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1963년 제3공화국 헌법을 개정할 때 이 조건은 헌법에 삽입되었고, 1987년 헌법에도 이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만 18~39세 청장년들은 참정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취업을 하고 세금을 내고 군대에 가고 결혼을 하고 선거권을 지녔음에도 왜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가? 선거권을 통해 국민의 대표자를 구성하는 주권과 스스로 대표자가 되는 주권 사이에 연령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줄 곧 있어왔다.
공직선거법은 18세 이상 국민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대통령 선거에서는 선거권자 연령보다 22세가 높은 국민만이 피선거권을 지닌다. 즉, 선거권 연령과 피선거권 연령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대의제 선거는 ‘통치하는 자’와 ‘통치를 받는 자’를 구별·분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는 통치자 집단과 피치자 집단이 구별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선거는 국민이 대표기관을 구성하고 국가권력의 행사를 위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대통령 피선거권과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의 차이다.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은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보다 22세나 높게 정해져 있는데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하에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작동되기 때문에 권력분립의 원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과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같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외국의 예
세계적인 추세는 선거권 연령 하향과 더불어 피선거권 연령도 하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일과 스페인, 캐나다, 영국 등은 피선거권 행사 연령을 선거권과 같은 만 18세로 규정하고 있다. 상당수의 국가들이 선거권과 피선거권 행사 연령에 차이를 두지 않거나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보다 3~5세가량 높게 책정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35세부터 선거 출마 자격을 준다.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빌 클린턴(Bill Clinton),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 등 40대 대통령은 낯설지 않다. 브라질도 대통령 출마 자격 연령 하한선을 35세로 정하고 있다.
현재 세계 선출직 국가수반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으로 36살이다. 다음으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019년 34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37살이던 2017년에 총리가 되었다. 그리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9살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또한 내각 절반을 여성 각료로 구성해 주목을 받은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도 44세에 취임했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피선거권 연령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에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에 따르면 피선거권 행사 연령기준은 ①대의기관의 전문성 확보, ②대의활동 능력 및 정치적 인식능력에 대한 요구, ③이러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하여 요구되는 기간, ④성실한 납세 및 병역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와 요청, ⑤다른 나라의 입법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 현행 기준이 현저히 높다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려워 위헌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직 국회의원 출마 자격보다 22세가 더 높은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은 제기조차 된 적이 없다.
‘88만원 세대’, ‘N포세대’, ‘헬조선’, ‘금수저’ 등의 신조어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설명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청년을 위한 법도 없다. 유일한 게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다. 노인 관련 법안이 50여 개 있는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여성 정치인은 강제 할당제도에 의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한데,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높다. 연령 하한선을 낮출 필요가 있다.
직무수행을 위한 경험과 능력을 선거에 출마해 평가받는 것과 출마 자체를 법으로 지정해 막아버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헌재는 1991년 공무담임권 제한에 대해 ““최대 다수의 최대 정치 참여, 자치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는 것이며 그 제한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이고 필요 부득이한 경우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선거권 관심에 비해 피선거권에 대한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선거권 연령은 네 차례나 낮아진 반면, 피선거권 연령은 건국부터 현재까지 변화가 없다.
참고자료
김덕현, “공직선거법상 연령에 의한 공무담임권 제한의 위헌성 검토: ‘대통령·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 제한’, ‘2인 이상 최고득표 시 연장자 당선’ 규정을 중심으로”, 『공익과 인권』, 제15호(2015).
정종섭, 『헌법학원론』, 박영사(2014), 905쪽.
조선일보, “32세 총리, 41세 대통령 ... 세계는 젊은 지도자의 젊은 바람”, (2019.1.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 2015』(2015), 112쪽.
한겨레, “나이와 참정권”, (201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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